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는 구분되어야 한다."

김명혁(한복협 회장, 강변교회 원로) 목사   ©박성민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13일 분당 한신교회에서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라는 주제로 '월례 조찬 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사회는 김명혁(한복협 회장, 강변교회 원로) 목사가 맡았다.

먼저 '한국 교회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방지일(한복협 자문위원, 영등포 교회 원로) 목사가 <창조주로부터 받은 인권(창세기 2장 15~19절)>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방지일(한복협 자문위원, 영등포 교회 원로) 목사   ©박성민 기자

방 목사는 본문을 들며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의 절대권으로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마지막에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신 후에 사람에게 이렇게 큰 인권을 주신 말씀을 성경에서 받은 바"라며 "이렇게 만물의 주인이 되게 하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주신 주인의 권을 행사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다스릴 권을 알지도 못하고 도리어 그것들에게 예속되어 살기도 하고, 인간 역사를 이루어가면서는 좀 난 사람에게 굴종되어 살게 되는 등 인간 문화사의 기록이 구구한 설화 혹은 역사로 전해진다"면서 "아예 창조주까지도 모르고 살아가기까지 할 뿐 아니라 창조주를 무시하고 더 나아가 반항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방 목사는 "창조주께서 아브람을 택하셔서 그 택하신 선민으로 구속의 예표를 삼으시고 마침내 독생자를 보내주셨다"라며 "우리는 또한 택한 민족이요 구원받은 민족으로 주 예수께서 다시 강림하실 때까지 자신을 늘 갈고 닦으며 열심히 전진하며 그 나라를 확장시키며 창조주께서 주신 그 크신 주인의 권을 누리는 자들이 되면 좋겠다"고 권면했다.

이어지는 시간으로 이윤재(한복협 중앙위원, 분당 한신교회 담임) 목사가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게 하시옵소서>라는 제목으로, 허문영(한복협 남북협력위원장, 평화한국상임대표) 박사가 <이방의 빛을 삼게 하시옵소서>라는 제목으로, 마지막으로 유관지(한복협 중앙위원, 감리교북한교회연구원 원장) 목사가 <땅 끝까지 이르는 주님의 증인이 되게 하시옵소서>라는 제목으로 기도했다.

이후 기도 제목을 두고 합심 통성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으로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라는 주제로 발표의 시간이 이어졌다.

박용구(총신대) 교수   ©박성민 기자

먼저 박용구(총신대) 교수는 <남강 이승훈과 고당 조만식의 기독교 신앙과 민족의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신민회 활동과 105인 사건을 통해 이승훈의 애국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승훈이 기독교 신앙을 접한 것은 일제가 한국을 강제로 일본에 편입시키던 1910년 9월이었다. 이승훈은 민족의식에 먼저 눈을 뜨게 되었고 이어 기독교 신앙을 접했다. 기독교 신앙이 이미 그 안에 존재하기 시작한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더욱 생동감 있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주었다"며 "이후 이승훈의 생애 속에는 민족의식과 기독교 신앙이 하나로 통합되어 표출됐다. 평범했던 한 인물에게 실천적 힘을 심어 준 것이 신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그 안에 잠재되어 있던 민족의식을 더욱 견고하고 실천적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후 그에게 기독교 신앙과 나라 사랑은 별개가 아니었다"며 "안악 사건으로 제주도에 유배됐고 105인 사건으로 5년간 옥살이를 했으며 3.1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4년간 옥중 생활을 경험한 것이 말해주듯 철저한 신앙의 사람이면서도 윤경로가 말한대로 그의 삶 전체가 당시 민족이 당면하고 있던 역사적 과제 앞에 실천적으로 참여했다. 그 구체적 사건 중의 하나가 신민회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물산장려운동을 통해 조만식의 나라 사랑에 대해 전했다. 박 교수는 "기독교 신앙이 나라 사랑으로 표출된 또 하나의 사건이 물산장려운동이다. 이 일에 앞장선 것은 평양 산정현교회 당회였고 그 중에서도 산정현 교회 교인 조만식은 그 일을 주도했다"며 "조만식이 민족주의자로 부상한 것도 3.1 독립 운동 때문이 아니라 그가 주도한 물산장려운동을 통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교회의 기독교민족운동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남강 이승훈과 조만식이었다. 신민회·105인 사건, 3.1 독립 운동, 그리고 물산장려운동은 기독교인들이 보여준 나라 사랑의 본보기였다.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측면은 바로 기독교 신앙과 민족애의 조화였다"며 "이 조화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이 상관 관계를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규(고신대) 교수   ©박성민 기자

이상규(고신대) 교수는 <주기철 목사와 민족주의>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이 교수는 주기철 목사의 목회 여정을 들며 "주기철은 민족에 대한 관심은 경시하지 않았으나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경계한 것으로 드러난다"며 "그는 민족 독립이 교회가 수행해야 할 주된 과제이거나 사명일 수 없다고 인식했다. 민족주의적 동기가 신앙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는 조국의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지는 않았으나 민족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민족 문제에 접근했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복음과 그리스도에 충성하는 것이 민족의 현실을 타계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며 "이런 그의 정신은 그의 목회 생활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주기철 목사가 1937년 7월, 평양 산정현 교회에 부임하고 한 취임 첫 설교인 <세 가지의 신앙>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내용은 이와 같다.

"첫째로 민족운동, 정치운동을 하기 위하여 교회에 들어와서 예수를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째는 인격을 높이며 도덕 생활을 하기 위해서 예수를 믿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셋째는 중생하여 그리스도의 속죄를 중심에 모시고 감사의 신앙 생활을 하기 위하여 교회에 오신 분이 또한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산정재(산정현) 교회에서도 첫째, 둘째에 속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리스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이제라도 이 자리를 나가주시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렇게 외쳤을 만큼 교회의 일차적인 사명은 복음 운동이며 민족적 과제는 이차적이고도 부차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도덕적 생활이나 교회를 배겨응로 하는 민족운동 혹은 독립운동을 경계했다.그는 복음운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복음운동이 도덕 혹은 윤리윤동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을 거부했다"며 "따라서 그의 목회 활동과 신사참배 반대 투쟁을 민족 운동 혹은 민족적 동기에서 보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주기철 목사의 민족주의, 국가와 교회, 저항권 사상에 대해 말했다. 이 교수는 주기철 목사가 비록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서양 사상적으로 볼 때 황제교황주의나 에라스티안주의(Erastianism), 그리고 교회와 국가의 완전한 구분만 말하는 재세례파의 입장(Anabaptism)을 반대하고 도리어 장로교 정신(Presbyterianism)을 강하게 주장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사실은 주기철 목사의 목회와 설교, 신사참배 거부가 민족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임을 암시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 도리어 그의 신념 체계, 행동 양식을 결정했던 것은 신앙적 동기였다"면서 "따라서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반대와 저항을 민족주의적 동기로 관찰하는 것은 주 목사의 신앙적 의의 추구와 그 고난의 여정을 왜곡하거나 폄하하는 결과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와 교회에 대해서는 "주기철은 장로교 전통을 따라 국가 권력의 한계를 설정하고 국가나 국가 권력의 교회 지배나 간섭을 배제했다"며 "주기철 목사가 '예언자의 권위'에서 강조한 바는 국가 권력의 한계를 규정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저항권 사상에 대해선 "비록 주기철은 '저항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일은 없다. 서구 신학적 개념으로 '저항권' 사상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주기철 목사의 경우에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해서는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확신하고 있었다"며 "그의 신사참배 거부와 저항, 그리고 순교 자체가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대한 저항 정신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국(장신대, 교회사) 교수   ©박성민 기자

이어 임희국(장신대, 교회사) 교수는 한경직 목사에 대해 봤다.

임 교수는 한경직 목사의 유고와 유품 자료를 정리한 김은섭 목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경직이 노년에 살았던 남한산성 '한경직 우거처'에 들어서면 은빛 십자가와 '나라 사랑'이 새겨진 작은 돌이 방문객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의 침실 장롱에는 태극기가 붙어 있었는데 그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침대 곁에 있는 십자가와 장롱에 붙은 태극기를 가장 먼저 바라보았을 것이라 한다"라며 "십자가와 태극기는 한경직의 삶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두 상징이라는 김은섭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임 교수는 한경직 목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가 8.15 해방 직후였다고 했다. 그는 "한경직 목사는 베다니 교회라는 이름으로 1945년 12월, 지금의 영락 교회를 창립했다"면서 "이때 남한 사회는 여러 정치 세력들이 권력 투쟁을 하는 가운데 새 나라의 체제를 모색하던 시기였는데, 한경직은 강단에서 건국의 여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는 '건국과 기독교'란 제목으로 설교했고 이 설교에서 그는 새 나라의 정신적 기초는 반드시 기독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 까닭은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갓 벗어난 신생 한국이 참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 교수는 "한경직 목사의 애국애족 정신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기울어진적이 없었고 기독교 신앙 정신으로 민족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하여 실천하도록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연규홍(한신대) 교수   ©박성민 기자

마지막 발표로 연규홍(한신대) 교수가 <강원용 목사의 민족주의>에 대해 전했다.

연 교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기독교인이 된 강원용 목사의 이중적 정체성과 같이 그의 민족주의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제하의 고난 받는 민족의 구성원이었던 그는 민족의 해방을 바라던 민족주의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기독교인이 된 그에게는 민족의 해방보다 더 큰 인간의 해방을 바라는 에큐메니스트가 되었다"며 "이러한 강원용 목사의 민족주의를 '에큐메니칼 민족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 교수는 강원용 목사에 대해 먼저 '인간화와 민족주의'를 들었다. 그는 "강원용 목사는 물질이 아닌 인간을 존중하는 인간화(humanization)를 지향하는 통일 사회를 말한다. 민족 공동체는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라며 "강원용 목사는 유기적 생명체로서 민족은 그 이념을 인간화에 두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였다"고 전했다.

또 '평화와 민족주의'를 들며 "강원용 목사는 정치 민주화를 주장하던 그 시대에 남다른 해안을 가지고 경제 민주화를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민주화"라며 "강원용 목사는 민족분단 현실이 한국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양극화와 함께 민족 공동체 안에 위정자와 국민 대중, 농촌과 도시, 부유층과 빈민층, 경영자와 근로자, 세대간의 균열과 마찰을 심화시켰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영한(한복협신학위원장, 기독교학술원원장) 교수   ©박성민 기자

김영한(한복협신학위원장, 기독교학술원원장) 교수는 모든 발표를 종합하며 "'기독교와 민족주의'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발표자들은 모두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성경적이며 복음주의적 견해이다. 성경은 민족애, 민족 정신을 말하고 있으나 민족주의를 가르쳐주고 있지 않다"며 "민족애는 자기 민족을 사랑하듯 타민족도 존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일 수 있다. 이에 반해 민족주의는 대체적으로 배타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타민족에 대한 공격적 성격을 지닐 수 있다. 그러므로 민족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정의일 수 없고 따라서 보편적 가치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서 가신 신앙의 선배 여섯 분의 목사님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훌륭한 점은 오늘날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돈, 명예와 권력 같은 세속적 가치보다는 하나님 영광, 민족 사랑과 민족을 위한 희생, 섬김, 온유와 겸손같은 기독교적 가치를 더 추구한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 후배들은 선배들의 위대한 덕과 정신을 본받으면서 저들이 남겨준 위대한 신앙과 정신을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13일 분당 한신교회에서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란 주제로 '월례 조찬 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박성민 기자

이후 이윤호(주기철 목사 손녀사위) 목사와 손동희(손양원 목사의 딸) 권사의 응답의 시간이 있었고, 림인식(한복협자문위원, 노량진교회 원로) 목사의 축도로 이날 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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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