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파운틴
제프 파운틴 작가.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제프 파운틴 작가의 기고글인 ‘사역 속에서 장애 너머의 은사를 바라보다’(Seeing beyond disabilities in ministry) 10월 21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제프 파운틴 작가는 슈만 유럽 연구 센터(Schuman Centre for European Studies)의 창립자이며 1990년부터 YWAM 유럽의 이사로 재직하며,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변화된 정치 환경에서 활동해왔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교회와 선교단체의 지도자들은 영국의 TV 수사 드라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난달 유럽 장애 네트워크(European Disability Network) 회원들과 함께한 줌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수사 드라마 속 장애인들이 유능한 전문가로 그려지는 모습에 주목했다.

이들은 동정의 대상이나 환자,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발휘하며 수사팀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으로 활약한다.

드라마 《사일런트 위트니스》(Silent Witness)의 클라리사 멀러리(Clarissa Mullery)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법과학 전문가다. 그는 뛰어난 지성과 전문성, 재치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는다. 《베라》(Vera)에 등장하는 헬렌 밀턴(Helen Milton) 역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인물들은 장애가 한 사람의 정체성 전체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장애는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그 사람의 경험과 역량, 가능성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돌봄의 대상에서 사역의 동역자로

우리는 한 사람의 가능성과 은사를 발견하기도 전에 이동 보조기구나 학습의 어려움에 먼저 주목하곤 한다. 이러한 시선은 낮은 기대치로 이어진다. 책임과 역할을 맡기기보다 돌보고 보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선의에서 출발했더라도, 당사자의 역량과 선택을 살피지 않는다면 일방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

장애로 인해 실제적인 제약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제약 속에서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이 미처 기르지 못한 역량을 발전시키는 이들도 있다. 회복탄력성과 결단력, 창의성, 공감 능력, 세심한 관찰력 등이 그 예다. 용의자를 쫓아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놓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는 수사관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사회는 장애를 둘러싼 장벽과 편견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놓쳐왔는가. 교회와 선교단체 역시 장애에 먼저 주목한 나머지 얼마나 많은 은사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교회는 주로 ‘장애인을 위한 사역’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어떻게 돌보고 도우며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지원할지를 고민했다. 이는 필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장애인과 함께 사역하고, 나아가 장애인 당사자가 주도하는 사역의 기회를 열어야 한다. 돌봄을 받는 사람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하나님께서 은사를 맡기신 동역자로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들

기독교 신앙은 모든 사람의 존엄을 인정하는 분명한 토대를 제공한다.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됐다는 믿음이다.

사도 바울은 교회를 하나의 몸에 비유하며,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오히려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한다. 또한 하나님께서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해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신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의 실제 모습은 이러한 성경의 가르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은사를 놓치고 있는가. “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를 먼저 묻느라, 선교사와 전도자, 교사와 상담가, 중보기도자와 지도자로 섬길 사람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와 아내 롬켜(Romkje)는 장애 네트워크 회원들과 교제하며 배운 내용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가장 먼저 새롭게 인식한 것은 장애인 공동체의 규모였다. 유럽장애포럼(European Disability Forum)에 따르면, 유럽의 16세 이상 인구 가운데 약 4분의 1인 1억 명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건물과 도로, 인도와 대중교통, 화장실과 업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누구나 접근하고 이동하며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인지 살피기 시작했다. 이러한 필요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데 일반 사회가 교회보다 앞서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접근성은 공동체 참여의 기본 조건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과 스스로 선택할 자유,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이 사회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도 담고 있다.

또한 장애를 인간의 다양성 가운데 하나로 인정하며, 기회의 평등과 접근성, 남녀평등을 강조한다. 장애 아동의 발달하는 역량과 정체성을 지킬 권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러한 원칙은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는 성경적 인간관과도 맞닿아 있다. 교회는 이를 제도나 시설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존엄과 공동체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질문부터 달라져야 한다. “이 사람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와 함께 “하나님께서 이 사람에게 맡기신 은사는 무엇이며, 우리 공동체는 그 은사를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질문은 장애인을 공동체의 주변에 머물게 하던 시선을 바꾼다. 사역의 수혜자로만 여기던 사람을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동역자로 바라보게 한다.

은사가 피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부터 당사자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접근성과 편의시설도 부가적인 배려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기본 조건으로 여겨야 한다.

눈앞의 제약만 보고 책임과 역할을 맡기지 않기보다, 당사자의 의사와 역량을 살피며 필요한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은사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모임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역하는 장애인들의 사례도 나눴다. 조니 에릭슨 타다(Joni Eareckson Tada)는 십 대 때 다이빙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갖게 됐지만, 이후 저술과 강연, 방송, 장애인 권익 옹호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신앙과 삶의 소망을 전해 왔다.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는 팔다리 없이 태어났으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역을 이어왔다. 그의 활동은 신체적 조건만으로 한 사람의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도의 음악가이자 전도자인 베니 프라사드(Benny Prasad) 역시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 음악 사역을 펼쳐왔다. 특수 제작한 봉고 기타를 연주하며 세계 245개 국가와 지역을 방문한 그의 여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역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잠비아 출신의 뷰엘라(Beulah)는 줌 모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들려줬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를 위해 아버지는 매일 자전거에 딸을 태우고 왕복 20㎞의 통학길을 오갔다. 그 헌신은 딸에게 자신이 사랑받고 있으며, 배움과 미래를 위해 지원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뷰엘라는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사역했으며,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교회가 어떤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들의 은사는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다. 그 은사가 발휘될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역시 온전히 기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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