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아짐 아브라힘 박사의 기고글인 '예멘에서 점점 사라지는 기독교 공동체의 비극'(The case of the disappearing Christians of Yemen)를 5월 18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아짐 이브라힘(Azeem Ibrahim) 박사는 뉴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New Lines Institute for Strategy and Policy)의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이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예멘에는 이제 불태울 교회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공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성도들도, 자신이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소신껏 발언할 수 있는 기독교 지도자도 찾아볼 수 없다. 예멘 내 기독교인에 대한 핍박은 너무나도 철저하고 완벽해서, 이들은 전 세계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예멘은 흔히 인도주의적 재앙의 현장이자 테러의 수출국으로 논의되며,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후티(Houthi) 반군 테러 단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아랍 연합군 사이의 10년이 넘는 전쟁은 이 나라를 초토화시켰다. 게다가 외곽 지역에 생긴 권력의 공백은 알카에다(Al Qaeda)가 차지해 버렸다.
2026년 유엔(UN) 추산에 따르면, 520만 명의 국내 실향민을 포함해 무려 2,200만 명 이상이 인도적 지원과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는 인구는 1,830만 명에 달하며, 5세 미만 영유아 중 22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의료 시설 10곳 중 겨우 6곳만 제 기능을 할 정도로 필수적인 사회 기반 서비스는 무너진 상태다.
이 끔찍한 재난 속에서 그리스도인들 역시 수백만 명의 다른 예멘인들과 똑같이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붕괴된 국가, 무장한 이슬람주의 운동 세력, 종교적 획일성을 강요하는 부족 사회, 그리고 이슬람교에서 개종하는 것을 죽음으로 갚아야 할 '배신'으로 여기는 가족과 지역 사회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예멘 기독교인의 최소 95%는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신자들이다.
바로 이것이 예멘 내 기독교 핍박이 갖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이 핍박은 정치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하다. 어떤 나라에서는 국가가 주된 위협이 되고, 어떤 나라에서는 민병대가 위협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예멘에서는 무장 단체, 모스크, 부족, 검문소, 심지어는 자신이 머무는 가정집 안방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권력이 닿는 모든 층위에서 핍박이 작동한다.
이들은 변절자, 반역자, 심지어 외국 간첩으로 취급받는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 사이, 느슨하게 조직되어 있던 수십 개의 기독교 공동체들은 안보 위협이 고조되자 사적인 모임조차 전면 중단해야만 했다.
후티 급진주의자들의 억압
수도 사나(Sana’a)와 예멘 북서부 대부분을 장악한 후티 반군은 교육과 언론을 엄격하게 통제하며 점점 더 이데올로기적인 통치 체제를 강요하고 있다. 후티의 종교적 억압을 거부하는 이들은 남부로 피신하거나 아예 예멘을 떠났고, 남아 있는 이들은 협박과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숨어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티와 이란의 선전 매체들은 기독교 공동체를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이슬람 개종자들을 신앙을 저버린 배교자로 매도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예멘에서 기독교는 유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종교다. 고대 후기에 이미 남부 아라비아 지역까지 기독교 신앙이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서기 6세기에 이 지역에는 명망 있는 기독교 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후일 성 아레타스(St Arethas)로 추앙받은 그들의 지도자 하리스 이븐 카브(Ḥārith ibn Kaʿb)는 두 누와스(Dhu Nuwas)의 박해로 순교하기도 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보고에 따르면, 예멘 기독교 공동체는 한때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쳐 약 4만 1천 명에 달했지만, 참혹한 전쟁과 탄압으로 많은 이들이 쫓겨나면서 이제는 불과 수천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후티 반군이 유엔(UN) 직원들을 탄압할 당시, 일부 직원은 자신들이 "기독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라는 거짓 자백을 카메라 앞에서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예멘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종교적 정체성을 넘어 '정치적 반역'을 의미하는 꼬리표가 되어버렸다. 신자는 서방의 요원으로 치부되고, 인도주의 활동가는 복음을 전파하려는 공모자로 둔갑하며, 개종자는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가 된다.
2015년 이후, 후티는 예멘의 학교 교육과정을 무려 500회 가까이 뜯어고쳤다.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종교적 소수자들은 후티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강제로 쿠란(이슬람 경전)을 공부해야만 한다.
한 10대 기독교인 남매는 후티의 쿠란 수업 참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기독교인 가정은 자녀들이 모스크 기도 모임과 세뇌 캠프에 강제로 동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후티 통제 지역을 야반도주하듯 탈출해야만 했다. 이 세뇌 캠프들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무장 민병대로 징집하기 위한 수단이다.
많은 신자들이 고립된 채 비밀리에 가정 예배를 드리고, 아주 작은 네트워크에만 의존하며 살아가는 실향민 개종자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온다. 특히 여성 기독교 개종자들은 철저한 고립, 휴대폰 압수, 학대, 강제 결혼, 심지어 명예살인의 위협에 늘 노출되어 있다.
남부 지역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국제사회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정부가 명목상 통치권을 행사하는 남부 지역조차 국가 권력이 나약하고 분열되어 있다.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를 비롯한 급진 이슬람 세력들은 권력의 공백을 끊임없이 악용하여 정부와 종교적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있다.
USCIRF는 필수적인 인도주의 구호품 배분 과정에서 기독교인과 바하이교도들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으며, 후티가 통제하는 병원들이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독교인의 진료를 거부한 사례들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는 휴전, 이란의 대리전, 해상 운송로, 기근, 지역 분쟁의 격화라는 정치적 언어로 예멘을 이야기하는 데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홍해에서의 후티 로켓 공격, 이스라엘의 타격,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경쟁, 교착 상태에 빠진 평화 프로세스가 예멘의 운명을 좌우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예멘이 지닌 이 거대한 지정학적 가치는, 역설적으로 그곳의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에 세상이 눈을 감게 만들고 있다. 필자는 이 차가운 현실이 몹시도 안타깝다.
예멘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한 비극의 본질은 이들에 대한 박해가 이제 거의 완벽하게 '부인할 수 있는(deniable)' 성질의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카메라에 담을 만한 무너진 교회도, 대중 앞에서 치러지는 장례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신 박해의 증거는 더 이상 모이지 않는 성도들, 아무런 설명 없이 황급히 떠나는 가족들, 그리고 침묵이나 잠적을 택할 수밖에 없는 개종자들의 뒷모습에서 찾아야 한다. 이들의 소리 없는 고통은 예멘을 오직 이란, 후티 반군, 해상 운송로, 대테러전이라는 렌즈로만 바라보는 서방 정부와 지역 강대국들에게 매우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거대한 지정학적 이해관계 속에서 예멘의 기독교인들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전쟁이 끝난 후에야 그들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논의할 수 있다고 변명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침묵과 방관 속에서 박해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들은 먼저 신자들을 대중의 시선에서 폭력적으로 밀어낸 다음, 세상 사람들을 향해 처음부터 "이곳에 기독교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믿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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