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30년간 건설현장 노동자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인데.."
19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3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인근 주민센터에 마련된 설명회장 앞에서 만난 민모(55ㆍ여ㆍ성남시)씨는 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5천만원 이상 계좌 4개에 모두 2억8천만원을 예금했다. 남편이 10년간 막노동판을 거쳐 20년간 환경미화원을 일해 모은 전 재산이다.

그는 "아들 둘 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한숨을 지었다.

이자가 높다고 해서 1년 단기로 넣어뒀는데, 만기(10월 20일)를 한 달 앞두고 영업정지돼 예금자보호 상한을 초과한 원금 일부를 잃게 된 것이다.

그는 "토마토저축은행과는 20년 가까이 거래했다"며 "3일 전인 지난 금요일에도 창구직원에게 (BIS 자기자본비율을) 물어보니 5%대라면서 걱정 말라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모(58ㆍ성남시)씨 역시 사정이 비슷했다.

그는 "20년간 막노동해 번 돈 8천400만원이 들어 있다"며 "목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 이제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딸 둘 결혼자금이자 막내 아들 대학 등록금"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4개 통장에 1억4천만원을 입금한 배성호(55)씨 역시 "아들 결혼자금으로 10년 전부터 토마토와 거래하면서 모은 돈이어서 배신감이 더욱 크다"고 했다.

그는 "사정이 이 정도라면 직원들도 눈치를 챘을 것"이라며 "이렇게 좁은 곳에서 설명회라고 하니 너무 무성의하다"고 저축은행을 성토했다.

결혼자금이 묶인 20대 예비부부도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답답한 토마토저축은행 예금자
(성남=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 신흥3동 주민센터에서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 예금자 설명회가 열려 한 예금자가 침통한 표정으로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모(27ㆍ여)씨는 "12월 초 결혼을 앞두고 이달과 다음달 만기로 결혼자금 4천만원을 넣어뒀다"며 "가전제품 계약도 했고 이달 안에 집 중도금도 내야 하는데 결혼을 미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저축은행으로 몰려든 사람 중에는 유난히 만기를 앞둔 사람들이 많았다.

토마토저축은행 수원지점에서 만난 김모(52ㆍ여)씨는 "딸의 결혼자금 1억원 가량을 꼬박 모아 다음 달 15일이 만기일이었다"며 "자려고 누울 때마다 행복하고 뿌듯했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수 있냐"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 전 만기가 됐으나 다시 돈을 예치했다가 피해를 보게 돼 분통을 터뜨리는 고객도 있었다.

권모(30ㆍ여ㆍ수원시)씨는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뻔히 알고 있었을텐데, 은행원이 왜 재예치하라고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예금자보호 규정을 제대로 몰라 피해를 보게 된 고객들은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한 30대 여성은 "내 이름으로 예금과 적금 6개에 1억6천만원이 들어 있다"며 "계좌를 만들 때 창구 여직원이 한 사람 명의라도 통장을 분산하면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해결되지 않으면 소송도 걸겠다"고 말했다.

노후자금을 저축은행에서 운용하던 70~80대 고령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손을 꼭 붙잡고 토마토저축은행 수원지점으로 나온 박모(72ㆍ여)씨는 불편한 모습으로 주변 사람을 붙잡고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지점장이 설명회에서 "인터넷 뱅킹으로도 돈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해도 박씨 부부는 "그게 뭐냐. 나도 할 수 있는 거면 적어달라"며 수첩을 내밀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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