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지 247만여 장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투표지의 수량과 인쇄 상태 등을 확인하고, 위조 여부를 비롯한 이상 유무를 조사하기로 했다.
검증은 당초 이날 오전 9시께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현장 촬영 허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지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일부 참관인이 개별 촬영 금지 방침에 항의하면서, 특검팀이 경기장에 들어간 지 약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절차를 시작했다.
특검팀은 논의 끝에 방송사 카메라 2대와 여야가 각각 지정한 참관인 1명씩의 촬영을 허용했다. 일반 참관인의 개별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지정된 인원에 한해 제한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 특검은 검증에 앞서 “지방선거 투표 중단 사태로 함축되는 대한민국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잘 알고 있고 막중한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검증과 수사를 통해 지난 선거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관 상태 확인부터 투표지 감정까지 단계별 검증
이번 투표지 검증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 아래 임의검증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기장 내부에는 테이블 40여 개를 설치했으며, 각 테이블에 계수기 4대와 선관위 직원 12명 안팎, 참관인 등을 배치했다.
특검팀은 대표 참관인이 입회한 가운데 경기장 내 148호와 150호를 열어 관련 물품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보관함은 2인 1조로 구성한 4개 조, 총 8명이 대표 참관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장 안으로 옮기도록 했다.
이후 서울시장·구청장 등 선거 종류별로 상자를 구분하고 현황과 봉인 상태를 점검해, 이상이 없으면 계수부로 순차 전달하도록 했다. 계수부에서는 상자를 개봉한 뒤 투표지를 나눠 검사와 수사관, 참관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장씩 수량과 인쇄 상태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육안 확인 과정에서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는 별도로 선별해 감정부에서 정밀 감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장비도 현장에 투입했다. 참관인은 검증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직접 투표지를 만지거나 개인 분석 장비를 사용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았다.
◈CCTV는 특검 사무실서 분석… 분류기 해킹 가능성도 조사
특검팀은 전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경기장 내부 CCTV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이 끝난 뒤부터 이날 검증 시작 전까지의 영상도 추가로 임의 제출받아, 외부 침입 등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특검 사무실에서 분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CCTV 영상을 공개적으로 분석하는 절차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CCTV를 통한 보관 과정 점검과 경기장 내 투표지 확인을 나눠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검증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별된 투표지는 송파구 선관위 도장으로 다시 봉인한 뒤, 선관위가 지정한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하도록 했다. 투표지 분류기 등 관련 장비는 별도로 수거해 해킹 가능성과 오류 여부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특검은 장비 조사와 관련해 투표지 검증 결과에 따라 대상과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투표지와 보관 영상, 관련 장비를 함께 조사해 선거관리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촬영 금지에 항의 이어져… 제한적 녹화 방식으로 조율
검증 착수 전에는 촬영 제한을 둘러싸고 현장 논쟁이 이어졌다. 특검 측이 개별 참관인의 촬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일부 참관인이 반발했다.
이 특검은 개인별 촬영을 모두 허용하면 절차 진행과 보안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관인들이 검증 과정에 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은 밝혔다.
이에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런 중차대한 수사 과정에 촬영을 못 하게 하는 게 맞느냐”며 “시간이 한 시간 늦어지더라도 조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부 참관인은 정당의 개입에 항의했고, 다른 참관인은 촬영을 허용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설전이 이어졌다.
특검팀은 방송사 카메라 2대가 경기장 2층에서 생중계 없이 녹화하도록 허용했다. 여야가 지정한 참관인 각 1명에게는 특검 측 장비를 제공해 촬영하도록 하고, 검증 절차가 끝난 뒤 장비를 회수하기로 했다.
◈특검 인력 110여 명 투입… 경찰, 현장 안전 관리
특검팀은 이날 오전 8시 28분께 경기장 내부에 진입했다. 해당 장소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송파구 개표소로 사용됐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집회가 넉 달 넘게 이어진 곳이었다.
검증에는 이 특검과 특검보 5명, 소속 검사 등 110여 명이 투입됐다. 서울경찰청은 4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150명, 형사·수사 인력 300명을 배치해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를 지원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번 임의검증이 수사 활동의 일환이며, 선거쟁송에 따른 재검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지방선거 당선인 결정이나 득표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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