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는 서울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 입양 체계 운영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는 서울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 입양 체계 운영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주최 측 제공

2025년 7월 19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함께 국가가 입양 실무를 전담하는 ‘공적 입양 체계’가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입양 과정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는 지난 2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 입양 체계 운영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이미 입양부모가 결정된 아이들이 행정 지연으로 인해 시설에 머물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결연 후 첫 만남까지 수개월… 공적 입양 체계 절차 지연 지적

입양예비부모들의 설명에 따르면, 제도 변경 이전에는 결연이 이뤄진 뒤 첫 만남까지 평균 2~3주 정도가 소요됐다고 했다. 그러나 공적 입양 체계 시행 이후에는 최소 7개월 이상이 걸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됐다. 2025년 10월에 결연이 성사된 아동이 2026년 1월에야 첫 면접을 진행했고, 임시 양육은 5월 이후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단순한 행정 지연을 넘어, 부모와 아이 사이에 형성돼야 할 애착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락 목사는 성명서를 통해 “보호아동에게는 시간이 없다”며 “이미 부모가 있는 아이들을 지금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적 입양 체계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절차 지연으로 인해 오히려 아동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접수 불가·등기 우편만 허용”… 행정 절차 비효율성 제기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예비 입양 부모는 아동권리보장원의 행정 절차가 과도하게 경직돼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접수가 불가능하고 등기 우편만을 통해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으며, 주소 기재 실수와 같은 사소한 오류로 서류가 반송돼 한 달 이상을 허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러한 절차가 디지털 행정 환경에 역행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행정 편의주의가 아동의 입양 절차보다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공적 입양 체계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오히려 절차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결연 심의 과정의 불투명성도 언급됐다. 일부 예비부모들은 부결 통보를 받았음에도 구체적인 사유를 안내받지 못했으며, “수용 범위를 넓히라”는 식의 모호한 설명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 신청 단계에서도 관련 서류 안내가 명확하지 않아 예비부모들이 절차를 다시 밟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계별 처리 시한 명문화 등 제도 개선 요구

이종락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공적 입양 체계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그는 단계별 처리 시한을 명문화하고, 심사 기준과 부결 사유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아동권리보장원과 지자체, 법원 간 실무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행정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양예비부모는 단순한 후보가 아니라 이미 마음으로 부모가 된 사람들”이라며 “행정의 편의가 아이의 인생보다 앞설 수 없고, 절차가 애착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입양단체들은 공동 입장을 통해 “공적 입양은 국가의 권한 행사가 아니라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미 부모가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더 이상 시설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종락 목사와 예비 입양부모들은 피켓을 들고 아동권리보장원 인근에서 서울시청 광장 일대까지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공적 입양 체계의 운영 실태 점검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며, 아동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대응을 촉구했다.

공적 입양 체계가 본격 시행된 이후 현장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제도의 취지와 운영 방식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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