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제의 크레파스
©도서 「두제의 크레파스」

예술의 꿈을 품고 독일로 떠났던 청년이 아프리카의 험지 기니비사우의 선교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목숨보다 사랑했던 스무 살 딸을 잃고 낡은 크레파스 조각으로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가슴 먹먹한 35년의 기록이 출간되었다.

EBS 지식채널 e ⟨크레파스⟩와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을 통해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던 그 이야기, 『두제의 크레파스』다.

화가에서 선교사로… 우연을 가장한 섭리와 부르심

독일 유학 중이던 저자는 뜻밖의 만남들을 통해 화가에서 선교사로 삶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한다.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이끌고 밟은 아프리카 기니비사우에서 그는 내전의 참혹함을 마주한다.

어느 날 현지 경찰이 뜬금없이 이방인인 그에게 ‘크레올어 성경책’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진다. 놀랍게도 그가 여행 가방을 챙기며 무심코 던져 넣었던 정체불명의 까만 책자가 바로 현지어인 크레올어 신약성경이었다. 저자는 이 기적 같은 섭리의 순간을 겪으며, 기니비사우가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신 소명의 땅임을 확신하게 된다.

빗발치는 포탄과 핍박 속에 일궈낸 척박한 희망

그러나 소명의 땅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현실이었다. 빗발치는 포탄의 굉음을 피해 목숨을 걸고 달려야 했던 내전의 공포, 권총을 꺼내 들며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모슬렘 비밀경찰과 관료들의 위협, 그리고 끝없는 질병과 생계의 막막함이 가족을 덮쳤다.

그럼에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거친 붉은 땅 한가운데 기적처럼 얻은 터에 교회를 세우고, 현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예배당을 넘어선 삶의 희망을 묵묵히 일구어 나간다.

스무 살 딸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크레파스 조각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그곳에서 저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맞이한다. 괴한의 차량에 핸드백을 날치기당하는 과정에서, 갓 스무 살이 된 딸 ‘두제’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차디찬 절망과 상실의 끝에 서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딸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낡은 크레파스 조각들이었다.

"슬픔이 새겨진 그들의 얼굴을 그리는 동안 새로운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저자는 가장 열악하고 투박한 그림 도구인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고단한 삶의 흔적이 파인 아프리카 사람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다. 딸을 앗아간 비극의 땅이었지만, 슬픔이 새겨진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동안 그의 마음에는 어느새 새로운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두제의 크레파스』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맺은 고귀한 열매에 관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기록이다. 이해할 수 없는 짙은 고난 속에서 원망과 절망에 빠져 있거나, 상실 너머에 있는 용서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묵직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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