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진영의 ‘통전적 선교’와 구분 모호
복음전도 우선에서 ‘사회책임과 동등’ 방향으로
한발씩 양보·타협하면 결국 핵심 무너지는 것

로잔대회
1974년 로잔대회 당시 모습 ©lausannemovement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선교신학)가 “로잔은 총체적 선교를 추구하면서 복음의 우선성을 상실하게 되고 이것은 복음화의 약화, 선교 개념의 혼동, 그리고 로잔운동 자체의 약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제4차 로잔대회가 내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로잔운동을 우려하는 선교 신학자의 견해가 나와 주목된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는 안 교수의 이 같은 전망이 담긴 논문을 최근 소개했다.

안 교수는 ‘로잔이 말하는 총체적 선교의 의미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로잔운동은 2천 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에큐메니칼 진영의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와 잘 구별되지 않는다고.

안 교수에 따르면 ‘총체적 선교’라는 용어의 태동 배경에는 비슷한 용어인 ‘통전적 선교’라는 용어가 놓여 있다. ”즉 통전적 선교 개념의 영향으로 총체적 선교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통전적 선교’는 제5차 WCC(세계교회협의회) 나이로비 총회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며 “나이로비는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이 서로 선교의 개념을 두고 논쟁이 심한 가운데 해결책의 한 방안으로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통합적 관계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통전적 선교 개념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큐메니칼 진영의 통전적 선교 개념은 로잔 진영의 선교 개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했다.

로잔 진영 내 급진적 제자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영향으로 “로잔은 점차적으로 ‘복음전도의 우선성’으로부터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동등하게 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안 교수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로잔 진영은 통전적 선교신학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안 교수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던 제1차 로잔대회 당시 ‘로잔언약’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 언약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제5항에 등장한다. 그 핵심 내용은 “물론 사람과의 화해가 곧 하나님과의 화해는 아니며 또 사회 참여가 곧 복음전도일 수 없으며 정치적 해방이 곧 구원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복음전도와 사회 정치적 참여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무의 두 부분임을 확언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로잔언약은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말하면서도 총체적 선교의 물꼬를 터놓고 있었다”며 “그 후 로잔은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견지하면서도 전도의 우선성보다는 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총체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했다.

그는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연관하여 로잔은 크게 대략 3단계를 거치면서 우선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거쳐 왔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로잔 1차 대회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논하지만 “교회가 희생적으로 해야 할 일 중에서 복음 전도가 최우선”이라는 말을 로잔언약 6항에서 언급함으로 말미암아 복음전도가 가장 우선적이며 핵심적인 사역임을 언급했다는 것.

안 교수는 “로잔의 1단계는 총체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복음전도의 우선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지녔다”고 했다. 그런데 2차 대회인 1989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서는 “복음의 우선성과 선교의 총체성을 동시에 다 견지하는 입장을 지난다고 할 수 있다”고 안 교수는 분석했다.

그러다 3차 대회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회에 와서는 “우선성을 거의 상실하게 된다”며 “우선성은 사라지고 총체적 선교만 남게 되는 것이다. 케이프타운(대회)이 복음전도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로잔과 마닐라에 나타났던 복음전도의 긴급성과 이를 위한 헌신과 같은 말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고 안 교수는 전했다.

그는 이 3차 대회가 “정의를 위한 투쟁을 영적 전쟁 즉 선교사역으로 묘사하면서 ‘사회 행동이 곧 선교’라는 도식을 가지고 복음전도와 사회행동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둘 사이의 어떤 우선성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영남신대 선교신학 안승오 교수.
영남신대 선교신학 안승오 교수. ©기독일보DB

안 교수는 “이처럼 총체적 선교를 추구하면서 우선성을 약화시킬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것은 바로 복음화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에큐메니칼 진영의 학자조차도 인정하는 바”라고 했다.

안 교수는 “로잔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정체성과 핵심 과제는 바로 세계복음화였다”며 “하지만 45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서 로잔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로잔은 본래 처음부터 가졌던 복음의 우선성을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로잔마저 WCC처럼 총체적 선교라는 허울 아래 복음전도에 대한 헌신을 약화시킨다면 세계복음화의 사명은 누가 감당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복음화의 과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드리고 헌신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선교의 목표를 총체적으로 잡고 세상의 섬김과 함께 행한다고 하면 과연 그 일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복음이 약화되면 교회가 약화되고 교회가 약화되면 교인들이 줄어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인들의 연합기구인 로잔 역시 약화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라며 “총체적 선교 개념으로 로잔운동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면 이것은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발씩 양보하고 타협하고 본질을 흐리게 하면 결국 핵심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로잔운동이 살아 있어야 로잔이 세상을 섬길 수 있다. 로잔 자체가 사라지고 나면 세상을 섬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복음전도의 우선성만은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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