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3조50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갈등이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 적자가 1조7000억 원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재정 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3조5424억 원이 의료공백 대응에 사용됐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예비비 3810억 원을 집행했으며, 군의관·공보의 파견 수당(282억5700만 원), 상급종합병원 및 공공기관 신규 채용 인건비(1134억2200만 원), 의료 인력 당직 수당(1996억5600만 원), 공공의료기관 휴일·야간 수당(190억7800만 원) 등을 지원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난관리기금 1712억 원을 투입했으며, 서울(655억900만 원)과 경기(343억9500만 원)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사용됐다. 해당 예산은 상급종합병원 당직비, 공공의료기관 휴일·야간 수당, 대체 인력 채용 인건비 등에 쓰였다.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1조5058억 원)과 건강보험 수련병원 선지급(1조4844억 원)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도 대규모로 투입됐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의정 갈등이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 누적 적자가 1조7000억 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예산처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가동 중인 비상진료체계를 올해 말까지 유지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비상진료체계를 지난해 말 종료한 경우와 비교한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자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후 중증·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며 응급의료체계 강화 및 비상진료 수가 인상 등을 추진했다. 또한,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중증·응급환자 초기 진료 및 수술·입원을 독려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한시적으로 인상했으며, 이로 인해 매달 2085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고 있다. 주요 항목으로는 응급진료체계 유지 지원, 경증 환자 회송 지원, 중증·응급 입원진료 지원, 일반 입원진료 지원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7~9월 사이 수련병원에 선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는 총 1조4844억 원에 달하며, 각 수련병원은 올해 4월부터 선지급된 급여비를 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지난해 12월까지 유지한 경우,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 적자로 전환되며 2030년에는 누적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까지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될 경우 적자 전환 시점과 준비금 소진 시점에는 변화가 없지만,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액이 1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투자 계획이 포함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의료개혁을 위해 국가 재정 10조 원과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 등 총 2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추진이 결국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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