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 제20-2차 조찬포럼
이날 조찬포럼에 참석한 미목 임원과 회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7년간 목회 사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난 원로목사가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목회 현황과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또 은퇴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1991년부터 25년간 신촌성결교회에서 목회하며 교회를 성장시키고, 2016년 70세를 맞아 공식 은퇴한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가 18일 미래목회포럼(미목)이 주최한 포럼에서 은퇴 후 삶과 사역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원로목사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에 대한 소회와 목회자의 슬기로운 은퇴 준비에 대한 지혜를 나눴다. 이 목사는 현역 목사 시절, 예배에 충실한 목회로 신촌성결교회를 부흥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성총회 총회장, 서울신대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등 한국 교계를 섬기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미래목회포럼 제20-2차 포럼(조찬)에서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 원로의 지혜를 듣는다’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 목사는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아무래도 제가 은퇴세대이고 내용 속에 은퇴자의 권위적인 안목이 들어있지 않을까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정신없이 목회하다가 은퇴하고 원로가 된 지 8년 차를 맞이했다”면서 “사역에서 은퇴하는 것은 축복이고 잘 마쳤다는 마음에서 감사함이 있고, 무엇보다 은퇴 후 쉼과 자유함이 보장되어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감사하다. 주일이 다가와도 걱정이 없고, 마음의 쉼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은퇴 후 어려운 점으로는 은퇴목사로서 ‘처신’을 꼽았다. 이 목사는 “현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은퇴하고 나니 지혜로운 처신이 참 중요하다고 새삼 느꼈다. 적절하게 앉고 일어섬과 갈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헤아리는 처신에 대한 지혜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를 어디로 가야 되나’는 은퇴한 목회자들이 한결같이 겪는 고민이다. 은퇴한 후 떠난 교회에 계속 출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동안 참여해 오던 각종 모임에도 계속 참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역시 지혜로운 처신이 요구된다”며 “은퇴 후 자유함은 주어졌으나, 절제된 지혜의 처신이 요청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덧붙였다.

◇원로목사의 눈으로 바라본 현재 한국교회 목회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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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원로목사는 예배와 프로그램, 목회의 다양성을 한국교회 목회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지희 기자

이정익 목사는 이날 “은퇴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면, ‘현직 목회자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목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목회자들이 눈물겹도록 열심히 사역에 임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며 예배와 프로그램, 목회의 다양성을 한국교회 목회의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 목사는 “무엇보다 예배의 다양성이 눈에 띈다. 코로나 이후 침체한 분위기를 회복하기 위해 예배 형태가 다양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한다”며 “코로나가 준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의 열정도 새롭게 발견한 모습이다. 특히 젊은 목회자들이 상당히 열정적으로 깊이 있게, 성경도 많이 묵상하여 전하는데, 저는 (그러한) 안목과 열정이 있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익 목사는 또 “옛날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사되고 있다. 각종 자료가 충분하고 챗 GPT의 출현으로 목회자들 곁에 새롭고 세련된 비서를 둔 격이 되었다. 현대의 목회자들은 많은 자료를 마음껏 활용하는 참 행복한 시대에 목회하지 않나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목회에 신개념이 도입되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목회자의 이중직 개념이 자연스럽게 일반화되고 있고, 사회적 목회와 직능 목회, 다양한 기능적 목회형태들이 등장하며 목회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사회가 무섭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적절하게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 현대 목회가 상당히 넓고, 다양하고, 열정적이고, 은사를 최대한 발휘하는 목회를 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원로목사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의 목회에서 극복할 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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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부터 미목 중앙위원 김영복 목사, 대표 이동규 목사, 발제자 이정익 원로목사, 이사장 이상대 목사, 집행위원장 박재신 목사 ©이지희 기자

이정익 목사는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진지하고 긍정적인 순수한 목회는 아니라는 것도 눈에 보인다”라며 “제일 아쉽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교회성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도에 대한 소극적인 의식은 교회에서 전도프로그램의 약화를 가져왔고 전도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환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전도에 대한 사회 분위기도 위축되고 전도 분위기가 안 되는 것은 상당히 오류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목회자들의 내면에 교회성장에 대한 욕구까지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이같은 (전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며 “교회성장의 추구는 성령의 역사이자 교회의 생명 요소로, 교회성장은 자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성령 사역의 본질이자 목회 사역의 뜨거운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영성 시대에서 지성 시대로의 급격한 이동과 경쟁적인 목회 지향 방식도 지적했다. 이정익 목사는 “1세대 목회자는 정보에 어둡고 지식에 약점이 많지만, 기도와 열정과 헌신으로 교회성장을 이루었고 탄탄한 목회를 이루고 부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턴을 이어받은 2세대 목회자들은 각종 정보와 자료 활용에 익숙하고 지식이 월등하며 대부분 학위를 소지하고 있데 영성, 열정, 헌신적인 면에서 1세대들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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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래목회포럼 제20-2차 조찬포럼이 열렸다. ©이지희 기자

또 “영성 목회에서 지식 목회로 전환했기 때문에 영적 권위는 1세대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본질의 문제이기도 한 ‘하나님 목회’가 아닌 ‘내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이웃 교회와 동기 교회와 지역의 큰 교회와의 경쟁 목회를 지향하고, 지나치게 홍보와 프로그램에 열중하고 부풀리는 목회, 교회 건축에 올인하여 인위적으로 부흥을 추구하는 모습들도 하나님을 위한 목회가 아닌, 내 목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목회가 본질의 궤도를 떠나게 되면 곧바로 갈등이 유발되고, 그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이 발생된다”며 비본질적인 목회의 치명적인 오류로 성도들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데, 이에 대해 목회자들이 둔감한 점도 꼬집었다.

전문화된 목회 철학의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철학도 없이 여전히 모든 분야를 터치하는 목회는 성공하지 못한다. 작지만 강점이 있고 전문적인 강소교회로의 특화된 목회철학이 요청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이 결여돼 있다고도 했다. 이정익 목사는 “(성경에서)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바리새인은 죽이려 하고 예수님은 살리려 한다. 겉모습만 보지 말고 내면을 보고 속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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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목 대표 이동규 목사(가운데)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은퇴도 목회다”… 목회자의 은퇴 과정, 자연스럽게 진행되려면?

이 목사는 근래 목회환경이 매우 열악해지면서 목회자들의 은퇴 환경도 더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은퇴 1~2년을 앞두고 목회자들이 내몰리는 경우들이 흔히 나타나고 있다. 교회들은 원로에 대한 예우, 주거 문제, 후생 문제 등이 부담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늘 목회환경이 급격하게 새롭게 재편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세대 당회원들의 출현으로, 그들의 합리적인 사고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도 있음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은퇴도 오래전부터 준비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특히 “목회자들의 은퇴가 2~3년 남았을 시기가 ‘목회 마무리의 마의 고개’로, 그때 잘못하면 다 어그러질 수 있다”며 “은퇴 마지막 날까지 목회하겠다는 생각은 자기를 위한 철학일 수는 있어도 교회를 위한 철학은 아니다. 교회로서는 목회자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하루가 천 년같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후임자 선정과 은퇴 후 대우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은퇴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는 후임자는 내가 선정하겠다는 고집이다. 또 이웃교회 목사님만큼만 대우해달라는 요청도 함구하면 좋겠다”라며 “이는 평생 쌓아온 목회자의 덕목과 인식을 단번에 허물어 버리는 조건들로, 두 문제는 교회에 맡기는 것이 좋고, 할 수 있다면 측면에서 조언하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고 지혜를 전했다. 이 목사는 “마라톤 마지막 지점에 가까워져 오면 급피치를 올려야 하듯, 은퇴 4~5년 전부터 급피치를 올려 은퇴 시점에 이르러 내 목회 전체에서 최절정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러면 은퇴 시점에 레임덕이 발생되지 않고 은퇴 과정이 자연스럽고 만족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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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장 박재신 목사(오른쪽)가 논찬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은퇴 목회자가 준비해야 할 4가지

이정익 목사는 “은퇴를 잘 마쳐도 준비해야 할 몇 가지가 더 있다”며 ‘정서 공간’, ‘만날 사람’, ‘아침을 먹고 갈 곳’, ‘매 주일 예배드릴 교회’를 언급했다.

이 목사는 “첫 번째, 은퇴 후 나 혼자 머물고 생각할 정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공간은 자주 다닐 책방, 도서관, 각종 모임과 대화방 등으로,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두 번째, 만날 사람들을 준비해야 한다. 은퇴한 후 어울릴 곳이 있어야 하고 대화를 나눌 친한 동료나 이웃이 있어야 한다”라며 “은퇴하기 전부터 만날 사람들을 준비해야 하고, 또 은퇴 후 20년 동안 제일 좋은 동반자, 대화의 상대자는 배우자다. 지금부터 사모가 건강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세 번째, 아침을 먹었으면 갈 곳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혼자 고고하게 목회한 분들이 의외로 어울릴 동료가 없고,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별로 없어 이 부분이 취약한 것은 큰 문제다. 또 지금부터 자금 확보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네 번째, 매 주일 예배드릴 교회를 지정하는 일도 중요하다”라며 “본교회 출석은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고, 옵션이다. 추천하는 것은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교회, 교파와 교회 크기를 불문하고 새벽기도 다니기에 가장 좋은 교회가 좋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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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목 이사장 이상대 목사(오른쪽)가 총평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 영혼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부끄러워”

이 목사는 이날 “결론적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목회였는데, 정말 ‘하나님 목회’를 했느냐 하면 부끄러움이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은퇴 후에 아쉬움이 너무 많다. 너무 바쁘게 일했는데, 뭐 하느라고 바빴냐고 하면 대답 거리가 없다. 중환자실에 가도 5분 살짝 기도해 주고 나왔다. 5분 있다가 나오지 말고 차분하게 20분 동안 (환자의) 그 손을 잡고 기도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후회의 뜻을 내비쳤다. 또 “대부분 목사님이 입관예배할 때 시간에 딱 맞춰 가서 예배드리고 앉아서 얘기하고 30분 만에 돌아오는데, 담임목사님이 1시간 전에 가서 염을 할 때 마지막 고인의 손이라도, 얼굴이라도 닦아주는 일을 한다면 가족들은 그 담임목사님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목회였는데, 그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라고 한탄했다. 이 목사는 “결론적으로 부끄러움이 있고 만족하지 못함이 있다. ‘하나님 목회’를 했냐고 물으면, 저는 위선자이다. 사람들은 목회에서 승리했다고 말하는데, 저는 내면적으로 죄송하고 미안함이 있다”고 고백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미목 중앙위원 김영복 목사(사랑과평화의교회)의 사회로 이사 설동주 목사(과천약수교회)의 개회기도, 대표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의 인사말, 이정익 목사의 발제, 집행위원장 박재신 목사(은혜광성교회)의 논찬, 이사장 이상대 목사(서광교회)의 총평, 질의와 응답, 김영복 목사의 폐회기도, 신입 회원의 인사 등으로 진행됐다.

이동규 대표는 “한국교회 원로목사님들, 또 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감당하시고 일선에서 물러나신 원로목사님들은 교회의 자산일 뿐만 아니라 교계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이 조찬포럼은 한 교회와 한 목회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교계가 다 같이 귀 기울이고 마음 가운데 담아야 할 주제로, 우리뿐 아니라 교계의 모든 목사님과 성도들에게도 새겨지는 귀한 기회가 될 줄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재신 목사는 논찬에서 “1세대 목사님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다음세대 목회자들이 한국교회를 더욱 부흥시킬 것을 기대하면서 이정익 목사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대 목사는 총평에서 “저도 은퇴가 4~5년 남았는데 뜨끔뜨끔한 것이 많아서 새로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목사님의 말씀으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면 좋겠고, 미목이 그것에 일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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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회원인 남기곤 전주 순복음참사랑교회 담임목사(맨 왼쪽)가 인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편, 이날 신입 회원으로 남기곤 전주 순복음참사랑교회 목사가 인사했다. 미목은 6월 24~26일에는 2024년 리더십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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