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세계성공회 주교 모임인 램버스 회의에 참석한 여성 주교들. ⓒ www.lambethconference.org

영국성공회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5세기만에 여성 주교를 허용한 데 대해서 가톨릭 교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일까. 교황청 발간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의 편집인 지오반니 마리아 비안(Giovanni Maria Vian)이 여성 주교 허용이 영국성공회와 가톨릭 교회와의 연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가톨릭 교회 역사학자이기도 한 그는 15일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La Stampa)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주교 허용이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과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만남 이후에 더욱 기대를 모아 온 가톨릭 교회외 영국성공회 간의 일치를 위한 운동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성공회의 결정은 분명히 일치를 향한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비단 가톨릭 교회와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정교회와의 관계에서도 존재하며 영국성공회 내부에서도 여성 주교에 대해서는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영국성공회의 결정에 대해서 아직 어떠한 공식적인 평가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로부터의 언급 또한 나오지 않고 있다.

영국성공회는 그 동안 여성이 고위 사제직인 주교직에 오를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전통주의자와 개혁주의자 간에 갈등을 빚어 왔으나 14일 열린 제너럴 시노드(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여성 주교 허용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여성 주교 임명 허용을 지지해 왔던 영국성공회의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오늘은 20여년 전 여성 사제를 임명하면서부터 시작된 일들이 완성된 날"이라며, "오늘의 결실이 기쁨을 안겨준다"고 밝혔다.

영국성공회는 1992년부터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해 왔다. 총회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이래로 개혁주의자들은 여성이 주교직에까지도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 왔고, 전통주의자들은 이는 사도 시대부터 전해지고 있는 교회의 전통에 어긋난다며 맞서 왔다.

그런 반면 가톨릭 교회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사제조차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미국 에큐메니컬 뉴스는 가톨릭 교회로부터 사제직을 임명 받기를 요구하는 여성 교인들의 모임인 '로마 가톨릭 여성 사제들(Roman Catholic Womenpriests, 이하 RCWP)'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RCWP의 모든 구성원들은 여성으로서 사제에 임명되기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파문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여성 사제를 금한다"는 기존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했고, 앞서 작년 9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렉 레이놀즈 신부가 여성 사제를 허용한 데 대한 징계로 그를 파문하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세계에서 많은 여성들이 사제들을 돕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남성에게만 사제직을 허용하는 교회 방침은 우리가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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