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향한 나현서의 새로운 출발
몽골에서 이어지는 고재현의 축구 도전
두 선수의 길이 보여준 칼빈 축구의 가능성

최선 박사
최선 박사

나현서의 태극마크와 고재현(몽골 헌터스축구클럽)의 해외 도전을 바라보며 칼빈대학교 축구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대학 축구에서 한 명의 선수가 국가대표의 부름 받는 일은 개인의 영예에 그치지 않는다. 그 선수와 함께 땀 흘린 동료들, 매일 훈련을 설계한 감독과 코치, 선수가 운동과 학업에 전념하도록 뒷받침한 학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교와 후배들을 응원해 온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낸 하나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2026년 칼빈대학교 축구부에 뜻깊은 소식이 전해졌다. 2학년 나현서 선수가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U-21) 국내 소집훈련 명단에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26명의 명단 가운데 23명이 대학 선수였고, 나현서는 칼빈대학교를 대표해 그 경쟁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보다 먼저 칼빈의 유니폼을 입고 대학 무대에서 성장했던 고재현 선수(몽골 헌터스FC)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칼빈대학교 재학 시절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그는 2023년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칼빈대의 준우승과 함께 개인 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현재는 한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를 거쳐 몽골 무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의 축구 인생을 확장하고 있다.

두 선수의 길은 서로 다르다. 한 사람은 태극마크를 향해 가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해외리그에서 프로선수로 살아가고 있다. 고재현 선수가 소속된 몽골 헌터스축구클럽은 구단주 김동근 회장, 모정일 감독이 맡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출발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칼빈대학교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훈련하고 경쟁하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을 배웠다는 사실이다.

나현서가 말하는 칼빈대학교 입학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는 의외로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그는 입학 전에는 경기를 앞두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다잡았다면, 칼빈대 입학 후에는 경기 전에 기도하게 되면서 “믿음이 생기고 의지할 곳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 고백은 칼빈대학교 축구부가 지향해 온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칼빈대학교 축구부는 일반적인 대학 축구팀과 달리 채플과 예배, 성경 읽기와 묵상 등 영성훈련을 선수생활과 함께 강조해 왔다. 학교는 축구선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신앙과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나현서의 태도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답지 않은 겸손함이다. 그는 자신이 팀에서 “절대 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3·4학년 선배들을 보며 아직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선배들과 더 가까이 지내며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축구가 여전히 너무 좋기 때문에 즐겁게 훈련하면서 형들과 같은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자세가 성장의 출발점일지 모른다. 대표팀 선발은 완성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평가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번 소집의 목적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올림픽대표팀의 선수층을 넓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나현서에게 태극마크는 따라서 도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 그의 시선은 대표팀만을 향하고 있지도 않다. “우리 팀은 충분히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부족한 부분을 빨리 찾아 보완해 리그를 잘 마무리하고 왕중왕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특히 졸업을 앞둔 4학년 선배들과 감독·코치에게 좋은 성적을 “선물하고 싶다”는 말에서는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태극마크를 향해 가는 선수가 다시 자신이 속한 대학팀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현서가 현재 칼빈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고재현은 칼빈에서 받은 훈련과 경험이 졸업 이후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재현의 축구는 경기도 수원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조기축구 모임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공을 접했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던 중 유소년팀 감독의 권유를 받아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그가 말하는 축구의 아픔과 기쁨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다. 패배도 아프지만 자신과 팀이 준비했던 것이 운동장에서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때 더 아프다고 했다. 반대로 승리의 기쁨보다 준비한 전술과 움직임이 실제 경기장에서 구현될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대학 시절의 기억과도 연결된다. 고재현에게 칼빈대학교의 추억은 특정 경기 하나만이 아니다. 감독·코치·동료들과 경기를 준비했던 훈련, 영상미팅,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단단해져 갔던 시간”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전국대회 준우승, 리그 우승, 여러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위해 이동했던 기억도 그의 선수생활을 이루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공식 기록에서도 당시 칼빈의 성장은 확인된다. 2023년 제19회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칼빈대는 한산대첩기 준우승을 차지했고, 고재현은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당시 김상호 감독과 김동우 코치 역시 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선수 한 명의 수상 뒤에 지도자의 훈련과 팀 전체의 성장이 함께 있었다는 의미다. 고재현은 동남아시아를 거쳐 이제는 몽골에서 외국인 선수, 이른바 ‘용병’으로 뛰고 있다. 익숙한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자국 선수가 아닌 외국인 선수로 경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선수로서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한국과 몽골의 축구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고재현이 경험한 몽골 축구는 한국보다 수비가 거칠고 심판의 경기 운영도 상대적으로 관대하며, 경기 스타일 역시 더욱 직접적이고 힘을 강조하는 편이다. 하지만 낯선 환경 자체가 선수에게는 새로운 학교가 된다.

그의 꿈도 화려한 한 문장보다는 현실적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발전하고, 여러 부분에서 스스로를 책임지며 꾸준하게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다.” 칼빈에서 주장으로 책임을 배웠던 선수가 이제 해외에서는 자신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프로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현서의 대표팀 선발과 고재현의 해외 진출을 단지 두 선수 개인의 성공담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칼빈대학교 축구의 의미는 선수 한 명의 재능을 학교 전체가 어떻게 성장의 과정으로 연결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매일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부딪히는 감독과 코치가 있다. 대학선수의 4년은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이지만 한 사람의 성품과 직업의식이 만들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훈련계획을 세우고, 경기영상을 분석하고, 선수의 장단점을 찾아내고, 패배한 다음 날 다시 운동장으로 불러내는 일은 지도자들의 몫이다.

칼빈대 축구가 전국대회 준우승을 기록하고 대학축구 1부 무대에서 경쟁해 온 배경에도 이러한 과정이 있었다. 김상호 감독은 과거 1부리그 진입 당시에도 선수 개인의 기량 발전을 중요한 지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학축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운동장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황건영 총장을 중심으로 한 학교의 관심과 행정적 뒷받침, 스포츠 인재를 교육할 수 있는 대학의 학사 환경, 선수들의 신앙과 인성을 함께 바라보는 교육철학이 맞물려야 한다. 현재 칼빈대학교는 스포츠지도학과를 정규 학과로 운영하며 스포츠 분야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칼빈의 특징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는 데 있다. 축구를 단순히 운동으로만 보지 않고 한 사람을 세우는 교육의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기도와 예배, 공동체생활을 경기력과 반대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선수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책임감을 배우는 과정으로 연결해 왔다.

나현서가 경기 전 기도에서 새로운 믿음을 경험했다고 말하고, 고재현이 해외에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 뒤에는 동문 공동체가 있다. 칼빈대학교 총동문회는 오랫동안 모교 발전과 후배 세대를 위한 장학 지원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다. 축구부에 대한 특정한 직접 지원 여부를 떠나, 학교와 후배를 위해 힘을 모으는 동문 문화는 대학 전체의 든든한 저변이다. 선배가 후배의 꿈을 지지하고, 후배가 다시 학교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순환이 만들어질 때 대학의 힘은 규모 이상의 것이 된다.

바로 그런 점에서 고재현과 나현서의 이야기는 연결된다. 한때 칼빈의 주장 완장을 찼던 선배가 몽골에서 칼빈의 이름을 품고 뛰고 있고, 그 뒤를 잇는 2학년 후배는 대한민국 올림픽대표팀 유니폼을 바라보고 있다.

고재현의 해외 진출이 후배들에게 “칼빈에서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나현서의 대표팀 선발은 “칼빈에서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대학의 위상은 건물의 크기나 학생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구를 길러내고, 그 사람이 세상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대학의 또 다른 평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칼빈대학교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 한 명, 한 명은 단순한 대학 축구선수가 아니다. 누군가는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누군가는 프로선수가 되어 해외로 향할 수 있으며, 또 누군가는 축구를 통해 배운 책임과 신앙을 가지고 지도자와 스포츠 선교사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나현서와 고재현의 이야기가 더욱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극마크와 해외무대라는 두 개의 길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출발점은 하나다. 한 선수를 믿고 기다려 주는 감독과 코치, 학교의 지원, 함께 뛰는 동료, 기도하는 공동체, 그리고 후배의 꿈을 응원하는 동문들이 있을 때 작은 대학의 운동장에서도 큰 꿈은 자란다.

이제 칼빈대학교 축구부에 필요한 것은 한 번의 대표팀 선발을 자랑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나현서, 두 번째 고재현을 계속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선수 발굴과 훈련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업과 신앙, 경기력을 균형 있게 지원하며, 졸업생과 재학생이 연결되고, 총장과 교수·직원, 감독·코치, 총동문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선수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구조가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나현서의 태극마크는 우연한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칼빈 축구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고재현의 해외 도전 역시 한 선수의 특별한 선택을 넘어, 후배들에게 더 넓은 무대를 꿈꾸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언젠가 또 다른 칼빈의 젊은이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거나 세계 어느 리그의 그라운드에 서게 될 때, 우리는 오늘의 두 선수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칼빈에서 꿈꾸어도 된다. 칼빈에서 대한민국으로, 그리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최선 박사(Ph.D.,Th.D.)
칼빈대학교 대우교수
서울경찰청교경회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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