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중증 치매를 앓던 61세의 가톨릭 신자가 허위 신성모독 혐의로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던 중 교도소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7월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부실한 의료 지원과 악법으로 꼽히는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남용 실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고 있다.
기독교 옹호 단체 크리스천 트루 스피릿(CTS)에 따르면, 펀자브주 라호르 출신의 아미르 피터(61)가 지난 7월 1일 재판을 앞두고 교도소 내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사했다. CTS의 캐서린 사프나 전무이사는 그의 보석 신청을 지원할 의료진의 법정 출석을 불과 며칠 앞두고 피터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터는 지난해 7월 19일 동네 식료품점 주인인 무슬림 사노르 알리를 모욕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피터가 물건값을 과도하게 청구했다며 상점 주인에게 항의하자, 앙심을 품은 주인이 그를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며 고발한 것이다.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295-C조에 따르면 이슬람 예언자를 모욕할 경우 의무적으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바가지요금 항의가 신성모독 고발로 변질... 경찰 가혹행위 의혹 제기
CTS 측은 상점 주인의 고발이 명백한 허위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프나 이사는 경찰이 작성한 최초 정보 보고서(FIR) 내용이 매우 부실하며, 피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욕적인 발언을 했는지 단 한 줄도 명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순한 개인 간의 말다툼이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또한, 피터는 체포 전 상점 주인 측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했으며, 경찰 구금 중에도 가혹행위를 겪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프나 이사는 피터가 경찰로부터 저지르지 않은 죄를 자백하라는 강압적인 압박과 구타를 당했지만, 자신이 종교를 모욕한 적이 없다며 끝까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전 정부 산하 대학에서 하위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피터는 이미 중증 치매를 앓고 있던 상태였다. 그는 라호르 지방 캠프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결국 펀자브 정신건강연구소(PIMH)로 이송됐다.
병세 악화에도 방치... 의료진 법정 증언 앞두고 끝내 숨 거둬
PIMH 의료진은 피터의 정신 상태가 정상적인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CTS 변호인단은 이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에 의료적 사유를 근거로 한 보석을 청구했다. 지난 6월 29일에 열린 심리에서 담당 판사는 다음 재판 기일에 피터를 진찰한 의사가 법정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
보석 심리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피터는 결국 열악한 교도소 환경과 부실한 의료 지원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사프나 이사는 피터의 건강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교도소 당국이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자를 방치했다고 비판하며, 피터의 죽음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 내에서 개인적 원한을 갚거나 소수 종교인을 탄압하기 위해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이 어떻게 악용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권 단체들은 해당 법이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정당한 사법 절차 없이 폭도들에 의한 린치나 사적 제재를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장기 수감 후유증으로 사망한 목회자 비극 재현... 국제사회 비판 고조
CDI는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으로 인한 비극적 사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불과 몇 달 전, 지저스 월드 미션 교회를 설립한 자파르 바티 목사가 13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석방 이틀 만에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슬람 성직자의 허위 고발로 2012년에 수감되었던 바티 목사는 교도소의 부실한 의료 조치로 인해 심장 기능의 85%를 상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사회는 정부의 방관 속에서 자행되는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실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 기독교 선교 단체 오픈도어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이 가장 극심한 박해를 받는 국가 8위로 선정했다. 단체는 만연한 사회적 차별, 폭도들의 폭력, 강제 개종과 함께 사법 당국의 느슨한 법 집행이 소수 종교인들을 범죄의 표적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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