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0은파키스탄 내 기독교 인권 단체들이 정부를 향해 종교 소수자와 여성 그리고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전면적인 헌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고 5월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조만간 의회에 상정될 예정인 제28차 헌법 개정안에 소수계층의 인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키스탄 소수자 연대(MAP)와 연대 단체 대표들은 지난 21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단체는 종교 소수자들이 파키스탄 국민으로서 동등한 시민권을 누리고 민주적 대의제에 온전히 참여하며 차별로부터 헌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필수적인 포괄적 개혁안을 전격적으로 제시했다.
헌법상 최고위직 출마 제한 철폐 및 직접 선거 도입 촉구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아크말 바티 파키스탄 소수자 연대 위원장은 비무슬림 국민이 대통령과 총리직에 오를 수 없도록 헌법으로 원천 봉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소수 종교인들이 직접적인 민주적 대표성에서 배제된 채 국가 최고위직에 오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파키스탄이 다원주의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바티 위원장은 상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법 앞의 평등과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기회를 철저히 보장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개혁이라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파키스탄 헌법 조항을 개정해 대통령과 총리직 출마 시 종교적 자격 요건을 전면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제한 조치가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종교 소수자들을 국가 정치 무대에서 영원히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와 지방의회에 할당된 비무슬림 및 여성 할당 의석에 대해 직접 선거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파키스탄 헌법은 국회와 각 지방의회에 소수자들을 위한 의석을 별도로 배정하고 있지만 이 의석들은 각 정당의 일반 의석 비율에 따라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방식으로 분배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소수자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진짜 대표자를 직접 선출할 권리를 박탈하고 정당 지도부의 입김에 휘둘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미성년자 강제 종교 개종 및 조혼 방지 위한 법적 안전망 요구
이날 인권 단체들이 제시한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치명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된 미성년자 강제 개종 문제였다. 단체는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종교 개종 시 사법 치안 판사 앞에서 자발적이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 동의 절차를 공식적으로 거치지 않는 한 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나 힌두교 등 종교 소수자 가정의 어린 소녀들이 무참히 납치되어 이슬람교로 강제 개종 당한 뒤 억지 결혼을 강요받는 끔찍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참극을 막기 위해 헌법적 차원의 강력한 안전망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기독교 인권 운동가 삼손 살라마트 위원장은 아동의 조혼을 막기 위한 개혁안에는 혼인 신고 전 연령을 엄격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데이터베이스 및 등록 당국이 발행한 공식 신분증이나 출생증명서 등 신뢰할 수 있는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여 어린 소녀들이 나이를 속여 강제 결혼의 희생양이 되는 비극을 근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부문 할당제 보장 및 국제사회 인권 기준 준수 강조
기독교 지도자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연방 및 지방 정부 공직과 공립 교육 기관에서 종교 소수자들을 위해 최소 5퍼센트의 의무 할당제를 헌법으로 명문화할 것도 요구했다. 바티 위원장은 이러한 제안들이 파키스탄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평등권 등 소수자 권리 보호 조항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아동권리협약 등 파키스탄이 비준한 국제 인권 조약의 의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개혁안들이 국가 예산에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으며 기존의 국가 기관들을 통해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헌법 개정을 주도하는 의회 위원회가 최종안을 확정하기 전에 소수자 커뮤니티 당사자들과 법률 전문가 그리고 시민 사회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소통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개혁은 오히려 국가적 소외감만 깊어지게 만들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이다.
2023년 국가 인구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체 인구 약 2억 4천만 명 가운데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37퍼센트에 불과하다. 인권 활동가들은 파키스탄 기독교 커뮤니티가 인구 조사에서의 고의적인 축소 집계 논란과 신성모독법의 악용, 일상적인 사회적 차별, 그리고 강제 개종 및 납치라는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증언한다. 소수자들을 지켜낼 수 있는 국가의 헌법적 보호와 실질적인 정치적 대표성 확보가 파키스탄 기독교계의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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