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국제 금융·교역망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대규모 경제 압박에 착수했다. 이란과 거래를 이어가는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에도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제3국을 겨냥한 ‘경제적 고립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미 재무부는 이날을 이란을 상대로 한 ‘경제적 D-데이’라고 표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대며 “전 세계에 걸쳐 이란의 금융 연결망을 겨냥한 경제적 총공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압박해 자금 흐름 자체를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이란 거래 지속하면 2차 제재…美 금융망 배제 가능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2차 제재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기업과 금융기관 등을 파악한 뒤 개별적으로 거래 중단 시한을 통보할 방침이다. 해당 시한 이후에도 거래를 이어갈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등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는 것이 목표”라며 이란의 자금 세탁을 돕는 기관은 미 달러화 금융시스템에서 퇴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제재 적용 시점은 대상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교역국에 즉시 전면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이란과의 거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일정 부분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구체적인 2차 제재 대상국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과 원유 및 교역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이 주요 압박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변수는 중국…이란산 원유 90% 이상 구매
이번 대이란 경제 제재의 실효성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중국이 꼽힌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란산 원유 약 312억달러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화로 약 43조1000억원 규모다.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90% 이상을 구매하는 최대 고객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하루 평균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약 140만배럴로 추정된다.
가디언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인도 등 주요국이 2차 제재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에 실제로 제재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누구도 미국의 제재가 미치지 않는 곳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를 현금화하는 거래망에 참여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면 제재는 신중…금융·원유시장 충격 고려
미국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주요국에 즉각적인 전면 제재를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 일정한 정리 기간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급격한 제재가 세계 금융시장과 국제 원유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AP통신도 이번 발표에서 어떤 국가와 기업이 실제 2차 제재 대상에 포함될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미 재무부는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과 사이버 활동, 원유 수출 등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기업과 개인, 선박 약 60곳을 별도로 제재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 기반을 둔 업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이번 조치를 미국이 군사·외교적 압박에 이어 경제적 수단을 통해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평가했다.
시나 투시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약 6개월 동안 군사·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한 미국이 강화된 경제 압박을 통해 목표를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의 ‘경제적 D-데이’가 실제로 이란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2차 제재가 어느 수준까지 집행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과의 거래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