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우 목사
한평우 목사

로마 황제 가운데 스스로 제위에서 물러난 특별한 황제가 있다. 그 사람이 바로 기독교인들을 극심하게 핍박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285-305)황제다. 콘스탄틴 대제를 언급하는 동안 한 번쯤은 돌아보는 것도 유익하겠다 싶어 소개한다.

로마의 카타콤베에 가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통치하던 시절에 순교한 성도들이 많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현재의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 출신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가문도 별 볼 일 없다. 그런데 군에 입대하여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하였기에 졸병에서부터 사령관, 그리고 황제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황제에 오르자 혼란스러운 로마를 정비했고 강력한 제국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 후, 로마제국이 너무 광대하다고 여겨 동서로 나누어 통치하도록 제도화하였다. 동서를 나누어 정제(Augustus)와 부제(Caesar)를 두어 분할 통치하고 20년이 되면 후임에게 물려주고 자동 퇴임하도록 하는 당시로는 놀라운 규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305년이 되자, 동로마 황제인 자신이 물러났고, 자신의 임명한 서로마 황제 막시미아누스(Maximianus,286-305)도 물러나도록 했다. 그는 이런 제도가 오래도록 정착되기를 갈망했다. 아마도 3세기 로마제국은 군인 출신 황제들의 난립으로 국력이 쇠약해졌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연유로 물러나자, 기다렸다는 듯 부제끼리 권력 다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로마 제국은 스스로 물러난 제위를 부제로 있던 사위 갈레리우스가 황제 자리를 인계받았다. 그런데 그는 기독교를 극심하게 핍박했던 자이었다. 그래서 장인 디오클레티아누스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기독교를 핍박하도록 한 자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심각한 질병이 찾아왔는데, 대장암이었다. 얼마나 심했던지 부분적으로 썩어갔고, 구더기가 생길 정도이었다. 그러자 자신에게 이런 몹쓸 병이 생긴 이유가 기독교를 핍박하였기 때문이라고 여겨 콘스탄틴 대제가 밀라노칙령을 선포하기 전에 이미 기독교에 대해 자유를 주는 칙령(311년)을 발표했다. 대신 자신의 병과 국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병으로 죽었다.

그 후 부제인 막시미누스 다이아와 리키니우스가 313년에 패권을 두고 싸웠는데, 결국 리키니우스가 승자가 되었다. 그는 동로마의 대권을 잡게 되자, 선왕의 비인 발레리아(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딸)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결혼을 거부하자, 그의 재산을 몰수하였고, 체포하려고 했다. 마침, 딸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아내인, 프리스가도 함께 위기에 처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전임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한 참 후배이자 부하이었던 리키니우스에게 아내와 딸을 내게로 돌려보내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리키니우스는 거절했다.

이제 힘이 빠져버린 노인네의 청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힘이 있을 때는 알아서 모시지만, 힘이 떨어지면 즉시 돌아서는 것이 세상의 풍토이다. 그래서 모든 권력자는 기를 쓰고서라도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반란이 일어나거나 부하들에게 독살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1천7백 년 전에 낭만적 감상에 젖어 제위를 스스로 물려주고 떠났으니 말이다.

아내와 딸은 모두 전임 황제의 아내이었지만, 신임 동로마 황제 리키니우스를 피하여 도망치다가 체포되어, 데살로니카에서 흉악하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일설에 의하면 목이 잘리고, 그들의 시신은 바다에 던져졌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들 모녀는 남편들이 기독교를 강퍅하게 핍박했던 것과는 다르게 돈독한 신앙인이었다고 한다. 아내와 사랑하는 딸이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비참하게 살육 당할 것을 알았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콘스탄틴 대제
콘스탄틴 대제

이런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던 콘스탄틴 대제는 리키우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후에 두 사람이 패권을 놓고 격돌하게 되자 전력을 다해 싸우지 않았을까 싶다.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 콘스탄티우스를 중용하여 부제로 임명한 황제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아버지를 부제로 세우지 않았다면 현재의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윤리적으로 아버지로 여겼던 황제 갈레리우스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고 부인이 되어달라고 하자, 거절당했다고,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까지 참살한 잔인한 자가 통치자가 될 때, 차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을지 상상이 간다.

인간 역사는 황제들이 만들어가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야말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세상 역사를 다스리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고로 권력을 손에 쥐게 된 자들마다 먼저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언제 누가 보더라도 올바르게 통치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때에 심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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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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