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무슬림 지주들이 한 기독교인 노동자를 납치해 머리와 수염을 깎고 얼굴을 검게 칠한 채 마을을 돌게 했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파키스탄 펀자브주 페이살라바드 지역 차크 줌라(Chak Jhumra) 마을의 기독교인 노동자 와시프 조지가 지난 2월 27일 저녁 땔감을 모으러 갔다가 무슬림 지주들에게 납치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의 형제인 파트라스 조지는 "와시프는 단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고 있었을 뿐인데, 도둑으로 몰려 끔찍한 수모를 겪었다"고 말했다.
와시프 조지는 사건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으며, 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그의 가족은 전했다.
파트라스 조지는 "설령 잘못이 있었다 해도 정당한 법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지주들은 오히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며 "이들은 와시프를 한 양계장으로 끌고 가 폭행한 뒤, 이발사를 불러 그의 머리와 수염을 깎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그의 얼굴에 검은 칠을 한 후, 당나귀에 태워 마을을 돌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을 사람들은 총으로 위협하는 가해자들에게 겁을 먹어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며 "심지어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것조차 금지당했다"고 전했다.
CDI는 사건 소식을 들은 파트라스 조지는 즉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가해자들이 이미 도망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자 중 일부만 체포했으며, 주요 가해자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피해자인 우리 가족의 진술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가해자들이 지역 경찰과 친분이 있는 영향력 있는 지주들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사전 구속영장을 받고 우리 가족에게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25~30가구의 기독교인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일용직 노동자로 사회적 지위가 낮아 무슬림 지주들에 맞서기 어려운 현실이다. 파트라스 조지는 "우리의 기독교 신앙도 정의를 부정당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마시하 밀랏당(Pakistan Masiha Millat Party) 의장 아슬람 사호트라는 "이 사건은 단순한 공개 망신을 넘어, 기독교인 정체성을 짓밟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정부와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5년 기독교 박해국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8위를 기록하며 기독교인이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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