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성경은 이 세계의 모든 문제의 근원을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 즉 죄로 설명한다. 즉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의 욕심을 따라 살려는 죄로 인하여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임을 말씀하고 있다. 로잔 3차 대회의 결과물인 케이프타운 선언도 이와 연관하여 “죄의 결과와 악의 권세는 인간성의 모든(영적, 육체적, 지적, 관계적) 차원을 타락시켰다. 이 타락은 모든 문화와 역사의 모든 세대에 걸쳐 사람들의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종교에 침투해 들어갔다“라고 진단한다. 즉 죄는 인간의 영적 차원뿐 아니라 이성적 차원, 육체적 차원, 사회적 관계 차원 등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죄의 파괴력이 매우 포괄적인 점을 말하면서 케이프타운 대회의 신학위원장 역할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하나님의 선교는 그분의 창조 세계 전체에서 악한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교 역시 성경 전체가 우리에게 주는 복음만큼 그 범위가 포괄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주장을 통해 라이트는 죄의 결과가 포괄적이므로 우리의 선교도 포괄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라이트 등의 영향으로 로잔은 세상을 구원하는 선교의 핵심 본질을 복음화로 보는 관점에서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일로 보는 넓은 의미의 선교 개념으로 보는 방향으로 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모든 문제를 볼 때 항상 문제의 뿌리와 결과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의 길이 제대로 열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의 원인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인을 무시하고 증상만 해결하려는 의사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불행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그 증상만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성경이 말씀하는 대로 모든 문제의 뿌리가 죄의 문제라면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교의 핵심 역시 문제의 뿌리인 죄 문제를 해결하는 일 즉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일을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로잔대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제3차 로잔대회 ©lausannemovement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문제 진단의 관점이 있다. 예를 들면 막시즘은 물질적인 불평등을 인류 불행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동성애 관점은 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이 인류 불행의 원인이라고 진단할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의 성경은 죄를 원인으로 진단하며, 이 진단에 따르면 기독교의 선교는 당연히 죄 문제 해결을 선교의 핵심 본질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만약 선교에서 이런 기본적인 핵심 사항을 무시하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선교는 핵심 본질을 놓치고 단지 복지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환경운동 등으로 축소될 수 있다. 또 교회가 세상의 복지단체, 인권단체, 평화단체, 환경단체보다 전문성이나 재정 면에서 뛰어난 것이 아니므로 교회는 그런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하고, 동시에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전도의 사명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서 죄 문제 해결을 통한 세계변혁의 사명도 못하게 될 수 있다.

로잔의 넓어지는 선교 개념을 보면서 과연 로잔에 “죄 문제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며, 복음이 그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물론 로잔은 5천여 명의 세계 각국의 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각종 이슈들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다양한 이슈들을 다룰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슈들은 복음의 눈으로 해석되고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로잔이 진정한 복음주의 운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기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
 ©도서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

필자는 한국로잔교수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로잔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로잔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로잔대회에 대해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 글은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마음으로 기고하는 글이다. 이 글에 대한 자세한 보충 설명을 원하면 필자의 저서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을 참조하기 바라며, 자세한 각주나 토론 등을 원하면 이메일(aso0691@hanmail.net)로 소통이 가능하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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