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자란왈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의 불씨가 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이 성금요일인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반테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CDI는 해당 사건의 주인공인 페르바이즈 마시가 수십 년에 달하는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형도 함께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 형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신성모독 조항들인 제295-A, 295-B, 295-C조와 형법 제34, 37, 120-B조, 그리고 1997년 제정된 반테러법 제9조까지 적용받았다. 재판부는 그가 이슬람의 예언자를 모독했다는 혐의(295-C조)에 따라 사형과 200만 루피(약 713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또한, 종교 감정을 해쳤다는 혐의(295-A조)로는 징역 10년과 100만 루피의 벌금, 코란을 훼손했다는 혐의(295-B조)로는 무기징역, 그리고 테러물질 관련 혐의로 징역 5년과 50만 루피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검찰은 마시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또 다른 기독교인 우마이르 살림(일명 라자 마시)을 허위로 신성모독 혐의에 연루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따르면, 마시의 아내는 2020년 마시가 마약 관련 혐의로 수감 중일 때 라자 마시와 불륜 관계를 맺었고, 이에 분노한 마시가 출소 후 그를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DI는 같은 사건에 연루된 기독교인 두 명, 샤히드 아프타브와 다우드 윌리엄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시의 친척으로, 마시가 신성모독 내용을 조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법원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결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나딤 하산 변호사는 “검찰은 윌리엄과 아프타브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DI는 마시가 라호르 고등법원에 항소할 권리가 있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파키스탄 기독교 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란왈라 사건 당시 교회 25곳과 기독교인 가정 85채 이상이 공격당했지만, 이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카라치의 인권운동가이자 교회 지도자인 가잘라 샤피크 목사는 SNS 영상을 통해 “기독교인은 유죄가 선고됐는데, 우리의 교회를 불태우고 가정을 약탈한 가해자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며 “이 사건 수사에 쏟은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폭동 가해자 수사에 쏟았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을 “펀자브 주정부가 기독교인들에게 안긴 왜곡된 부활절 선물”이라고도 지적했다.
CDI는 지난 2023년 8월 16일, 신성모독 혐의 소문이 퍼지자 자란왈라에서는 수천 명의 무슬림 군중이 교회를 불태우고 기독교인 가정을 약탈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 국내외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고, 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그러나 마이너리티 연맹의 아크말 바티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로 반테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는 12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수사의 부실로 기소에서 제외됐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관련 용의자 5,213명 중 380명만 체포됐고, 이 가운데 228명이 보석 석방됐으며, 77명은 기소 취소 처리됐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약 40%는 여전히 정부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앰네스티의 남아시아 담당 부국장 바부 람 판트는 “당국이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질적 조치는 극히 부족했다”며 “이로 인해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신성모독법은 파키스탄 내에서 오랜 시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슬람 선지자에 대한 모독은 법적으로 사형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집행된 사례는 없으며 대부분 혐의만으로도 폭력과 폭동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오픈도어선교회의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기독교인으로 살기 어려운 국가 중 8위로 평가됐다.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인 이 나라는 여전히 소수 종교인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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