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월 14일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용어를 바꾸고 ‘새로운 가족 유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자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계는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가족 유형’의 진의가 헌법상 혼인과 가족제도를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14일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용어를 바꿀 때라고 했다. 전통적 가족 관념이 강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상 VS 비정상’이란 이분법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족의 유형’에 대한 논의를 언급했다는 게 문제다.

‘새로운 가족 유형’이란 남녀가 결혼해 혼인신고를 한 전통적 가족 외의 형태, 즉 한부모 가족·비혼 출산·사실혼·동성 동반자 관계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교계는 대통령이 이 범주 안에 있는 ‘동성 동반자 관계’를 특히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의심하는 눈치다. 대통령이 당장 동성혼 법제화 문제를 꺼낸 건 아니더라도 적어도 동성 동반자 관계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해 결국 동성혼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거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의 발언 속에 최근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적 함의(含意)를 의심한다”며 성평등가족부의 사실혼과 비친족 동거 가구에 대한 가족지원 확대 정책을 꼬집었다. 한교연은 이 정책이 동성 간 사실혼 유사 관계에 관한 법원 판결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과 연결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등 700개 단체도 대통령이 ‘새로운 가족 유형’을 언급한 것이 동성 동반자 관계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해 궁극적으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한부모 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와 지원 확대를 명분으로 혼인·가족의 법적 개념까지 바꾸려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운 가족 유형’ 발언의 진의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고, 혼인과 가족의 헌법적 가치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면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명시적으로 한부모 가족·비혼 출산·사실혼 등 우리 사회 음지에 있는 이들을 양지로 불러내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헌법과 사회 통념이 정의한 혼인과 가족제도를 바꾸려 하는 건 위험하다. 국회 입법이나 헌법 개정 없이 행정 정책으로 배우자와 사실혼의 법적 경계를 넓히는 건 아무리 명분이 그럴듯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에 반하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발언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은 지난 9월 10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을 전면 개정한 인구전략기본법 이 시행되면서 새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인구전략위원회가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한 자리다. 그런데 ‘국민주권정부 인구비전 로드맵’을 국민에게 처음 공개하고, 인구문제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인구비전 로드맵’은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기피하고 부부가 출산을 꺼리는지에 대한 고민과나 대안 제시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쑥 ‘가족의 유형’을 바꾸자는 제안을 하니 많은 국민이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의심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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