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대학가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의 주요 신학대들이 총학생회 차원의 규탄 대열이 뛰어들어 주목된다. 이들은 국민 참정권이 짓밟혔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힌 목소리로 촉구했다.
총신대는 선관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헌법 파괴 행위를 자행했다며 하나님의 공의를 무너뜨린 잘못을 회개하라고 했다. 장신대는 국민이 행사해야 할 선거권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뒤흔든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했다.
감신대는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무너진 선거 정의를 규탄하면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중앙선거관위와 국가 권력은 민주주의의 책임 앞에 서라고 했다. 고신대는 공정과 신뢰의 상징이어야 할 국가 기관이 도리어 유권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신뢰를 저버린 사태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신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행정적 무능을 넘어 국민들의 소중한 주권을 조직적으로 유린한 것과 다름없다 라고 했으며, 한신대는 유권자가 가장 기초적인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태라고 했다.
또 성공회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련의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으며, 목원대와 한세대는 투표용자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의사결정 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문제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에 이어 신학대학까지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 이처럼 동일한 목소리를 한꺼번에 낸 사례가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만큼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 특히 신학생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반증일 거다.
신학생들이라고 특정 정치 사안에 의견을 내는 게 드물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단순한 정치적 행동 양식으로 일반화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보수 성향의 신학대뿐 아니라 감신대, 한신대, 성공회대 등 진보적인 색채를 띤 신학대들까지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그렇다. 이 건 신학생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참정권 침해를 좌우 이념이 아닌 신앙 양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주요 신학대 총학이 발표한 시국선언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그리스도의 주권’, ‘하나님의 공의’, ‘성결’, ‘기독교적 양심’ 등 각 신학대가 가진 신학적 배경에 색깔에 따라 표현 방식이 약간씩 상이했을 뿐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지향점이 완전히 일치한다. 신학대가 발표한 성명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선관위의 단순히 실수와 무능으로 판단하지 않은 점이다. 이걸 부정선거로 규정하진 않았더라도 국민이 가진 한 표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선관위를 질타하며 개혁을 요구하고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부정이 아닌 부실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 하나 국민 참정권 훼손 사태의 진실을 덮기엔 젊은 세대의 신뢰가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게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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