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장교교단 총회가 9월 셋째, 넷째 주에 일제히 개막한다. 합동은 22일부터 닷새간 서울 충현교회에서, 통합은 23일부터 사흘동안 서울 영락교회에서 제110회기 총회를 연다. 또 백석은 한주 이른 15일부터 사흘간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고신은 23일부터 사흘간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강당에서, 기장도 같은 일정으로 강원도 홍천의 소노벨 비발디파크에서 각각 총회를 개최한다.

각 장로교단은 총회 기간 중 새 회기를 이끌어 갈 임원진을 선출하고 교단의 정책과 비전을 세우게 된다. 산하 노회에서 청원한 안건들을 심의 처리하는 가운데 새로운 회기 교단의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게 핵심이다.

합동은 ‘함께하는 정책총회’라는 주제에 걸맞게 교단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청취, 각 교회의 필요를 충족하는 총회로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일부 정치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총회를 혁신해 정책에 의해서 운영되는 총회로 방향을 전환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총회 직전에 각 기관과 상비부 및 위원회 임원들이 모여 정책협의회를 가진 것도 ‘정책총회’를 구체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책협의회는 총회가 폐회된 후에도 새 회기에 시행할 사업과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110회 총회 주제를 ‘용서, 사랑의 시작입니다’로 정한 통합 총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여성총대 할당제에 이어 제기된 여성총대 법제화 문제다. 102회 총회에서 각 노회가 한 명 이상의 여성총대를 파송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 총회엔 총대 10인 이상을 파송하는 노회에서 여성총대 1인 이상을 파송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이 상정돼 단순한 권고를 넘어 교단 구조 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교단산하 7개의 신학대학교에서도 △학생 정원이 3년 연속 50%미만일 경우 △학교운영 재정의 적자가 3년 연속될 경우 등의 상황일 때 총회결의에 따라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요청한 안건과, 총회 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연금재단의 조직개편 문제도 관심사다.

‘백석, 예수 생명의 공동체’란 주제로 총회를 여는 백석은 상비부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기구개혁안’에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이 중복되는 위원회를 통합하고 불필요한 기구 폐지가 초점인데 각 이해관계 주체간의 조정이 열쇠다. 또 장애인들을 총회 차원에서 지원하는 ‘장애인 주일’ 제정과 만연한 가정폭력 문제에 교회가 적극 나서기 위해 ‘가정·성폭력예방위원회’ 신설 안건도 다룬다.

‘함께 지어져 가는 교회’로 총회 주제를 정한 고신은 교단 소속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의 구속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고신 총회 임원회가 지난 9일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단 내 신애국지도자연합도 손 목사에 대한 구속을 강하게 규탄하는 등 ‘종교의 자유’ 침해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중부노회 등 3개 노회가 손 목사의 설교 내용에 우려를 표하는 등 교단 내에서 정치적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총회 기간 중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장은 ‘성소수자목회연구특별위원회’ 신설 안을 놓고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와 사회에 바른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목적의 위원회 신설 안이 상정됐으나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단내 목회자들은 퀴어신학의 이단성 검증과 총회 차원의 공식 입장표명을 무산시키려는 계산된 의도로 보고 있다. 목포노회 소속의 교회가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해 달라는 헌의안을 올리자 교단 내 몇몇 인사들이 ‘성소수자목회연구특별위원회 신설’ 안을 제출했다는 점에서 동성애 찬반을 둘러싼 진영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장로교 총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되심을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를 통해 실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의사가 힘에 의해 압도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합법적 논의 과정을 통해 도출하려는 데 목표를 뒀기 때문이다.

그런 장로교 대의제의 기본 구성원이 총회총대다. 노회에서 총대를 선출하는 것도 전국 교회를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 총회 정책 결정에 참여토록 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각 노회에서 선출되는 총대가 장년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다. 이는 의사 결정의 독점이라는 폐단을 낳고 있다.

여성 안수를 시행하는 예장 통합 등 일부 교단은 여성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이란 게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각 교단의 여성 정치 참여가 이처럼 미미한 수준이라면 청년들의 의사 결정 구조는 완전히 막혀있다. 청년에게 당회 참여의 길을 연 교회가 일부 있지만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고 교단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교단의 의사 결정을 장년 남성이 독점하는 체제는 공교회 회의체로서 총회의 권위를 특정 집단에 가두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 차기 총회장을 뽑는 선거 때마다 불법 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인 폐단일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교단이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각 교단이 총회에 여성, 청년들의 참여 비율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에 힘쓴다면 지탄 받아온 불편부당한 문제들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총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교회의 구성원이 고루 참여하는 건 한국교회에 있어 적선이나 배려 차원이 아닌 마땅한 책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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