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란 한 탈북민이 한국에서 성경 번역 사역에 참여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현숙 폴리 대표는 “수영 씨(가명)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부모의 손에 자라 극히 이례적인 환경을 겪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정치범 자녀들은 국영 고아원으로 보내지지만, 수영 씨 부모가 ‘모범 수감자’로 인정받아 수용소 안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이후 친척들의 도움과 뇌물을 통해 가족 전체가 정치범 수용소에서 탄광으로 이송됐으며, 수영 씨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그는 북한 탈출을 결심해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에 도착한 뒤 수영 씨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와 함께 사역하며 탈북민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고, 존 로스 선교사가 번역한 최초의 한글 신약성경을 현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번역하는 사역에 합류했다.
존 로스 성경은 19세기 후반 평안도 방언으로 번역돼 당시 조선 백성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한 최초의 성경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남북한 표준어 체계 속에서 원본 성경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졌고, 재번역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숙 폴리 대표는 “한국 사람들에게 존 로스 성경은 낯설지만, 북한 출신 탈북민들은 이를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며 탈북민이 번역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영 씨와 같은 탈북민들은 성경 번역에 참여하면서 한국 교회가 존 로스 성경의 영적 힘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움직이는 사역’을 통해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을 직접 찾아가며, 이들을 사역의 동역자로 세우고 있다. 수영 씨 역시 서울 외곽에 거주하며 성경 번역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현재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전국 각지에서 매달 8회의 존 로스 성경 번역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모임에는 4~10명의 탈북민이 참여한다. 초기에는 유유학교(Underground University) 출신 탈북민 선교사들이 모임을 이끌었으나, 모임 수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지도자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수영 씨와 같은 탈북민 학생들이 새로운 리더로 훈련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존 로스 성경 21세기 독자판 누가복음’ 출간으로 이어졌다. 새 번역판은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바꾸고, 현대 문법과 철자에 맞게 수정했으며, 생소한 어휘에는 간단한 주해를 추가해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2026년까지 누가복음, 요한복음, 사도행전을 순차적으로 출간하고, 2027년에는 존 로스 신약 전체를 현대 독자판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새로 번역된 성경이 북한 내부에도 전해지길 바란다”며 “오늘도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라나고 있을 또 다른 아이가 성경을 손에 쥘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역은 북한 출신 탈북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 교회와 북한 사역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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