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나라가 재난과 전쟁 등의 상황에 대비해 가정에 비상식량과 생필품을 미리 준비하도록 권고하면서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최소 3일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물을 마련할 것을, 프랑스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은 72시간 비상 대비를 권고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세계 여러 나라가 거의 동시에 국민에게 비상식량을 준비하라고 하면서 한때 3차 세계대전이 임박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위기설이 삽시간에 번졌다. 하지만 이들 나라가 비상식량 비축을 국민에게 권고한 게 임박한 전쟁을 대비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세계 각국이 위기 대응에 나선 건 지구 환경 파괴에 따른 지정학적인 긴장과 함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어 보인다. 다만 미국만은 전쟁 상황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운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대규모 전쟁으로 전력망과 공급망이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해 미 본토의 주요 군사기지를 외부 지원 없이 최소 90일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포트리스(FORTRESS)' 전쟁 대비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 이어 다음 전쟁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들도 겉으론 자연재해 대비책을 말하지만 언제 벌어질지 모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예행연습 성격이 있다. 영국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불안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적대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 공급망과 다른 기반시설이 마비될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작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겐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최근 북한이 김포에서 불과 1.5킬로미터 떨어진 개풍군 해안가에 122밀리 자주포를 남쪽을 겨냥해 배치해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데도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의도와 목적이 없을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면밀히 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다양한 비상체제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는 데 반해 직접적인 전쟁 위협에 놓은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로부터 위기에 이토록 무사태평하냐는 말이 나오는 거다.

각국의 비상대응 지침이 오히려 국민의 심리적 불안을 부추길 거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작권 조기 회수 등에 매몰된 사이에 북한은 지뢰 도발과 방사포, 미사일 연속 발사로 전쟁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 김정은의 입에서 “평화는 힘으로만 지켜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게 아니라 거꾸로 국민이 국가의 안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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