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교수
김현철 교수

장기 상영 중인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개봉 한 달도 되지 않아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하던 중, 문득 ‘헤일메리(Hail Mary)’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이 표현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떠오른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훗날 NFL에서 활약한 쿼터백 더그 플루티(Doug Flutie)가 보스턴 컬리지 재학 시절, 경기 종료 직전 던진 전설적인 장거리 패스였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약 60야드를 가로질러 기적처럼 터치다운으로 연결되었고, 보스턴 컬리지를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중계진이 외쳤던 “Hail Mary!”라는 한마디는 지금도 많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헤일메리’라는 표현은 본래 ‘아베 마리아(Ave Maria)’에서 유래한 말로, 이를 굳이 직역하면 ‘마리아에게 드리는 경건한 기도’ 정도가 된다. 풋볼에서 이 표현은 사실상 정상적인 전술로는 승산이 없을 때 시도되는, 절박하게 던지는 장거리 패스를 가리킨다. 성공 확률은 극히 낮지만 마지막 순간에 던지는 승부수인 셈이다. 말 그대로 기도하는 심정으로 던지는 패스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품고 있는 절박함 또한 바로 이 ‘헤일메리’라는 표현이 지닌 본질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야기는 태양 에너지의 감소라는 관측에서 시작된다. 그 원인은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지의 생명체였다. 별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이 존재는 결국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 위기에 직면하여 인류는 최후의 대응으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가동한다.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 시도는 작품 전체의 핵심 축이 된다.

이 책은 철저히 과학의 언어로 전개된다. 모든 문제는 관찰과 실험, 계산과 검증을 통해 해결된다. 기적이나 초월적 개입에 기대지 않고, 과학적 사고와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진 주인공 과학자 이름이 공교롭게도 라이랜드 그레이스(Ryland Grace), 즉 ‘은혜’이다. 작품의 제목 역시 ‘헤일메리’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수록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기독교가 오래전부터 말해 온 사랑과 희생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어내는 것이 그렇게 무리가 아닌 듯도 싶다.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에서, 프로젝트가 향하는 우주는 모든 사회적·정치적 조건이 제거된, 일종의 광야와 같은 공간으로 읽힌다. 모세가 백성을 이끌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갔듯, 그레이스 역시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 즉 ‘구원의 방식’이다. 인류를 살리기 위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 곧 하나님 구원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헤일메리'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절정은 그레이스가 영웅으로 귀환할 것인지, 아니면 우주에서 우정을 나눈 외계인 로키와 그의 종족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내게 남겨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 영웅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 둘. 에리드로 가서 외계인 종족을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굶어 죽는다."(655쪽) 합리적으로 계산한다면 첫 번째 선택이 정답이다. 그러나 그는 두 번째 길을 택한다. 이 순간 소설의 중심은 과학과 생존으로부터 하나님 은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종교와 사랑으로 옮겨간다.

예수는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요15:13)고 했다. 그레이스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떠났지만, 결국 한 친구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다. 계산과 효율이 지배하던 세계는 자기희생이라는 선택 앞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프로젝트 헤일메리

소설은 끝까지 과학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다. 신의 기적도, 초자연적 개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놀랍게도 사랑과 희생이라는 가치이다. 인류를 구하는 방법은 과학이 찾아냈지만, 그 방법을 완성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한 인간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비로소 제목의 '헤일메리'와 주인공의 이름 '그레이스'가 하나의 의미로 연결된다. 마지막 희망(Hail Mary)은 결국 은혜(Grace)를 통해 완성된다.

과학은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완성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선택한 ‘헤일메리’에 의지한 사랑이었다. 이 책은 과학의 언어로 시작하지만, 사랑의 언어로 끝나는 작품이다. 신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희생을 이야기하고, 기적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구원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이 뛰어난 SF를 넘어, 성경이 오래전부터 들려주었던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 작품으로 남는 까닭이다.

김현철(초당대 교수, 월광교회 안수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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