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그리스-로마 세계 이교도들은 수많은 신들을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따를 수 있었을까?”, “그리스-로마 세계 안에서 초기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저자 이상환 교수(미드웨스턴 신학교)는 다신론, 다종교 사회에서 예수의 복음이 빠르게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를 전문적으로 그러나 이해하기 쉽게 이 책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젊은이, 교회에 다녀?’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내가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아주머님은 내 원고의 내용이 무엇인지 물으셨다. 나는 빌립보서 2장 6–11절을 중심으로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을 논하는 내용이라고 간략히 요약해 드렸다. 내 설명을 들으신 아주머님은 바로 날카롭고 공격적인 어조로 질문을 던지셨다. ‘예수는 하나님이 아니잖아? 하나님은 여호와 한 분뿐이셔. 예수를 하나님이라고 말하면 안 되지.’ 아주머님은 여호와의 증인이셨다. 이후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시더니 여러 성경 구절을 넘나들며 예수님이 왜 하나님이 아니신지를 조목조목 논증하기 시작하셨다. 나도 가방에서 내 성경을 꺼내 들고 여러 본문을 오가며 예수님이 왜 하나님이신지를 설명했다. 그렇게 3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대화가 계속될수록 아주머님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한 표현이 귀에 들어왔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한 하나님이다’라는 구절이 없어. 만약 그런 구절이 있으면 보여줘 봐. 그러면 내가 예수를 하나님으로 믿을게.’”고 했다.
이어 “이들의 요구에 대응하여, 일부 학자들은 ‘하나님’(θεός)이라는 단어로 예수님을 수식하는 구절을 찾아 예수님의 신성을 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시도 중 하나가 ‘그랜빌 샤프 규칙’(Granville Sharp Rule)을 활용한 방법이다. 그랜빌 샤프 규칙이란, ‘두 개의 명사가 접속사 카이(καί)로 연결되어 있고, 관사가 첫 번째 명사 앞에만 등장할 때, 두 명사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는 그리스어 문법 규칙이다. 이 긴밀한 관계는 문맥에 따라 통일성(unity), 동등성(equality), 또는 동일성(identity)을 의미할 수 있다. 이 규칙을 신약성경에 적용하면, 디도서 2:13과 베드로후서 1:1이 예수님의 신성을 명시하는 구절로 해석된다. 아래는 그랜빌 샤프 규칙을 염두에 두고 번역한 성경 역본들의 예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드래곤볼』의 유니버스에 왜 이렇게 많은 계왕신이 등장할까? 한 명의 계왕신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왜 동쪽, 서쪽, 남쪽, 북쪽으로 나뉜 계왕신이 필요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명의 계왕신에게 모든 영역을 다스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계왕신은 전지전능하거나 무소부재하지 않으며, 영원무궁하지도 않다. 그는 모르는 것이 많고,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며, 심지어 위험에 노출되어 죽기도 한다. 비록 ‘신’(神)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그 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계왕신은 인간보다는 강하지만, 절대적 존재는 아닌 ‘약한 신’이다. 나는 신학교 교수님께서 내게 모태신앙인지를 물으셨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일본과 달리 그리스도교가 확산한 나라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어릴 때부터 하나님의 전능성, 전지성, 영원성과 같은 속성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힌다. 반면,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일본인의 신관은 이와 다르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요한계시록의 일차 독자는 이교 문화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아시아의 일곱 교회 성도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속격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문맥 속에서 사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요한계시록 내에서 타나토스와 하데스가 인격체로 사용된 사례(계 6:8; 20:14)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더불어, 저승의 신이 열쇠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교 전통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정황은 본문에 사용된 속격이 목적어 속격일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독법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신과 지하 세계의 신을 모두 통제하시는, 따라서 이들이 지배하고 있는 죽음과 음부의 영역까지 모두 통치하시는 분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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