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필요한 시간
도서 「지혜가 필요한 시간」

과학과 상식이 위협받고, 정치적 분열이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지금의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과학자이자 저자인 프랜시스 콜린스의 신간 《지혜가 필요한 시간》은 극심한 분열로 진통을 겪고 있는 미국 사회를 우려하며 쓴 책이다. 문명이 오랫동안 의존해온 네 가지 지혜의 원천, 즉 진리, 과학, 신앙, 신뢰를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국가 보건 정책을 이끈 리더로서의 폭넓은 경험과 성찰, 그리고 윤리학, 철학, 기독교 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극단적으로 갈라진 세상에서 대화의 길을 열고, 개인과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지혜의 원천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지혜란 무엇일까? 지혜가 지식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지식이 곧 지혜는 아니다. 지혜에는 도덕적 틀을 이해하고 이를 삶에 통합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아간다.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지혜는 진리를 신중히 분별하도록 이끌고, 길이 분명하지 않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려준다. 지혜에는 경험, 상식, 통찰이 포함된다”며 “비영리 단체 카이저 가족 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의 객관적인 평가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위험한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을 외면해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은 미국인이 23만 명이 넘었다. 이는 베트남 전쟁 중 전투로 사망한 미군 인원의 네 배가 넘는 숫자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신앙이 과학을 불신하라고 요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거나, 정치적 충성이 진리, 신앙, 과학보다 더 나은 지혜의 원천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한쪽 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정당도 선이나 악을 독점하지 않는다”며 “정치가 우리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면, 진리, 과학, 신앙에서 나오는 통찰을 흐릿하게 만들거나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위험이 따른다.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는 마치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망에만 삶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이런 편협한 관점은 믿을 만한 출처가 아니라, 우리를 ‘이기게’ 해줄 것처럼 보이는 정치적 목소리를 신뢰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앙 공동체 내에서는 92퍼센트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지구를 보호하고 돌볼 의무를 주셨다고 믿지만, 교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기독교인은 단 8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32퍼센트만이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결론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나는 왜 존재하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도덕의 근거는 무엇인가?’, ‘왜 무(無)가 아니라 무언가가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매우 중요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과학만능주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이 과학적으로 답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치 없다고 여겨지고 논의에서 배제된다. 과학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진리를 찾는 다른 방법들을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신뢰를 형성하는 역량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한계를 무시하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거의 모든 주제에서 만능인 양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한 영양 섭취법에 대해 조언하는 영화배우나 NFL 쿼터백 같은 셀럽이나, 유명세를 이용해 ‘전신 MRI 스캔을 누구나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며 “거짓에 맞설 준비를 하는 데 유용한 개념 중 하나는 ‘정신 면역력’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은 나쁜 생각과 거짓된 믿음에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정신 감염이 생기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정신 면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진리를 찾는 것은 우리의 정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기본이자 핵심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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