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배안호 선교사.
배안호 선교사.

들어가는 말(서론): ‘말씀의 우물을 파게 하소서, 더 넓게/더 깊이 파게 하소서’
‘짧고(short)/쉽고(easy)/단순하며(simple) 임팩트가 있는 시(詩)’

영국은 비가 많은 나라다. 그러나 금년(2025) 4,5월엔 가뭄이 심하였다. “오랜 가뭄/대지는 타들어 가고/초목들은 여기저기 불타고/식물들은 갈증에 시들어 가고/동물들은 목마름에 헐떡이고/사람들도 애타게 기다리던/비 내린다//장인어른/이 비를 돈비라 하고/아내는/이 비를 복비라 하며/햇빛 동산지기는/이 비를 가리켜 꿀비라 하기에/나는/이 비를 가리켜 은비(gr[e]ace rain)라 불러본다” (P. 77, 비(rain) 전반부)

봄가뭄 끝에 영국에 ‘돈비, 복비, 꿀비’ 흡족히 내렸다. 서평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가 첫 선교지다. 아프리카(54개국)는 물이 많이 부족하다. 아프리카 모든 비는 꿀비/복비/돈비다. 광야 인생길을 걷는 모든 인생에게 촉촉한 생명의 복비/단비 흡족히 내리길 기도 올린다.

선교지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모처럼 모국을 방문할 때 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 안스럽다. 서울 지하철 역마다 멋진 시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랑 놀아주세요’. 뜨겁게 공감하며 때로는 과거를 소환하며 고개를 끄떡이게 한다. 짧고(short)/쉽고(easy)/단순하며(simple) 임팩트가 있는 시(詩)가 좋은 시다. 그냥 편하게 느끼며 숨쉬게 하는 시, 평범한 독자들을 위한 시가 멋진 시가 아닐까? 서평자는 그런 국민시인이 되고 싶다.

詩는 ‘말씀 언(言)에 절 절사(寺)’: ‘경전에 버금가는 시’: 성경의 시편(1-150편)

詩는 ‘말씀 언(言)에 절 절사(寺)’로 구성되었다. ‘말씀의 절’이란 말이다. 따라서 모든 시는 ‘경전에 버금가는 문장’이 되도록 써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경전에 버금가는 시는 단연 성경의 시편(150편). 그래서 시편은 성경 한가운데 중심(中心)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전에는 입으로 부르던 노래였지만 지금은 눈으로 읽는 책이 되었다.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시편에 녹아있다. 어떤 인생도 시편을 읽으면 나의 고백/노래(찬양)/기도가 된다. 서평자는 10여년 전부터 ‘인생은 찬양이다’/’선교도 찬양이다’는 주제로 자주 설교하고 있다.

풀꽃 시인 나태주는 60여년 써온 자신의 시를 향해 이렇게 주문(기도)하고 있다. “나의 시여, 영혼의 언어여. 그들에게 가서 그들의 고달픈 어깨에 부드러운 손을 얹어 위로와 축복이 되고, 그들의 답답한 가슴에 샘물을 만들어 기쁨과 감동이 되고, 그들의 어깨에 꽃이 되어 사랑과 평화가 되어라. 그것이 지상명령이며 그대에게 바라는 소임이다’. 이것이 내가 나의 시에게 주문하는 바 덕성입니다” (나태주, 영혼을 위한 시 쓰기(2025), p.106)

「깊은 우물」
책 「깊은 우물」 앞 표지 이미지.

깊은 우물(지혜의 언덕, 2025)은 일평생 목양일념(牧羊一念)으로 살아온 박용상 목사의 첫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어느 여름 월요일 오후 진양호 호반 능선 오솔길을 걷다가 돌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까치 한 마리가 난간에 살포시 앉아 노래하였다. “그때 먹구름 속에/얼굴을 내미는 태양/찬란한 빛으로 비춰온다/물안개 피어오르는/호반과 산과 나에게” (p.121, ‘진양호 전망대’ 시 후반부)

박용상 시인은 18년전 진양호 호반능선에서 부터 ‘시로 그림그리기”를 시작하였다. 목회의 바쁜 일상 중에서 틈틈이 170여 편 주옥시가 탄생되었다. 2012년(제4집)-2024년(16집) 13년간 매년 5편의 시를 문예춘추 동인지, ‘시인부락(詩人部落)’에 출품하며 생명파 동인으로 활동하여 왔다.

서평자는 아직도 ‘게으른 습작 시인’이다. 해서 시집 서평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10년여 전 어느 새벽시간,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중에, 성경의 중심(重心/中心)은 시편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시편은 모든 시의 원전(原典)이요 교과서(敎科書)임을 확인하였다.

‘꽃을 가꾸는 목사’, ‘꽃을 사랑하는 목사’: ‘상사화(相思花)’

“겨울지나/이른 봄/돌 틈/잎새 틔워 자라/무성한 숲 이루더니/흔적 없이 사라지고/초여름 되어 사라진 그 자리/잎은 꽃을 못 보고/꽃은 잎을 못 본다 하여/불리워지는 상사화(相思花)//잎의 숭고한 희생으로/꽃은 고상하고/아름다운 자태를/뽐내며 피어난다 하여/”참사랑”이란/꽃말을 가진 상사화(相思花),/나를 위해 자신을/온전히 내어주신/그분의 참 사랑을/생각하게 하는 상사화(相思花)//비 온 뒤/영롱한 빗방울 가득 머금고/품위 있게 꽃대를 이고/솟아 올라와 실눈을 하고/예쁜 미소 짓는다”. (pp. 59, 60, 상사화(相思花) 전문)

서평자는 솔직히 촌놈 농군의 아들이지지만 꽃 이름과 나무이름에 무식하다. 상사화가 어떤 꽃인지도 바로 연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며 겨울 지나 돌 틈 사이에 방긋이 드러내는 상시화! 인터넷으로 찾아본 상사화는 어린시절 들과 산으로 소 풀 먹이며 친근하게 자주 보던 바로 그 꽃! ‘잎은 꽃을 못 보고 꽃은 잎을 못 본다 하여 상사화’. 고상한 꽃, 고고한 참사랑의 꽃! 이제부터 상사화를 볼 때 마다 ‘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 주님의 사랑이 새삼스레 기억날 것이다.

박 시인은 꽃(매화/진달레/제비꽃/국화/제비꽃/연꽃/목연/야생화들)을 소재로 쓴 시들이 많다. 시인의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다. 숲 속의 이름모를 노란 꽃. 여름이 오는 길목, 무덤 주위에 흰 나비들이 무수히 날아오는 데 노란 꽃들이 무리 지어 이루며 주님을 찬양하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매년 이맘때면/ 무덤 주위에/흰 나비 날아오르고/무수히 피어난 이름 모를 노란 꽃”. 그 이름 없는 노랑 꽃들은 “서로 어우러져/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 찬양소리를 들으며 “언젠가 이 땅 삶 마치고/주님 재림해 오실 때/저 나비처럼, 꽃과 같이/부활의 몸으로 피어나/구원의 주님을 영원히 찬양하리!” (p. 119)

말씀을 사랑하는 목사: 데린 구유(깊은 우물), “말씀의 우물을 파게 하소서”

2015년 4월 시인은 바울 선교지 탐방 중 튀르키예 갑바도기아 지하도시, “데린규유” 지하 8층을 둘러보며 충격을 받았다. 데린구유는 “깊은 우물”, 1세기 중엽이후 믿음의 선진들이 제국의 핍박을 피해 땅속 깊이 파고 들었다. 살기위해, “오직 한 가지 이유/신앙을 지키기 위해”// 제국의 핍박/가중될수록/더 깊이/더 넓게/파 들어갔다/지하 1층, 2층, 20층까지/그 깊이 무려 80m”.

서평자도 2007년, 그 갑바도기야 지하도시를 구석구석 걸었다. 아! 아! ‘오직 한가지 이유/신앙을 지키기 위해’ 그들의 하루 일과는 기도였고, 말씀을 읽고, 듣고, 배우며, 가르치고 지켜 행하는 일이었다. 주여! Ad Fontes! 원액의 말씀의 우물을 더 깊이/더 넓게 파게 하소서!

“지하 8층에/자리한 교회/그곳에는/진리의 빛을/환히 밝히고 있었고/생수의 근원되신 주께서/그들과 함께하고 있었으며/생명의 양식되신 주께서/그들의 필요를/채워주셨다//온갖 어려움 속에서도/그들은/주님 한 분만으로/만족했고 기뻐했으며/행복해했다 (중략)

“21세기를 살면서/세상의 문화와 온갖 것으로/공격하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믿음을 지키게 하소서/성령의 도우심 입고/말씀의 우물을 파게 하소서/더 넓게 파게 하소서/말씀의 우물을/더 깊이 파게 하소서/더 깊이//듣게 하소서/주의 음성을/깨닫게 하소서/주의 말씀을/느끼게 하소서/주님의 사랑을/맛보게 하소서/생명의 말씀을/경험하게 하소서/생수의 근원되신 주님을/더 풍성히 경험하게 하소서/더 풍성히/더 풍성히//하여/주님 한 분만으로/만족하게 하소서/즐거워하게 하소서/기뻐하게 하소서/십자가와 부활의 증인으로/살게 하소서/주님은 나에게 “데린구유”입니다/주님은 나에게 “깊은 우물”입니다/주님은 나에게 “생수의 근원입니다” (pp. 143-49, 바울 선교지, 데린구유, 지하8층, 예배당과 학교로 사용된 곳에서 (2015, 4, 23)

나가는 말(결론): ‘화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시인은 언어로 그림을 그립니다’

박용상 시인의 시는 맑고 밝고 투명하다. 술술 읽혀지는 수채화요 찬양이요 기도이다. 마치 성경의 시편을 읽는 것 같다. 시편은 신학을 거론하기 전에 시편의 시학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신학에서 “ㄴ”받침만 빼면 시학이 되지 않는가? C. S 루이스가 말한대로 시는 논리적 연관성이 아닌 정서적 연관성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였다. 음미하며 귀로 들으며 가슴에 담아 언어로 그림을 그리며 기도와 찬양하는 자리로 나가는 것이 시(편)이다.

“시인은 고난의 40년을 푸념, 원망 비관, 절망으로 색칠하지 않는다. 코스모스, 제비꽃, 담쟁이 꽃, 숲속 노란꽃, 진달래, 국화꽃, 목련, 연꽃, 매화 그리고 야생화들을 불러 노래하잔다. 촌음을 스치는 바쁜석양을 멈춰 세워놓고 같이 노래 하잔다. 구름을 불러 말을 건넨다. 흔들리는 억색한테 이중창을 하잔다” (이애실 생터 성경사역원 원장, 추천사)

‘어? 성경이 읽어지네’의 이애실 샘터 성경사역원 원장의 ‘시로 쓴 추천사’가 압권이다. “그래, 맞다. 이 시인의 시는 어디 시 뿐이런가? 다큐이고, 수채화이고, 사진이고, 설교이고, 일기이고, 유언이고, 탐색이고, 기도이다” 어? 성경이 읽어지네 생터사역원 경남지부 전문강사/목사로서 말씀의 깊은 우물 판 흔적들, 암호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저자의 말처럼 화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시인은 언어로 그림을 그립니다. 박 목사님의 시는 너무나 생생하여 정말 그려집니다. 진양호, 백두산, 데린규유에 대한 시들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어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올라옵니다. ‘깊은 우물’이란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시들은 깊은 우물에서 퍼올린 맑은 샘물과 같습니다” (김추성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추천사 중에서)

서평후기

박용상 동기 목사는 경남 지리산 자락에서 가까운 서진주 교회서 34년째 목회 중이다. 지난 2022년 9월 19일,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를 지나는 가운데, 서평자는 박목사와 함께 ‘중산리천왕봉-제석봉-장터목-유암폭포-칼바위’ 산행을 즐겼다. 천왕봉 정상에서 우리는 부르짖는 기도로 매서운 난마돌 태풍과 맞장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안호 #배안호선교사 #영국 #기독일보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