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했던 로잔 1차 대회

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로잔은 처음 태동 때부터 복음전도의 우선성 문제를 두고 많은 갈등을 빚었다. 즉 전도를 강조하는 입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급진적 제자도의 입장 간에 상당한 논란이 오갔다. 이러한 갈등은 로잔 대회의 두 핵심리더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빌리 그래함과 영국의 존 스트트 사이에도 존재했다. 결국 로잔은 ‘사회참여’를 교회의 중요한 책임으로 선언하면서도 여전히 복음전도에 우선성이 있다는 식으로 매듭을 지었다. 즉 다소 불완전한 봉합의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로잔 9항은 “복음전도의 긴박성”이란 제목 하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좋은 소식을 듣고, 깨닫고, 받아들일 기회를 얻는 것이 목표다. 희생 없이 이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라고 언급함으로써 전도의 긴급성과 이를 위한 희생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2. 로잔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긴급성

그 후 2차 마닐라 대회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긴급성은 포기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마닐라 선언의 맺음말은 “마닐라에서 우리는 온 교회가 온 세상에 온전한 복음을 가지고 나아가 하나가 되어 희생적으로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 긴급하게 그리스도를 선포할 것을 선언하는 바이다.” 라는 말을 하면서 복음전도를 위해 긴급하게 헌신해야 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3차 대회인 케이프타운에 오면 복음전도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로잔과 마닐라에 나타났던 복음전도의 긴급성과 이를 위한 헌신과 같은 말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총체적 선교라는 용어를 수용한 상황에서는 우선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우선성을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긴급성을 언급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3. 우선성을 포기한 선교 개념의 모습

선교

위 그림 중 왼쪽 그림은 전통적 선교 개념으로 선교에 있어서 복음화와 영생 등을 선교의 핵심과 우선순위로 보는 관점이며, 오른쪽 그림은 선교의 핵심이 없이 모든 사역이 다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WCC가 말하는 통전적 선교 개념과 로잔이 말하는 총체적 선교는 모두 오른쪽 그림이 말하는 선교 개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든 사역이 다 동등한 가치를 지니기에 복음전도가 핵심이며 우선적인 사역이라고 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4. 우선성과 긴급성을 양보할 때 나타나는 문제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선교는 우선성과 긴급성을 양보하는 순간부터 복음전도 중심의 선교는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복음전도가 우선적이고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어려운 복음전도를 위해 교회가 헌신할 동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복음전도보다 더 긴급하고 중요해 보이며, 투입 대비 결과가 잘 나오는 효율적으로 보이는 사역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연히 교회는 반대를 많이 받는 복음 전도보다는 환영받고 투입 효과가 좋은 인간화 등의 사역에 더 끌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히 교회의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로잔이 2차 대회까지만 해도 강조하다 포기한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긴급성을 다시금 천명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딘 켈리(Dean M. Kelly)는 쇠퇴하는 교회들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하여 “사회를 섬기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교회만의 본질적인 일을 게을리 해서...” 라고 분석하였고, 네트란드는 “케이프타운 헌신 자체가 전도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교회와 선교 지도자들은 세상의 여러 문제들에 참여함에 있어서 복음전도가 중심적인 것이 되도록 계속 경계해야 한다.” 고 조언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기독교는 일부 지역의 교회들을 제외하고는 심각하게 약화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로잔이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긴급성을 견지하여 세계교회들을 건강하게 세우는 일에 기여하는 일은 로잔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로잔이 태동한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긴급성이 약화되어 교회들이 유럽의 교회들처럼 다 약화되면 로잔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로잔이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여전히 복음전도는 가장 우선적이고 긴급한 과제임을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기

로잔 운동의 좌표와 전망
로잔 운동의 좌표와 전망 ©CLC

필자는 한국로잔교수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로잔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로잔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로잔 대회에 대해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이 글은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마음으로 기고하는 글이다. 이 글에 대한 자세한 보충 설명을 원하면 필자의 저서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을 참조하기 바라며, 자세한 각주나 토론 등을 원하면 이메일(aso0691@hanmail.net)로 소통이 가능하다. 라이트의 강의 내용은 크리스천투데이 2023년 11월 7일자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자가 말한 로잔의 정신” 기사에 실렸고, 이 글에 나오는 직접 인용은 이 기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승오 #로잔 #로잔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