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사법 당국이 지난 2023년 8월 펀자브주 자란왈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독교인 대상 폭동 사태의 연루자들을 처벌하라는 최고 법원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5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인해 대다수의 용의자가 풀려나면서 현지 기독교 박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 당시 사제관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파이살라바드 성 요셉 성당의 칼리드 무흐타르 신부는 경찰의 수사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3월 31일 대법원이 도주 중인 용의자를 전원 체포하고 파이살라바드 대테러 법원이 6개월 이내에 재판을 종결하라고 명령했음에도 당국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흐타르 신부는 가해자들의 신원이 담긴 사진과 영상 증거를 수사 기관에 제출했으나 실질적인 체포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 및 정보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란왈라 기독교 박해 폭동 사태에는 약 5천 명 이상의 군중이 가담했다. 하지만 경찰이 기소장을 제출한 용의자 336명 가운데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인원은 1명에 불과하다. 초기에 체포된 400여 명 역시 증거 불충분과 수사 미흡 등을 이유로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상원 인권위 경찰 보고서 반려 국가 주도 사건도 지지부진
무흐타르 신부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기독교인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압박과 회유를 이기지 못해 진술을 번복한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고소인의 진술 번복이 국가가 직접 제기한 5건의 고발 사건마저 진척이 없는 이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이 임의로 종결 처리한 최초 정보 보고서(FIR) 3건에 대한 재조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 논란이 확산되자 의회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5월 20일 칼릴 타히르 신두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원 인권위원회는 자란왈라 폭동 사건의 수사 및 기소 현황을 담은 경찰 보고서를 불만족스럽다며 전면 반려했다. 위원회는 펀자브주 경찰청장을 직접 의회로 소환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담은 수정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해당 회의에서 파이살라바드 지역 경찰 대변인은 5천여 명의 가담자 중 실제 체포된 용의자는 382명에 그쳤다고 보고했다.
소수자 권리 운동의 랄라 로빈 다니엘 수석 후원자는 상원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정부의 사후 대처와 보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펀자브주 정부는 폭동 이후 22개 교회 건물을 복구하고 피해를 본 84가구에 각각 200만 파키스탄 루피를 지급했다고 밝혔으나 다니엘 후원자는 사건 발생 3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가정이 다수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파키스탄 기독교 공동체가 온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모독 누명으로 촉발된 폭동 국제사회 기독교 박해 경고
CDI는 자란왈라에서 발생한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폭동 사태가 현지 기독교인 2명이 이슬람교의 예언자를 모욕하고 쿠란을 훼손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폭도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기독교인 거주지를 공격해 방화와 약탈을 자행했다. 하지만 추후 재판 과정에서 해당 신성모독 혐의는 개인적인 앙심을 품은 이들에 의해 조작된 허위 사실임이 밝혀졌고 법원은 피고인 2명에게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파키스탄 정부의 공언과 달리 사건의 책임자 처벌이 극도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5천200명 이상이 연루된 폭력 사태에서 약 380명만이 체포되었으며 체포된 용의자 중 228명이 보석으로 풀려나고 77명은 기소가 취하됐다고 꼬집었다. 바부 람 판트 국제앰네스티 연구원은 파키스탄 사법 당국의 부실한 수사와 기소가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문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내에서 신성모독법은 종교적 소수자를 향한 폭동과 사적 제재의 도구로 빈번하게 악용되고 있다.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이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 국가 주도의 사형 집행 사례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도 폭동이 발생해 기독교인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도어선교회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을 통해 파키스탄을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가장 극심한 수준의 차별과 박해를 받는 국가 8위로 지목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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