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시거늘 마리아가 돌이켜 히브리 말로 랍오니 하니 (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라)”(요한복음 20:16).

유대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나 학자들을 ‘랍비’라고 불렀다. ‘라본’이란 말은 그들에게 있어서 ‘랍비’보다 더 명예로운 칭호로 간주되고 있다. 마리아는 이 명칭으로 불렀다. 그리고 “나의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덧붙여 불렀다.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격의없는 대화를 우리와 나누시기를 원하신다고 하여도 우리 편에서는 그가 우리 ‘주님’이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경건한 두려움’으로 그를 대해야 한다.

귀족 가문 출신인 청년 장교 네프류토프에게 짓밟힌 불행한 소녀 카츄샤가, 버림을 받은 후 윤락 생활에 빠지게 되고, 뒤늦게 뉘우침의 고뇌(苦惱)로 번민하는 네프류토프의 양심으로 갱생(更生)하는, 인간 정신의 부활을 묘사한 것이 톨스토이(Lev Nikolaevitch Tolstoi, 1828-1910)의 <부활>(vosklesenie, 1898-99)이다.

재판소의 배심원으로 법정에 나간 네프류토프는 피고석에 마스로바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벼락을 맞은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마스로바는 틀림없는 카츄샤였다. 젊은시절 이모의 집 하녀로 일하는 처녀의 정조를 빼앗고 헌 신발처럼 버린 가츄샤ㅡ그녀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서 있는 것이다.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던 네프류토프의 마음에 양심이 강하게 노크하기 시작하였다. 그 날부터 네프류토프는 “영혼의 부활”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유부녀와의 추악한 관계를 끊는 것이고, 약혼자인 귀족의 영양(令孃) 미시와 결별하는 것이며, 자기의 소유를 전무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일이었다.

네플류토프는 그것만으로는 영혼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네프류토프가 감옥에 찾아가 면회할 때에 마스로바(카츄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도대체 어떤하나님을 찾아냈다고 귀족 양반은 말하는 것이요? 귀하는 나를 미끼로 삼아 자기 자신을 구원하겠다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서 나를 노리개로 즐겼을 뿐 아니라, 저 세상에서도 또한나를 미끼로 삼아 자기 자신의 노리개로 삼겠다는 속셈인가요?”

재판 결과 유죄 선고를 받고 시베리아로 유형(流刑)의 길을 떠나는 카츄샤. 네프류토프는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카츄샤의뒤를 따라가기로 작정하고, 최후로 카츄샤에 대한 판결 취소를 위하여 사방으로 손을 썼다. 네프류토프는 수용소로 달려갔다. 그가 만난 것은 정치범 시몬손의 청혼(請婚)에 응하여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카츄샤였다.

네프류토프는 생각에 잠겼다. 카츄샤와의 관계는 끝났으나, 카츄샤 때문에 눈뜬 영혼의 세계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네프류토프는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오랜만에 성서를 펴서 읽었다. 앞으로는 가식(假飾)과 허위(虛僞)를 버리고모두 버리고 진실만을 구하리라고 결심하는 그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막다라 마리아는 천사들로부터 ‘돌이켜’ 예수를 바라 보았다. 우리는 그리스도에게만 붙잡혀 살기 위하여 모든 피조물(그것들이 아무리 밝고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에 대한 집착을 떠나야 한다.

“예수의 부활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눈을 가진 방관자에게는 ‘부활하신 주’가 보이지 않는다.”(마르틴 니묄러)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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