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인간학'의 정립 우선시
인간, AI와 영적 차원에서 달라
'특이점' 전에 구체적 논의 필요
기술 관계자만 논의하는 것 위험
개발·활용에 신학·윤리적 지침 제공

 한국기독교학회
한국기독교학회는 17일 ‘AI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기독교학회’란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AI시대를 향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백선영 기자

신학자들이 AI(인공지능)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부작용에 대해 교회가 청지기적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기독교 신학의 각 분야별 14개 학회가 모인 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 목사)는 17일 'AI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기독교학회'란 제목의 성명을 내며, 「AI 개발과 활용에 대한 준칙」을 발표했다.

학회는 지난해 11월 2일 제53차 정기학술대회에서 'AI와 기독교의 미래'란 주제로 여러 기독교계 학회와 토론한 후 초안과 탈고를 거쳐 이같은 성명을 냈다. 신학자들은 AI 시대를 향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학회는 "우리는 인류가 '호모 데우스', 즉 새로운 신이 되려 한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AI 시대에 '신학적 인간학'의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제임을 확인했다. '살아있는 호흡', 즉 비물질적 요소가 투여될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 창세기가 보여주는 신학적 인간학은 'AI'로 소급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과 존엄, 그리고 영적인 차원이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한국기독교학회
한국기독교학회는 을 발표했다. ©백선영 기자

또한 학회는 "AI를 둘러싼 논의가 인간에게 또 다른 억압과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경계한다"면서, "AI시대에 교회와 신학은 도래할지도 모르는 기술의 위험으로 인한 파국과 묵시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윤리적 가치와 복음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학회가 발표한 「AI 개발과 활용에 대한 준칙」은 △활용방향 △포용성 △공정성 △책임성 △통제성 △투명성 △의인화 △저작물 △저작권 △개인정보 △영향평가 △교회역할의 관점에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AI, 그 끝을 그 누구도 모른다

이제는 단순히 온라인 포털에서 검색하는 것을 넘어서, 간편하게 챗GPT에게 일문일답으로 답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실생활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생성형 AI 악용으로 인한 딥페이크 범죄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오며,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AI,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까. 많은 기술업계 전문가들은 AI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되고 양자컴퓨터가 도입되면 통제불능한 새로운 지능체로 변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덕형
회장 황덕형 목사(서울신대 총장)는 신학적 관점에서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선용돼야 한다고 했다. ©백선영 기자

학회 회장 황덕형 목사(서울신대 총장)는 "결국 윤리적 관점이 필요하다. AI가 오늘날 정치, 문화, 사회, 군사 등 곳곳에 쓰이는데 모든 측면에서 윤리적으로 옳은가를 비춰봐야 한다"면서, "이것이 향후 양자 컴퓨터와 결합이 되는 순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통제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학회 부회장 강성영 교수(한신대 총장)는 "특이점(singularity)을 넘어서면 인간을 능가하는, 통제 불가능한 초지능 AI가 나오게 된다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창조주가 영적 호흡을 불어넣은 존재이다. '신학적 인간학'이 바로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둘째, AI 기술 발전의 좋은 점만 보는 '테크노피아'적 관점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 이로 인한 이익과 잠재된 위험 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신학적 관점에서 그것이 가져올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AI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범죄 수법을 다양화시키며 하나의 병기로서 활용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AI가 가져다줄 혜택보다 위험성을 우리가 견지하고 경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2023년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인공지능 전문가, 정보기술업계 경영자들이 AI가 인류에 심각한 위험성을 미칠 수 있다며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일시 중단하자고 촉구한 바 있었다"면서, "이것이 대체 어디까지 활용될지 모르겠다는 것과 그 끝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있다. AI의 위험성에 대한 억지력이 마련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성영
부회장 강성영 교수(한신대 총장)는 AI가 가져다 줄 이점과 잠재된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백선영 기자

◆AI 대응 위한 새로운 교회론 필요

앞으로 한국기독교학회는 새로운 신학과 인간학, 교회론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을 계속해서 모색할 예정이다. 각 윤리학회나 기독교 학회 안에서도 2차적으로 각 AI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이 논의를 구체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무 김성원 교수(나사렛대)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 등 기술발전의 윤리적 문제를 더 이상 신학이 도외시할 수 없다. 단순히 기술분야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학과 과학의 대화와 연구를 통해 깊은 관심을 가지며 신학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기술 개발의 문제점은 대체로 자본을 가진 기업의 주도로, 이윤 창출의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학자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AI 개발의 위험성이 있음에 대해 함께 목소리 내며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보이지 않는 영적 차원의 관점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I
학계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큰 틀에서의 규제 방안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pexel

그러면서 오펜하이머와 제프리 힌튼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듯이, 오펜하이머는 물리학자로서 원자폭탄 개발에 있어서 이것이 가져올 미래에 우려하며 깊은 고뇌 끝에 수소폭탄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딥러닝'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프리 힌튼은 자신의 업적을 '후회한다'면서, 인공지능 발전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오로지 기술자들에게 사용성을 논의하도록 놔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AI 개발과 활용에 대한 준칙」 전문이다.

우리는 AI시대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유기체와 비유기체를 망라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안에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원리를 따르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을 제시한다.

1. [활용방향] AI를 활용함에 있어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인류가 함께 나아가는 공생을 구현하는 데에 기여한다.
2. [포용성] AI를 통해 얻어진 성과와 혜택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한다.
3. [공정성] AI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따르며, 차별과 편견 없이 공정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4. [책임성] Al 활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며 윤리적 책임을 다한다.
5. [통제성] AI는 인간의 통제와 분별 아래서만 개발되고 활용되어야 하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6. [투명성] AI의 결정과 판단, 예측 과정은 투명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명확히 설명되어야 한다.
7. [의인화] AI와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히 인식되어야 하며, AI가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는 윤리적 오용을 경계한다.
8. [저작물]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인간의 창조적 작업과 구분되어야 하며, 그 기원과 출처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9. [저작권] AI가 학습에 사용하는 모든 데이터는 저작권과 도덕적 권리를 존중하며, 공정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10. [개인정보] AI가 학습 및 운영하는 과정에서 얻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정보는 엄격하게 보호되며, 이를 하나님 앞에서 공의롭게 다뤄야 한다.
11. [영향평가] AI를 활용하기 전에는 공동체적 논의와 윤리적 검토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잠재된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2. [교회역할] 교회는 AI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경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을 기반으로 교인들이 Al 시대의 청지기적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한다.

한편 성명 발표와 준칙 마련에 참여한 학회는 한국교회사학회, 한국교회음악학회, 한국구약학회,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한국선교신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여성신학회 등 14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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