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크럼플러 목사
피터 크럼플러 목사. ©기독일보 DB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피터 크럼플러 목사의 기고글인 ‘이번 사순절에는 누군가와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This Lent, why not talk to somebody?)를 지난 28일(현지시각) 게재했다.

크럼플러 목사는 영국 허츠주 세인트 앨번스에 있는 잉글랜드 국교회(Church of England) 목사로 섬기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말은 싸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오히려 말이 귀해진 듯하다. 정치인들은 서로를 조롱하며 비난을 주고받고, 소셜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은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를 대체해 버렸다.

우리는 이 세계를 바꿀 수도 없고, 챗봇이나 인공지능, 온라인 논쟁을 이겨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적어도 우리 주변, 공동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오는 사순절(3월 5일 재의 수요일 시작)을 맞아,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신앙의 실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슈퍼마켓 카페에서 운영되는 ‘Chance to Chat(대화의 기회)’ 프로그램이 곧 1주년을 맞는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간단하다. 매주 월요일 아침, 슈퍼마켓이 카페 내 두 개의 테이블을 제공하면,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화 모임’을 연다.

이 프로그램은 노년층을 위한 사역을 펼치는 ‘안나 차플린시(Anna Chaplaincy)’가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멈춰 서서 함께 이야기할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날 우리가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는 더욱 의미가 크다. 영국 중부의 한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전화 통화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까지 개설했다.

이 슈퍼마켓 프로젝트 외에도 ‘대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 교회는 지역 호스피스와 협력해 매달 ‘Compassionate Café(연민의 카페)’를 열어, 애도와 상실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여러 ‘대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그리스도인들과 신앙인들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엄청난 거짓의 물결 앞에서 우리가 던지는 작은 조약돌 같은 노력이 과연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에 헌신하고 있다. 거대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사람이 ‘현실’을 정의하는 세상에서, 진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각자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만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때때로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만이, 음모론이나 소문에 근거한 잘못된 믿음과 이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

교회는 모든 세대가 함께 모이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다.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나누며, 공동체를 세우는 곳이다. 교회는 유아 그룹부터 노인 점심 모임까지, 모든 연령층을 위한 활동을 제공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예수님은 대화의 중요성을 믿으셨다. 그분이 살던 시대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셨고, 함께 삶을 공유했다. 제자들은 그분의 삶을 직접 보며 배웠다. 예수님은 자신이 곧 ‘진리’라고 선언하시며, 오직 자기 이익과 권력만을 좇는 사람들의 시각을 흔드셨다.

곧 사순절이 시작된다. 이 기간은 회개와 묵상의 계절로, 고난주간과 부활절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 시기를 맞아 우리의 말과 대화의 중요성을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진리의 의미조차 희미해져 가는 세상에서, 진리를 위해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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