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하람의 공격이 있은 후 탈출한 바마(Bama) 지역 주민들이 마이두구리(Maiduguri)의 한 학교 건물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모여 있다. ⓒAP/뉴시스.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이 점령한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수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고 현지 교계 지도자들이 전했다.

나이지리아 수도인 아부자 교구의 패트릭 알루무쿠 신부는 가톨릭 뉴스 에이전시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점령 지역 중 하나인 미치카(Michika)에서 교회들이 파괴되고 있으며 수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보코하람을 피해 탈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이다"며, "보코하람은 자신들이 강탈한 지역들에서 기독교의 존재를 알리는 모든 시설들을 없애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교회들이 파괴되고 불에 탔다"고 밝혔다.

알루무쿠 신부는 또한 탈출 행렬에는 기독교인뿐 아니라 온건파 무슬림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피신하는 이들 가운데는 마을이나 도시의 지도자들도 있고, 무슬림 종교 지도자들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기독교 도시인 그워자(Gwoza)를 장악한 뒤 '이슬람 칼리프 국가(Islamic Caliphate)'를 선포했다. AFP가 입수해 8월 24일 공개한 영상에서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Abubakar Shekau)는 "우리 형제들에게 그워자에서 승리를 주시고 이 도시를 칼리프 국가의 일부로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알라신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셰카우는 또 "그워자 지역은 지금부터는 나이지리아와는 무관하다"며, "알라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그워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보코하람은 그워자 지역에서 이미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점거 지역에서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고 기독교인을 박해하는 방식은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뒤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비무슬림들과 소수 이슬람 분파를 집단학살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와 흡사하다. 이에 두 단체가 설립한 칼리프 국가의 연관 관계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기도 하다.

셰카우는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영상에서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으며 최근 알바그다디가 보코하람에 아프리카 지역에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는 데 대한 조언을 전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보코하람은 현재는 마이두구리(Maiduguri) 지역의 장악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가올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지역 밖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현지 교구의 기드온 오바소지 신부는 밝혔다. "어딜가도 보코하람 요원들이 있다. 이들을 피해서 사람들은 무비나 욜라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신부는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수풀에 숨어 이동해 겨우 욜라까지 피신했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탈출한 기독교인들은 나이지리아나 카메룬 군에 합류해 보코하람과의 전투에 가담하고 있기도 하다고 기독교 지도자들은 전했다.

보코하람은 최근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인근 국가들로가지 활동 범위를 넓힘에 따라서 카메룬, 니제르, 차드 3국은 이 테러단체에 대항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군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 군과 카메룬 군은 지난 주 각각 50명과 100명의 보코하람 요원을 사살했다고 발표했으며, 보코하람 소탕을 위한 작전을 지속하면서 전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반서구·반기독교'를 표방하며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되는 칼리프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테러단체로 그동안은 주로 나이지리아 정부와 기독교·서구 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을 주로 해 왔으나 최근 들어 소도시들을 중심을 점거 지역을 확대해나가는 전략 변화를 보이고 있다.

보코하람은 기독교인들을 납치해서 살해하거나 노예로 파는 등의 반인도적 범죄로도 악명을 떨쳐 왔으며, 지난 5월 발생한 여학생 300명 납치 사건도 이들의 소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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