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노르웨이로 향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생명을 건 탈출 작전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간) 마차도가 8일 오후부터 극비리에 탈출을 시작해 카리브해를 건너는 위험한 여정을 거쳐 오슬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차도는 11개월 동안 은신해온 수도 카라카스 교외 지역을 빠져나가기 위해 가발과 변장으로 외모를 숨겼다. 그녀는 조력자 두 명과 함께 군 검문소 10곳을 통과하는 동안 여러 차례 체포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을 겪었다. 10시간의 이동 끝에 자정 무렵 해안 어촌 마을에 도착한 마차도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새벽 5시 목제 어선을 타고 베네수엘라 북쪽 65㎞ 떨어진 퀴라소로 향했다.
카리브해 횡단 과정은 험난했다. 거친 풍랑과 강풍으로 선박은 속도를 줄여야 했고, 이동 자체가 큰 위험을 동반했다. 출항 전 마차도의 신변을 돕는 단체는 "마차도가 탄 선박"이라고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미군이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수선 공습 작전을 전개해온 상황에서, 오인 공격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소식통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번 탈출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관여 수준은 명확하지 않으나, AP통신은 미 해군 F-18 전투기 두 대가 베네수엘라만 상공에서 퀴라소 방향으로 30분 넘게 근접 비행한 기록을 확인했으며, 이는 마차도가 해상을 이동하던 시간대와 일치한 것으로 분석했다.
마차도는 8일 오후 3시경 퀴라소에 무사히 도착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원한 추방 전문 민간 업체 관계자가 현지에서 맞이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후 호텔에서 하루를 머문 마차도는 마이애미 기반 협력자가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오슬로로 향했으며, 비행 중 미국 메인주 뱅고어에 잠시 들러 연료 관련 절차를 밟았다.
탑승 전 마차도는 조력자들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겨 "베네수엘라를 떠날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도와준 수많은 분께 감사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끝난 10일 저녁 오슬로에 도착해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5코스 만찬에 참석했으며, 11일 새벽 그랜드 호텔 발코니에서 11개월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행보는 더욱 주목되고 있다. 마차도는 1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며, 이후 유럽 순회 일정과 미국 워싱턴 방문도 추진 중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각국 정부와 만나 지지를 요청하는 활동이 마두로 정권에 강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마차도의 귀국 여부는 불확실하다. 타레크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마차도가 출국할 경우 탈주자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마차도가 언젠가 귀국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차도는 과거에도 정치적 동맹인 이반 두케 마르케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을 접견하기 위해 비밀리에 출국했다가 극비리에 귀환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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