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은 지난 10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미래목회포럼 제공

진보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와 보수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로 양분됐던 한국 개신교계 연합기구. 하지만 2년여 전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박위근 목사)이 분리된 후 홍재철 대표회장의 일방통행과 교계의 충분한 공감 없는 이단해제로 인해 예장합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수 연합기구를 만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대해 점검·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견목회자들로 구성된 미래목회포럼(대표 고명진·이사장 오정호)은 지난 10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014 한국교회, 길 잃은 연합운동 향방?'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진행을 맡은 미래목회포럼 대표 고명진 목사를 비롯해 이사장 오정호 목사, NCCK 서기 정성진 목사,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 유만석 목사,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상임회장 소강석 목사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한 목소리로 새 연합기구 탄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새 연합기구의 명분이 보수신앙을 지켜낸다는 것이지만, 결국 한국교회의 고질병인 분열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새 연합기구 논의를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교단 전체의 뜻을 묻고, 초교파 차원에서 교단장들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각 교단 총회장단과 연합기관의 장들을 초청하는 자리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패널들은 한기총 사태로 불거진 연합기관 분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도자들의 교권 다툼'을 꼽았다. 연합기관이 교권화되면서 기득권 싸움과 정치적 욕망에 치우쳐 본연의 사명과 역할을 망각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때일수록 신학적으로 민감하거나 대립할 수 있는 사안보다는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을 통해 화합해야 한다는 데 중론이 모아졌다.

다음은 이날 좌담회 패널들의 주요 발언들이다.

우선 미래목회포럼 고명진 대표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원인 진단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NCCK 서기 정성진 목사.   ©기독일보 DB

이에 대해 NCCK 서기 정성진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진영 논리가 더욱 더 고착화돼서 한 치도 서로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 속에서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고 분석했다.

정 목사는 "내가 속한 NCCK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펙트럼의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서 다른 쪽을 향해 손 내밀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소강석 상임회장은 "그동안 연합기관들이 사회를 향해 교회를 대변하는 역할을 건전하고 건강하게 잘 감당해 왔다고 본다"며 "그러나 정치화되면서 몇 명의 기득권 싸움과 정치적 욕망이 분열을 일으키고 개 교회에까지 상처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 상임회장은 "겉으로는 한국교회를 위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나만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바벨탑의 욕망이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유만석 한장총 대표회장   ©기독일보 DB

한장총 유만석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연합하지 못한 것은 개교회주의가 너무 팽배했기 때문이다"며 "목회자들부터 '내 교회'라고 하는 개교회주의가 강했다. 또한 연합기관이 본래의 순수성을 잃었다"고 전했다.

유 대표회장은 "처음에 동기는 좋았지만 명예, 권력의 맛을 느낀 사람들이 그걸 버려야 하는데 끝까지 그 맛을 챙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며 "비울 때 비우지 못하면 결국 썩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목회포럼 오정호 이사장는 "한국교회가 영적인 심근경색 갖고 있다고 본다. 순환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며 "연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민족과 열방의 복음화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공존하면서 상호존중해야 하는데 이걸 깨뜨리는 독선이 문제다"고 진단했다.

다음으로 미래목회포럼 고명진 대표는 "이같은 문제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연합운동에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며 패널들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요청했다.

미래목회포럼 이사장 오정호 목사   ©기독일보 DB

이에 대해 오정호 이사장은 "개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기위해 연합기관이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이단을 척결하고 성도들의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힘쓴 것은 긍정적 역할이라고 평가한다"고 답했다.

정성진 목사는 "'부활절연합예배'등 긍정적인 면이 많고 대정부적, 대사회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유만석 대표회장은 "한국교회를 지키고,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철폐' 등 대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개 교회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잘 컨트롤해서 한국교회에 유익을 끼치는 것이 (연합기구의) 핵심적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강석 상임회장은 "대사회, 대정부, 대언론 그리고 민족복음화를 위해 연합기관은 필요하며, 연합기관의 연합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각 연합기관들이 하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상임회장 소강석 목사   ©기독일보 DB

이에 대해 소강석 상임회장은 "문제는 사람이다"면서 "지도자 그리고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들의 의식 구조. 나여야만 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섬기고 친구를 서로 세워주는 이런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만석 대표회장은 "저를 포함한 한국 교계 많은 목회자들이 자기를 비우는 일을 하면 연합단체가 잘 될 것이다"며 "새로운 연합기구를 추진하는 목회자들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구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유 대표회장은 "그리고 진보와 보수 전체를 아우르며 대변할 수 있는, 진정한 대표성이 인정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데 이 일을 누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식한 생각을 털어놨다.

오정호 이사장은 "힘이 있다고 생각할수록 교단이 크다고 생각할수록, 더 낮은 자세로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향은 (예장) 합동과 통합이 연합의 자리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이제는 싸우지 말고 새롭게 화합을 모색해야 한다"며 "합동과 통합의 책임성 있는 분들이 만나서, 모든 연합기관의 문제와 양교단을 아울러서 충분히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진 목사는 "우리의 신학이 너무 폭이 좁아서 사람들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이 아니라 정죄의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나와 다른 것들을 틀렸다고 말하지 말고 폭넓게 이해해주는 방향에서 서로 대화한다면, 신학이 아니라 성경으로 얘기 한다면 절망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강석 상임회장은 "한경직 목사님이 계셨을 때처럼 다양성 속에 서로를 인정하고 통일을 이뤄갔던 시대를 이뤄보자"면서 "신학적 가치나 세계가 달라도, 서로 양보하고 세워준다면 얼마든지 연합운동 가능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고명진 목사

고명진 대표는 "오늘날 연합기관 분열의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들의 자리싸움, 즉 교권의 문제인 것으로 귀결된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하나로 연합할 수 있으려면 어떤 일들을 하면 좋을까?

정성진 목사는 "1년 전 종자연 문제와 학생인권조례, 금지법 독소조항 철폐를 위해 여러 기관들이 하나가 돼서 움직였던 것이 좋은 예라고 본다"면서 "또한 동성애 문제처럼 신앙에 큰 타격 줄 수 있는 문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 목사는 "사회가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의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보자로서 대사회적 역할을 감당한다면, '교리는 다르지만 봉사는 하나되게 한다'는 말처럼 일치를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고 말했다.

오정호 이사장은 "새로운 연합기구 논쟁이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걱정을 유발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최근 합동 교단을 주축으로 보수교단 연합기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성급하게 움직일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화를 거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강석 상임회장은 "새로운 연합기구를 만드는 건 정말 큰일이다. 막아야 한다"며 "한교연도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는가. 미래목회포럼이 지나치지 않게 정치적 색채를 띠면서 연합운동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고명진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한국기독교선교130주년 기념대회가 연합기관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드러내며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오정호 이사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목회자들뿐 아니라 한국교회 진정성에 대해 고민하는 성숙한 교우들의 생각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성진 목사는 "이번 대회는 미래목회포럼뿐 아니라 한교연, 한장총, NCCK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준비한다"면서 "여기서 미래목회포럼은 철저히 섬기는 역할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하며 좌담회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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