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잡해진 선교 개념과 총체적 선교 개념의 탄생 과정
전통적인 의미의 선교 개념은 매우 단순 명료하였다. 선교는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 삼는 사역” 정도로 정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영향으로 선교는 “세상을 평화롭게 행복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활동” 으로 정의되게 되었다. 선교의 개념 속에 세상을 잘 살게 만드는 모든 활동이 들어오게 되었다. 선교의 개념이 이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지면서 선교학 사전에 ‘선교’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나오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지어 선교학의 거장인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마저도 “궁극적으로 선교는 정의할 수 없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선교의 개념 자체가 복잡하게 되었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처음에는 인간화를 선교의 목표로 제시하였다가 1975년 제 5차 나이로비 대회를 기점으로 인간화와 복음화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통전적 선교 개념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로잔은 대략 2천 년까지는 통전적 선교 개념의 수용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하였지만, 2001년 "미가 네트워크 (Micah Network),” 2004년 파타야 대회, 그리고 2010년 ‘케이프타운 로잔 3차 대회’ 등에 오면서 ‘통전적 선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2. 로잔 선교 개념의 변화와 특징
물론 로잔은 여전히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라는 표현보다는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그것은 아마도 선교 방법 차원에서의 총체성은 수용하지만, 선교의 목표까지 총체적으로 보는 입장 즉 복음화와 인간화를 모두 선교의 목표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소 망설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체적 선교의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로잔에서도 더 이상 복음전도의 우선성이란 관점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대하여 박보경 교수는 “드디어 로잔진영 안에서 전도의 우선성이 통전적 (총체적) 선교로 대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 2004년부터의 로잔 운동의 흐름이 전도의 우선성보다 총체적 선교의 개념이 중심을 이루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고 언급하였다.
3. 총체적 선교 개념이 매력적인 이유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는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고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분명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학자들의 입장에서는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 개념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전통적인 선교 입장은 다소 교회 중심적이고 배타적이고 일방적인 선교 관점이기 때문에 학자들이 전통적인 입장에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자신도 그런 사람으로 매도되기 쉽다. 이에 비하여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 개념은 선교적 과제와 윤리적 과제를 모두 선교적 개념 속에 포함하므로 배타적이라는 인상도 면할 수 있고, 선교의 개념이 넓어지므로 연구할 주제들도 많아지니 학자들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학자들과 대회에서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 개념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마당에 자신만 그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학문성이 부족한 학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별로 득이 되지 못할 것이다. 즉 대세가 그렇게 가고, 그런 관점이 나름대로 기여점이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역행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신학은 기본적으로 학자들이 주도하는 것이고, 학자들의 입장에서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 개념은 많은 장점이 있으므로 결국 선교신학은 점차로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4. 여전히 총체적 선교 개념에서 주의해야 할 점
하지만 총체적 선교 개념에는 분명 위험성이 있다. 총체적 선교 개념에서는 복음화와 사회참여가 동등한 중요도를 지닌 과업으로 인식된다. 복음화의 과업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총체적 선교 개념은 종국적으로 통전적 선교 개념과 거의 차이점이 없는 개념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러한 개념은 결국 복음 전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그 위험성에 대해 네트란드는 “물론 보다 더 포괄적인 선교 정의는 분명히 전도가 무관심해진다는 점이 위험한 점이다.” 라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칼 학자도 언급한 바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형기 교수는 1975년 나이로비 대회에 대한 평가에서 “이런 의미에서 로져 바샴 (Bassham)의 말대로 1975년의 나이로비 WCC는 ‘통전적 선교 (Holistic Mission)를 지향했다. 그러나 역시 19세기의 복음주의적 선교적 열의로부터는 멀어져만 갔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통전적 개념으로 말미암아 복음 전도적 선교 열의가 식어갔다는 점을 이형기 교수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선교에서 전도의 열기가 식어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이것은 통전적 선교 개념과 거의 차이가 없는 로잔의 총체적 선교 개념도 유사한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로잔은 로잔이 말하는 선교 개념을 좀 더 선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이며, 총체적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이것이 방법과 자세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고려이며, 목표에서의 총체성은 아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로잔이 WCC와 똑같은 길을 가겠다고 하면 총체적 선교 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로잔이 WCC와 다른 목표를 지니고 있다면 선교 개념에 대한 고민과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금번 로잔 4차 대회에서 이런 점들을 좀 더 세심하게 잘 정립한다면 로잔은 본래의 탄생 과제였던 세계복음화를 위해 더 잘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기
필자는 한국로잔교수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로잔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로잔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로잔 대회에 대해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이 글은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마음으로 기고하는 글이다. 이 글에 대한 자세한 보충 설명을 원하면 필자의 저서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을 참조하기 바라며, 자세한 각주나 토론 등을 원하면 이메일(aso0691@hanmail.net)로 소통이 가능하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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