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호국보훈의 달'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서 6.25 전쟁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 해 말썽이다. 6·25전쟁을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취지라는데 중국의 명백한 역사 왜곡을 왜 우리 청소년에게 가르치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쟁기념사업회는 ‘6·25전쟁, 서로 다른 해석’이란 주제로 용산 전쟁기념관 특화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지난달 30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홈페이지의 안내 화면에 ‘6·25 전쟁’과 ‘항미원조’라는 용어를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그림은 삭제했다.
그런데 사업회가 6.25 전쟁을 기념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의 주제부터가 문제가 있다. 6·25를 한국과 중국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거란 설명인데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에 개입해 우리에게 입힌 피해와 고통이 얼만데 그들의 관점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가 뭐냐는 거다.
‘항미원조(抗美援朝)’는 ‘중공군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중국의 6·25 참전을 정당화하는 용어다. 이런 주장에 따라 6·25를 북침으로 선전해 온 중국의 논리를 ‘다양한 해석’이란 명분으로 포장한 거부터가 수상하다.
6·25는 북한 김일성이 중국 모택동과 소련의 스탈린의 허락과 지원을 받아 일으킨 남침 전쟁이다. 소련 붕괴 후 그 역사적인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중국은 자기들이 전쟁에 개입해 수백만명을 살상한 범죄를 은폐하고 미화할 목적으로 ‘항미원조’란 영어를 만들어 냈던 거다.
이런 명백한 역사 왜곡을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청소년들에게 교육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침략을 당한 나라 국민이 자국민 백만명 이상 살상한 침략자가 하는 주장을 ‘다양한 해석’으로 수용하려는 시도를 지금 대한민국 말고 어느 나라가 그딴 짓을 할지 궁금하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76년이다. 북한 공산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3년 1개월간의 전쟁 포성은 겨우 멈췄지만, 그 상흔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그걸 치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전쟁 기념사업회가 수많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동조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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