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6일(현지시간) 18세기에 제정된 법을 근거로 베네수엘라 갱단원 수백 명을 추방했다. 법원이 정부의 추방 명령 신청을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 이미 항공편을 출발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 기각에도 강행된 추방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E. 보아스버그 판사는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열린 청문회에서 정부의 추방 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그는 "추방이 잠시 지연된다고 해서 정부에 어떤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추방 대상자들을 실은 두 대의 비행기는 이미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로 향해 출발한 상태였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즉시 비행기 회항을 명령했지만, 항공편은 그대로 목적지로 이동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조치와 논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로 삼은 것은 1798년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이다. 이 법은 미국이 전쟁 중임을 선언하면 대통령이 외국인을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다.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1812년 미영 전쟁 등 세 차례만 발동된 바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의 강제 수용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전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한 갱단으로부터 침략당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러한 갱단원들을 즉시 추방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TdA) 갱단원을 즉시 검거, 구금, 추방할 재량권이 국토안보장관에게 부여된다"고 발표했다.
◈국제적 파장과 법적 논란
이번 조치는 국제적으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 "아…너무 늦었어요"라는 글을 올려, 이미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해당 게시물을 다시 공유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반영했다.
한편,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의 스티브 블라덱 교수는 "법원의 구두 지시는 최종 명령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결정 정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례는 향후 법원이 더욱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도록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방 대상 확대… 합법 체류자도 포함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갱단뿐만 아니라 합법적 비자를 소지한 전문직 종사자들도 추방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에 따라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 의대 신장이식 전문의 라샤 알라위(34) 교수도 추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바논 국적인 알라위 교수는 유효한 비자와 법원의 추방 차단 명령에도 불구하고 강제 출국됐다. 그는 지난달 레바논에 거주하는 친척을 방문한 후 미국으로 돌아왔으나, 입국 당시 구금되었다. 법원이 정부에 대해 "추방 48시간 전 법원에 통지하라"고 명령했지만, 알라위 교수는 즉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시켜졌다.
알라위 교수의 변호인은 "미국 국무부는 레바논에서 알라위 교수에게 고숙련 외국인 취업 비자인 H-1B를 발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방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브라운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미국 국무부의 추가 지침이 있을 때까지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내렸다.
◈미국 입국 제한 확대 가능성
한편, 미국 정부는 43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북한·이란·베네수엘라·예멘 등 11개국이 '적색 목록'에 포함됐으며, 러시아 등 10개국은 부분적 입국 제한이 적용되는 '주황색 목록'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이민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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