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종교들을 고찰한 결과 고대에는 순수한 유일신론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계속된 퇴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복잡한 종교 현실로 귀결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가 1908년 안식년 미국에 가서 모교인 뉴욕 대학에서 "동아시아의 종교"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이다. 이는 1910년 같은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서울대 방원일 박사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제316회 학술발표회에서 '원시유일신론 논쟁과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종교 이론 - 동아시아 종교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 종교를 동아시아 범주 내에서 한중일과 비교 서술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지만, 이 강연은 그 첫 시도라고 생각된다"며 "한국종교 서술을 서구 학계 맥락에서 자리매김 했다"고 의미를 뒀다.

또 방 박사는 "내용 면에서도 독특한 것이 많은데, 언더우드의 '종교퇴화론'이라는 지금 보기에는 독특한 하나의 종교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례를 바탕으로 한 '종교 이론'이라는 독특한 시도"라고 주목했다.

언더우드에게 기독교 외의 종교는 '피조물'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유일한 기준은 계시였다. 특히 동아시아에 유일신 관념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놓고서, 진보적인 입장에서는 동아시아 종교에 기독교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 반면,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하나님의 진리가 인간의 타락에 의해 가려져서 다른 종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방 박사는 "언더우드의 강연에서 이런 부정적 태도는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했다.

언더우드의 '동아시아 종교'에 제시된 종교퇴화론은 반진화론이라는 당대 기독교인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방 박사는 "당시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 당시 '원숭이가 사람이 된다는 이론'으로 오해받고 비난받았던 근저에는 진화론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하나의 종으로 보고 인간에 부여된 특권을 박탈한다는 위기감이 존재했는데, 종교진화론에 대해 당시 기독교인들이 느꼈을 법한 위기감도 이와 비슷하다"고 했다.

종교진화론, 그 중에서도 애니미즘(animism)은 '정령이 하나님이 되는 이론'이었다. 방 박사는 "미신에 속한 정령, 잡신, 귀신 등의 존재가 변화해서 기독교의 최고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였다고 말하고, "이에 대안적인 이론으로, 하나님의 절대성을 보호하면서 종교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이 종교퇴화론"이라며 "언더우드는 자신의 신학적 성향에 맞는 이론을 일관성 있게 자신의 선교지에 적용한 것"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방 박사는 "언더우드가 당대 종교 이론을 흡수해 성실하게 자료를 모아 매우 정합적인 이론적 구성물을 만들어 냈다"고 말하고, "그 결과 한국 종교를 자료로 한 매우 독창적인 종교 이론이 제시됐는데, 언더우드의 '동아시아 종교'는 초기 종교학 이론과 당시 한국 선교사 사이에 관계를 보여주는 독특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날 행사에서는 방원일 박사의 발표 외에도 손승호(연세대 박사과정)의 "수도권 특수지역선교위원회 선교자금사건"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고, 논찬은 류대영 한동대 교수와 조이제 샘솟는교회 목사가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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