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스리랑카의 종교 박해는 주로 싱할라족 불교 민족주의 세력에 의한 기독교인과 무슬림 탄압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또 다른 박해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스리랑카 북부와 동부 지역의 타밀족 사이에서 힌두 민족주의, 이른바 ‘힌두트바(Hindutva)’에 영향을 받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인도의 힌두 우파 세력으로부터 이념적·조직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콜롬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와 국제 종교자유 감시단체들이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해 온 가운데,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기독교 옹호단체인 스리랑카복음주의기독교연맹(NCEASL)도 현장에서 수집한 증언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종교자유 감시단체들은 싱할라-불교 민족주의와 타밀-힌두 민족주의라는 두 민족주의의 확산이 스리랑카의 기독교 소수자, 특히 힌두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타밀족 신자들에게 더욱 불안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힌두 민족주의 세력의 확산
2025년 12월 국제조직적증오연구센터(CSOH)가 발표한 보고서 ‘스리랑카에서 나타나는 증오의 새로운 양상’은 2016년 이후 타밀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이 풀뿌리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바 세나이(Siva Senai), 루드라 세나(Rudra Sena), 라바나 세나(Ravana Sena) 등을 대표적인 세력으로 지목했다.
활동가들은 2016년 바부니야에서 ‘시바 세나이’를 창립했다. 이 단체는 ‘싱할라화’와 타밀 지역에서 증가하는 기독교 및 이슬람의 영향으로부터 ‘힌두 유산과 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2020년에는 루드라 세나가 결성됐으며, 라바나 세나 역시 스리랑카 북부와 동부에서 세력을 확대해 왔다.
시바 세나이의 핵심 조직자인 마라반풀라부 사치타난탄은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체 창립에 앞서 인도의 시브 세나(Shiv Sena), 민족봉사단(RSS), 세계힌두협의회(VHP), 고아 지역의 힌두 자나 자그루티 사미티(Hindu Jana Jagruthi Samithi) 등 여러 단체와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가브리엘 NCEASL 부총무 겸 종교자유·구호·개발 담당자는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스리랑카 남부에서 주로 나타났던 박해 양상과 구별되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 예배에 대한 반대와 비윤리적 또는 강제 개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는 점에서는 유사성이 있다”며 “그러나 북부와 동부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남부에서 흔히 나타나는 싱할라-불교 민족주의가 아니라 점차 힌두 민족주의의 틀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힌두 민족주의 세력의 언어가 기존의 반기독교적 수사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브리엘은 “시바 세나이와 같은 단체들은 힌두교의 신 시바에서 비롯된 ‘시바부미(Sivabhoomi·시바의 땅)’와 같은 개념을 내세우며, 기독교로의 개종을 타밀 힌두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한다”며 “때로는 타밀 기독교 자체를 타밀 문화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기독교인들은 단순히 종교적 위협으로만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타밀인’이 아닌 존재로 취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사건으로 나타난 박해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23년 8월 스리랑카 언론인 스칸다 구나세카라는 타밀족 시민사회 인사들이 ‘힌두 민족주의의 급증’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인권위원회 전 위원인 암비카 사트쿠나나탄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타밀 공동체 내부에서 힌두교 다수주의와 민족주의를 촉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지난 7년 동안 반무슬림·반기독교 수사가 증가했고,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NCEASL의 자체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됐다.
가브리엘에 따르면 2025년 3월 스리랑카 북부 자프나에서 시바 세나이 회원들이 한 기독교 교회의 연례 축복예배를 방해하고, 해당 교회가 종교 개종에 관여하고 있다며 모임에 반대했다.
다만 NCEASL은 힌두교 신자나 공동체와 관련된 모든 사건을 조직적인 힌두트바 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가브리엘은 “모든 사건을 조직적인 힌두트바 단체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보다 광범위한 패턴”이라며 “시바 세나이와 루드라 세나 같은 조직들이 공개적으로 개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 힌두트바 운동과 연관된 서사를 점점 더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바 세나이가 인도의 RSS, VHP, BJP 등과 연계하고 교류해 온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NCEASL이 2026년 5월 발표한 보고서 ‘기로에 선 권리: 스리랑카 종교 공격에 대한 법적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스리랑카 전역에서 종교적 동기에 따른 사건은 모두 8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8건은 기독교인을, 22건은 힌두교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었다.
타밀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북부주 킬리노치 지역에서는 12건이 발생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건이 기록됐다. 가장 많은 지역은 15건을 기록한 감파하였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앨런 키넌 역시 “스리랑카 타밀족 사이에서 힌두트바식 정체성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종교적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힌두 활동가와 불교 민족주의 활동가 사이의 잠재적이고 불안정한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보다는 ‘수렴’ 단계
NCEASL은 힌두 민족주의 세력과 불교 민족주의 세력 간의 협력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가브리엘은 “NCEASL은 종교자유 문제를 단순히 싱할라-불교 민족주의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종교 민족주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두 세력이 스리랑카 전역에서 조직적으로 연합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스리랑카 전역에서 불교와 힌두 민족주의 세력이 조직적인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보다 직접적인 우려는 서로 다른 민족주의 운동이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공동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에서 힌두트바 이념과 조직의 영향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가브리엘은 “특히 시바 세나이와 관련 네트워크를 통해 힌두트바 담론과 조직적 영향력이 인도에서 스리랑카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들 단체에 인도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싱할라-불교 민족주의 세력과 인도 RSS 사이에 교류가 시도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은 옹호 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대응 과정에서 극단주의를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힌두교나 불교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힌두트바와 스리랑카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힌두교 전통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종교 민족주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종교자유 감시단체들은 스리랑카의 이러한 현상을 남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보다 광범위한 흐름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인도기독교연합포럼(UCF)에 따르면 2024년 인도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834건으로, 2023년보다 100건 증가했다.
일부 분석에서는 이러한 증가세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2014년 중앙정부를 처음 구성한 시점부터 두드러졌다고 지적한다. 힌두트바 활동가들과 국가기관이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개종금지법을 점점 더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의 기독교 공동체는 타밀나두 지역의 힌두 민족주의 세력과 스리랑카 북부·동부의 타밀 지역 단체들을 연결하는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이러한 흐름이 스리랑카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개입도 문제
스리랑카의 헌법 체계 역시 종교적 긴장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국무부의 2023년 국제종교자유보고서는 스리랑카 헌법이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불교에 국가 종교 가운데 ‘최우선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브리엘은 국가기관이 종교 박해에 연루되는 방식이 반드시 직접적인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행정적 압력이나 보호 의무의 실패, 경찰 권한을 이용해 예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경찰의 소환을 받는 목회자들이 있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교회 등록을 요구하거나 예배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에 대한 감시와 종교 공동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등록 요건이 소규모 임차 예배처소를 운영하는 교회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과 국가기관의 대응이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가브리엘은 “평화적인 예배를 단순히 중단시킬 수 없다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한 경찰관들도 있다”며 “문제는 법 집행이 일관되지 않고, 지역 종교·사회단체가 때때로 국가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는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스리랑카를 65위로 평가했으며, 박해 점수는 55점으로 집계했다. 2025년 보고서는 스리랑카의 주요 박해 요인으로 ‘종교 민족주의’를 지목하면서 특히 불교 또는 힌두교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이 가장 강한 박해를 경험한다고 분석했다.
교회 등록제도 개선 등 개혁 촉구
NCEASL은 교회에 대한 규제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은 “NCEASL이 가장 중요하게 우려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예배 장소에 대한 규제”라며 “법적 지위를 원하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투명하며 간소화된 등록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을 예배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조건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건축과 도시계획 관련 일반 규정 역시 모든 종교 공동체에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적 승인 절차를 이용해 소수 종교의 예배 장소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2022년 교회 등록과 관련해 발표된 행정지침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브리엘은 “선동과 종교적 증오를 다루는 법률을 일관되게 집행하고, 경찰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며, 종교의 자유(FoRB)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며 “불교·힌두교·기독교·이슬람 공동체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혼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위 경찰 관계자들이 등록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올바르게 설명한 사례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동일한 등록 요건이 요구되고 있다”며 “정부가 종교 극단주의적 담론에 대응하기 위한 초기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정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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