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규모 7.2와 7.5 강진이 연달아 덮친 베네수엘라의 사망자 수가 최소 1만 명에 달할 거란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기독교계 NGO들이 베네수엘라 이재민을 위한 긴급구호에 착수했다. 주요 NGO 단체들은 우선 피해 지역에 식량과 식수 등 생필품 지원부터 시작해 위생 서비스, 아동보호 및 심리·사회적 지원 제공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교회봉사단은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교봉은 회원 교단과 교회들을 중심으로 모금한 구호 성금을 베네수엘라 대사관과 한인연합회, 선교사협의회, 한인침례교회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에 대응하는 긴급구호 최고 단계를 선포하고 현지 파트너 기관과 협력해 피해 현황과 지원 수요를 조사하는 등 대응에 착수했다. 굿네이버스도 중남미권역본부를 중심으로 긴급구호 초동 대응에 나서 피해 지역 이재민 1000 가구를 대상으로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 긴급구호 키트를 배분하고, 임시 거주용 쉘터를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교단들은 지진 희생자들과 유가족, 구조대원들을 위한 중보기도를 시작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지난 29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지진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잃고 큰 슬픔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성령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며 한국교회에 특별한 기도와 후원을 요청했다.
글로벌 구호단체들도 현장 구호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이끄는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인 ‘사마리아인의 지갑’은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현장에 긴급 구호팀을 파견했다. 이 구호팀은 기반 시설이 붕괴된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와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며 전방위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라쿠이 동북동 28km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10~20km로 얕아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중북부 일대에서 건물 붕괴와 인프라 파괴로 이어졌다. 특히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 발생이 치명타가 됐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가 1719명 실종자 68,900명으로 집계됐으나 지진 발생 후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베네수엘라에 닥친 재난 상황에 전 세계 교회와 구호단체가 특별한 관심과 함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선 데는 베네수엘라가 오랜 기간 정치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모든 사회 기반 시스템이 붕괴한 안타까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자연재해를 스스로 털고 일어설 자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거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지진과 쓰나미 등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장사는 없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가 안정된 나라, 자유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건전한 시장 경제가 뿌리내린 나라일수록 스스로 털고 일어설 자구력과 회복력이 있다. 정상 작동하는 위기대응 시스템과 정치적 리더십, 국민적 단합력이 더해져 희생을 최소화하고 후유증도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운 나라에 속한다. 독재 정권이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포퓰리즘’ 정치에 의해 사회 제도적 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국민의 삶이 경각에 달한 상황이 현실을 말해준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가 수년째 이어진 경제 파탄과 대규모 인구 유출로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갑자기 닥친 지진에 정부가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란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베네수엘라 재난은 실은 1999년 집권한 차베스 대통령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군부 실력자였던 차베스는 권력을 쥔 후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막대한 석유 수입을 공공주택과 의료 등 복지사업에 투입했다. 차베스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실시한 대표적인 표퓰리즘 사업이 바로 ‘사회주택’인데 건설 과정에서 부실시공과 안전 점검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적 야욕이 세계 굴지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시장 경제를 파괴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로 만들었으며 국민의 생존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온 거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한 후 권력을 승계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의해 확대 재생산됐다. ‘차비스모’라고 불리는 차베스식 통치 모델은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하기까지 27년간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사회를 황폐화시켰다.
실례로 베네수엘라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75%나 감소하고, 국민 4명 중 1명이 외국으로 탈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잘못된 정책의 궤도 수정없이 정권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소방 장비 구입에 쓸 예산으로 시위 진압용 물대포를 사들인 결과 오늘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주민들이 맨손으로 파헤쳐가며 생존자를 찾는 참담한 현장으로 만들었던 거다.
기독교계와 국제구호단체들은 베네수엘라 재난이 일회성 긴급구호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과 회복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정이 투입돼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런 재난 현장에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건 베네수엘라에 닥친 현실이 성경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강도 만난 이웃”과 똑같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정치 상황이 어떻든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더는 일에 한국교회 성도들이 중보기도와 구호헌금에 힘을 보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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