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강행처리로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정기국회 마비사태를 당분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가 중단되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고, 산적한 민생법안에 대한 심의도 미뤄지게 됐다.

23일 기획재정위와 지식경제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 7개 상임위원회의 전체회의 혹은 소위 등이 예정돼 있었지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를 제외하고 모두 열리지 않았다.

행안위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제정안의 입법예고를 유예해 줄 것을 정부측에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이마저도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해 `반쪽'에 그쳤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ㆍ증액하는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는 전날 FTA 본회의 표결로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이날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을 만나 회의일정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측의 거부로 간사협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장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예결위만 운영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민생예산 반영을 위해 할 일이 많은 만큼 `같이 심사하자'고 야당을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기정 의원은 "한나라당은 본회의도 없는 날 비공개로 FTA 비준안을 처리했다. 최소한의 절차와 예고도 없어 충격적이었다"면서 "당장 계수조정소위 심사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지금과 같은 국회 경색이 계속돼 1주일 이상 계수조정소위가 열리지 못하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나라당은 일단 금주까지는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지 않고 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릴 방침이다. 24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취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를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주까지는 시간을 갖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예결위를 가동하겠다"며 "민주당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를 계속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예산심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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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보이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