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보기관 소속 군무원이 해외 정보요원들에게 블랙 요원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수수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중형을 확정했다.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 군사기밀 유출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일관되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군무원 A씨(51)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심에서 함께 선고된 추징금 1억6205만원도 그대로 유지됐다.
◈중국 정보요원 포섭 이후 블랙 요원 정보 유출
A씨는 2019년께부터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시를 받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해 온 블랙 요원들의 명단 일부를 포함한 군사기밀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군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 중국 옌지 공항에서 공안으로 보이는 인물들에게 체포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포섭 제의를 받았고, 이후 이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자료는 문서 형태만 12건에 달했으며, 음성 파일까지 포함하면 총 3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료에는 블랙 요원 명단뿐 아니라 정보사의 조직 편성과 임무, 정보부대의 작전 방식과 계획 등 핵심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었다. 군 검찰은 A씨가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로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대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범행 과정에서 치밀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밀 대가로 억대 금품 요구·수수
A씨는 군사기밀을 넘겨주는 대가로 상대방에게 약 4억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차명계좌 등을 통해 실제로 수수한 금액은 1억6205만원으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이를 뇌물수수 혐의로 함께 적용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2억원을 선고하고, 뇌물수수액 전액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같은 해 8월 열린 2심에서도 유죄 판단은 유지됐으나, 뇌물 요구 혐의 가운데 중복되거나 흡수된 부분을 제외해 뇌물 요구액을 2억7852만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벌금은 10억원으로 감액됐다.
◈법원 “동료 생명 거래한 것과 다름없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정보사 공작팀장 신분으로 2급 군사기밀을 유출한 점과, 이로 인해 정보요원들의 생명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점을 중형 선고의 핵심 사유로 들었다. A씨는 중국 측의 강요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오히려 금전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정보관들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한 정보 수집 성과가 더 이상 활용될 수 없게 되는 중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군사상 이익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피고인은 유출한 군사기밀을 일종의 거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동료들의 생명을 거래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군사기밀을 해외로 유출하고 금품을 수수한 A씨에 대한 징역 20년형과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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