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던 예장 합동 제96회 총회에서는 “아이티 대지진 구호를 위한 목적헌금이 현지 비전센터 건립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며 진상조사를 위한 7인 조사처리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그러나 해피나우측은 ‘목적헌금 전용’이 사실과 다르고 당시 결의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합동 총회 넷째날(22일) 사무처리에서 감사부(부장 남승찬 장로)는 “지난 해 총회임원회와 구제부, NGO 해피나우 등 총회 산하기관들은 긴급구호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아이티 대지진 구호를 위해 전국 교회를 상대로 약 30억 원을 모금했지만 해당 헌금은 실제 아이티 구호에 상당부분 쓰이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총회 허락 없이 아이티 긴급재난구호대책위원회를 임의 조직해 목적헌금을 전용했고 ▲아이티 현지에 건립 중인 비전센터와 관련, 법적·서류상 미비점이 있으며 ▲총회 상비부와의 업무 연계 없이 활동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모금한 약 30억 원 중 20억 원 가량이 현지 비전센터 건립에 들어갔고 직원급여와 생활비, 해피나우의 게스트 하우스 대여비로 약 12억이 사용되는 등 헌금의 대부분이 실제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총대는 “총회 이름으로 아이티를 돕는다며 교회를 상대로 모금을 했으면 그 돈을 아이티 정부에 전달하고만 오면 되는 일”이라며 “왜 많은 돈을 들여 현지에 건물을 짓느냐. 만약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렸다면 30억이라는 돈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관련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전용된 헌금은 전액 환수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피나우(당시 총재 김삼봉 목사, 이사장 길자연 목사) 사무총장 박원영 목사은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해피나우는 총회 아이티 긴급재난구호대책위원회에 속해 아이티 헌금을 모금하는 데 앞장섰고 비전센터 건립 등 아이티 헌금 사용에 가장 깊이 관여한 교단 산하 NGO다.

◈30억 중 12억이 급여와 생활비?=박 목사는 먼저 감사부가 직원급여와 생활비 등에 약 12억 원이 쓰였다고 한 것에 대해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며 “감사부가 언급한 직원급여와 생활비, 해피나우의 게스트 하우스 대여비 등에는 약 2억 원 정도가 들었고 나머지는 자가발전기와 현지 벽돌공장, 빵공장 등에 투입될 건설장비 마련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감사부 보고서에는 이 12억 원이 마치 직원급여와 생활비에 대부분 부분 쓰인 것으로 나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직원급여에 있어서도 국내 직원들의 급여보다는 아이티 현지인들에게 지급한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비전센터는 왜 짓나?=또 현지 비전센터 건립에 대해선 “단순히 건물을 짓는다는 것을 두고 이것이 헌금을 전용한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아이티 현지 사정과 국제개발 NGO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비전센터 부지에서 열린 착공식 장면. 서정배 당시 총회장을 비롯해 합동측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해피나우 제공

해피나우가 아이티 따바레시에 건립 중인 비전센터는 연건평 2천여 평의 5층 높이 건물로 현재 착공식을 마친 상태다. 향후 초·중·고교와 기술전문대학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주민들의 자립을 도울 벽돌공장과 빵공장도 들어선다. 따바레시는 해피나우에 50년간 6천여 평의 부지를 무상 제공키로 했다.

박 목사는 이 비전센터를 짓는 이유에 대해 “지금도 그렇지만 지진이 났을 당시 아이티 정부는 정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따라서 식량배급 등 긴급구호를 우선 진행했고 중·장기 계획에 따라 현지 비전센터 건립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 국내 NGO들은 학교와 농장 등을 통해 현지 주민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기아대책 글로벌전략기획실 이요셉 실장은 “기아대책은 현지 땅을 구입해 농장으로 운영 중이고 굿네이버스 역시 학교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식량을 전달하는 등 긴급구호는 모든 NGO들이 다 하는 것이지만 중·장기 계획에 따라 현지인들의 자활을 돕는 것은 전문적인 개발 NGO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단순히 돈을 전달하거나 식량을 주는 것보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해피나우가 비전센터를 건립 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티 정부에 돈만 전달하면 끝?=아울러 그는 “대지진 당시 아이티 정부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최근에서야 대통령이 선출된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구호금을 정부에 전달하면 그 돈이 어떻게 쓰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그것을 감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합동 감사부는 또 해피나우가 비전센터를 당초 약 1만6천 평의 부지에 짓기로 해놓고 실제론 6천여 평의 땅에 짓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박 목사는 “따바레시가 제공하겠다고 한 땅이 모두 세 곳이었고 이를 모두 합하면 약 1만6천 평”이라며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땅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6천 평이다. 세 땅을 전부 쓸 필요도 없고 애초에 그런 협약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부는 또 비전센터 건립이 계속 지연되고 있음에도 제빵 기계 등 완공 후 필요한 장비들을 미리 구입해 녹슬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비전센터를 지을 땅을 구입했는데 가짜 땅주인이 나타나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당시 혼란한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며 “어렵게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 계약을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 고의로 지연시킨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5일 당시 총회장이었던 김삼봉 목사를 비롯해 감사부장 남승찬 장로와 서기 정진모 목사 등이 현장을 직접 방문,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박 목사의 주장이다.

기아대책 역시 농장 운영을 위해 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가짜 땅 주인이 나타나는 등 해피나우와 같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GMS 소속 선교사는 배제?=이번 총회에서 한 총대는 해피나우가 총회 산하 GMS(총회세계선교회) 선교사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아이티 긴급구호 당시 GMS 소속 도미니카 선교사의 도움을 받고 그 분과 함께 일했다. 독자적으로 행동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또 올해 1월에도 GMS의 추천을 받아 한 선교사 부부를 아이티 현지로 파송했다. 다만 그 분들이 후에 독자적으로 사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총회서 해명의 기회 없었다”=박 목사는 “감사부가 목적헌금의 전용을 지적하지만 이는 아이티 현지사정과 국제개발 NGO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며 ”해피나우의 헌금 집행도 총회장 김삼봉 목사(당시 아이티 긴급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부총회장 박정하 장로(실무위원장)와 긴급대책위원회 회계, 총회 회계, 서기, 총무(당시 이치우 목사) 등 까다로운 결제를 맡아 이뤄졌다. 이는 문서를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감사부가 이번총회에서 보고한 헌금지출내역 역시 이미 이전 95회기 총회에 다 보고된 내용이다. 이를 왜 다시 문제 삼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회가 조사처리위원회 구성을 결의했지만, 당시 총회에서 해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분명 해피나우는 다른 NGO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아이티 현지에서 진행했다. 전문 NGO의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는 현 시점에서 총회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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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아이티 #해피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