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아동을 강제 이주·추방한 행위와 관련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유엔 조사위원회가 해당 행위를 반인도 범죄 및 전쟁 범죄로 결론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WCC 총무 제리 필레이 목사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보고서가 “국제사회 전체의 양심을 직면하게 한다”고 밝혔다.
필레이 총무는 러시아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이주시켜 러시아에 정착시키는 행위가 “심각한 도덕적 분노를 일으키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모든 아동이 지닌 하나님의 형상에 따른 존엄성과 가족 공동체의 신성함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적·이념적 목적을 위해 아동을 의도적으로 분리하고 이주시키는 것은 국제법과 도덕, 그리고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라는 기독교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로 인해 아동들은 가족과 언어, 문화, 조국을 잃고 심각한 심리적·영적 피해를 입는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 또는 러시아 점령지로 우크라이나 아동을 이송·추방한 행위를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조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5개 주에서 총 1,205명의 아동이 강제 이주된 “강력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를 반인도 범죄이자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또한 러시아 당국이 아동의 행방을 부모와 보호자에게 숨기고, 귀환을 지연시키는 등 “강제 실종”에 해당하는 행위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동들을 가족과 재결합시키기보다 러시아 내 가정이나 시설에 장기적으로 배치하려 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사례의 약 80%에서 아동이 아직 귀환하지 못했으며, 일부 부모는 여전히 자녀의 행방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귀환이 이뤄진 경우에도 지연과 행정적 장애, 안전 위험이 뒤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귀환한 한 아동은 조사관에게 “슬프고 두려웠다. 러시아에서 계속 살아야 할까 걱정됐다”고 증언했다.
이번 조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발생한 인권 침해 전반을 다뤘으며, 총 2,433명 인터뷰와 27차례 현장 방문을 통해 진행됐다. 우크라이나는 조사에 협조했으나 러시아는 위원회를 인정하지 않고 39건의 정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아동 문제 외에도 러시아 당국의 다양한 인권 침해 의혹을 제기했다. 점령지 및 러시아 법원에서의 재판이 민간인과 전쟁포로의 공정한 재판 권리를 침해했으며, 고문이나 가혹 행위로 얻은 증거가 사용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점령지에서 아동을 포함한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피해자들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러시아군 내에서는 외국인 모집 과정에서 허위 정보 제공과 강압적 계약 체결이 이뤄졌으며, 탈영한 병사들의 증언을 통해 폭행, 총격, 모의 처형 등 조직적인 폭력이 존재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편 조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측에 대해서도 일부 우려를 제기했다. ‘협력 행위’ 처벌 법률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동원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가능성도 지적했다.
위원회는 “조사된 광범위한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며 특히 아동 대상 범죄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피해자 중심의 지원, 심리 치료, 주거 및 재정착 지원, 의료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레이 총무는 “세계교회협의회는 피해 아동과 가족들과 깊은 연대에 서 있다”며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에 걸맞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야 하며, 무엇보다 모든 결정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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