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부터 11월 18일까지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실시된다. 이번 조사는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진행되는 국가 지정 통계조사로, 출산 정책, 고령화 대응, 연금 제도, 주택 공급, 교통망, 고용 및 실업 등 국가 정책 전반에 활용되는 기초 자료로 쓰이게 된다. 특히 10년마다 시행되는 ‘종교 인구 조사’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각 종교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인구주택총조사’는 종교인구 조사가 포함되면서 각 종교계가 본격적인 조사 실시에 앞서 자체적으로 참여 독려에 나서고 있다. 기독교계도 국가 종교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번 조사에 기독교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는 등 분주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각 종교 인구 비례와 분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지난 2015년 조사에선 개신교 인구가 96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73%를 차지했다. 이는 2005년 조사 대비 106만 명(약 12%)이 증가한 수치로 그 전까지 불교가 차지했던 1위 자리에 처음으로 올랐다. 반면에 불교는 1,072만 6천 명에서 761만 9천 명으로 310만 명이 줄어 종교 인구 2위 자리로 내려왔고 천주교는 514만 명에서 389만 명으로 감소해 3위를 유지했다.
10년 전 실시된 조사 결과에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불교계일 것이다. 국내 종교인 수 1위를 줄곧 고수하다 그 자리를 기독교에 내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걸 의식한 듯 올해 조사를 앞두고 비상대책팀을 가동하는 등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바로 불교계다.
기독교계도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최근 논평에서 “기독교 신자들의 성실한 응답 여부가 한국교회의 향후 10년 선교 전략과 국가 종교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본격적인 조사 실시에 앞서 교계가 신경쓰는 건 기독교인들이 조사 과정에서 성실하게 응답하지 않아 무종교 비율이 높게 나올 경우다. 그렇게 되면 ‘종교 무용론’에 힘이 실리고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의 비율이 높아져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위상이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는 한국교회 선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언론회는 각 교단이 목회서신 등을 통해 ‘인구주택총조사’ 참여를 독려하고 개교회 차원에서도 성도들에게 조사 항목을 정확히 안내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의 신앙 가치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교계가 범교단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10년 전 조사 결과에서 종교인구 1위를 놓고 기독교와 불교가 자리바꿈했다.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건 무종교인이 56.1%로 급증하며 처음으로 전체 종교 인구(43.9%)를 앞선 것이다. 해방 이후 60년간 이어진 종교 인구 증가 추세가 2005년을 정점으로 역전된 결과가 나오자 각 종교계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종교 인구 감소의 핵심 원인은 청년층의 탈종교 현상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종교인 비율은 2004년 45%에서 2021년 22%로 절반 이상 줄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49%에서 30%로 떨어졌다. 2005~2015년 연령대별 감소율을 보면 40대 13.3%, 20대 12.8%, 10대 12.5%로 젊을수록 감소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탈 종교현상을 한국 사회의 급속한 세속화와 개인주의 확산, 제도적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조사에서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82%가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젊은 세대의 탈종교화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종교 필요성의 저하에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종교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4.5%만이 자신의 삶에 있어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탈종교 가속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상이 추락하는 데 일조한 종교계 내부의 여러 문제들이 중첩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 조사는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종교 다원국가’로 분류되도록 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어느 종교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종교가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인구주택총조사’를 앞두고 각 종교계는 유독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0년마다 돌아오는 종교인구 조사가 각 종교별 교세를 평가하는 공식 지표이자 정부 정책 판단의 핵심 자료로 향후 10년간 영향력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종단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까지 발동되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지금 종교 간의 경쟁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기독교 인구가 전체의 약 29.4%인 것으로 집계됐으나 5년이 지난 현재 수치가 호전됐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번 9월 장로교 총회에서 주요 교단이 발표한 교세 통계가 잘 말해 준다. 반면에 무종교 비율은 50%를 웃도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이번 조사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조사는 오는 22일부터 11월 18일까지 28일간 실시된다. 이 기간에 최소한 기독교인들이 성실하게 응답에 임해 올바른 통계가 나오도록 교단별 목회서신과 각 주일예배 광고, 유튜브 등을 통해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계도에 나서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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