[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정부가 연일 공공기관의 정상화를 외치지만 이들의 방만경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리하거나 타당성 조사 없는 투자로 인한 이들 기관의 손실도 10조원을 넘어섰다.

7일 감사원은 지난 2~6월 기획재정부와 20개 공기업, 13개 금융공공기관 등 5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경영관리 및 감독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500여건의 방만경영 행태와 40여건의 주무부처 관리감독 소홀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공공기관이 위같은 행태를 통해 낭비한 예산만 무려 12조2천억원 규모였다. 이는 내년도 정부 예산 376조원 가운데 일자리창출 분야 예산(14조3천억원)이나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분야 예산(14조6천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우선 감사원은 노사이면합의를 통해 임금을 과다인상하거나 사업비 예산집행 잔액을 이사회승인 등 적법절차없이 집행하고 은폐하는 방식으로 55개 기관으로부터 1조2천55억원(적발사례 320여건)을 방만집행했다고 밝혔다. 항목별로는 ▲인건비·복리후생비 부당편성 및 집행(7천600억원) ▲성과급·퇴직금·사내근로복지기금 부당편성 및 집행(4천20억원) ▲불필요한 조직운영에 따른 예산낭비(400억원) ▲직무관련 뇌물수수 및 공금횡령(35억원) 등이다.

특히 급여가 많은 받는 공공기관일수록 편법 수당이 많았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타 공공기관보다 1.4배 높은 8954만원의 1인당 연봉을 기록했는데, 이들은 근무시간을 짧게 잡아 초과수당을 지급하거나 안식년등 특별휴가제도를 운영해 연차보상금을 초과 집행했다.

또 LH 공사 등 17개 기관은 사업경제성이 결여된 사업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투자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초래하고 예산을 낭비한 규모가 무려 10조원에 달했다.

LH는 135개 지구에서 6조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 중 장기간 착공하지 못한 14개 사업을 점검한 결과 ▲수익성이 부족한데도 추진(수원고등지구 등 5개 사업) ▲제대로 된 수요 검토없이 유사·중복사업 추진(양산사송지구 등 7개 사업) ▲환경변화에도 재검토 없이 사업 강행(완주삼봉 임대주택단지 등 2개)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 석유기업을 인수하면서 적정 자산가치가 약 3억달러인데도 이를 5억달러로 과다 평가해 이사회에 보고한 뒤 3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경제성 평가시 임의로 원유 수익은 높이고 비용은 낮춰 계산하거나 상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광구를 부당하게 포함시킨 탓이다.

가스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은 가스나 수도 등의 공공요금을 과다하게 인상하는 방식으로 1조원대의 부담을 국민과 기업에 떠넘겼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같은 급여 및 경영문제 외에도 특혜성 인사도 여전했다. 서류평가나 면접점수 조작 등을 통한 특혜성 채용비리나 고위직전문직원제도 등의 불합리한 인사관행 등이다. 사학교직원연금공단은 응시자 1명의 점수가 채용 미달수준임에도 조작한 것이 적발됐고 방송광고진흥공사는 불합격자 16명의 점수를 조작해 부당합격시켰다. LH 또한 경영효율화를 위해 폐지된 '고위직 전문직원 제도'를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감사원은 이러한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부담이 요금인상 및 세금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에게 떠넘겨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향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및 각 부처 등과 '공공기관 경영평가반영협의회'를 구성, 매년 공공기관별 주요 감사결과와 이행실태를 분석해 정부의 경영평가 심의자료로 제공하고 방만경영 행태를 집대성한 감사백서를 발간에 나선다. 또 부당한 노사합의 등으로 인한 구조적 방만은 개선될 때까지 매년 점검하고 경영평가나 예산 배정 등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교통연구원장, 국방기술품질원장, 광주과학기술원장, 식품연구원장 등 4명은 적정한 인사조치가 취해지도록 소관부처에 통보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 등 비리혐의자 16명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방만경영 행태를 시정하지 않는 기관장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키로 했으며 경영진이 고의나 중과실로 기관에 손실을 끼친 경우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방침이다.

한편, 관가에서는 공석 및 연내 임기 만료 등으로 52곳의 기관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번 감사원 감사를 기점으로 방만경영에 책임이 있는 공공기관 수장들이 주요 교체 대상에 오르는 등 향후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도 예상된다. 그러면서 친박 낙하산 및 보은 인사 논란 또는 정치인 출신들이 공공기관장을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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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공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