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이 시대 최고의 동기부여 전문가인 고명환 작가가 쓴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곰, 2023)에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작가의 친구 중 학교 다닐 때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다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나이 50이 되어 퇴사한 지인이 한 명 있었다. 회사를 나오고 나이도 들고 나니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 친구가 고명환 작가를 만나서 질문한 게 뭔지 아는가?

“명환아, 내 인생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 질문에 고 작가 역시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그날 그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냥 술을 같이 마셔주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다음 날 찜찜한 마음으로 최진석 교수가 쓴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책을 읽다가 한 구절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대답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문제다. ‘질문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문장을 읽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고명환 작가의 친구가 제기한 “내 인생 어쩌다 이렇게 됐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친구는 대답만 잘하는 삶을 연속으로 살아왔다. 주어진 질문에 대답을 꼬박꼬박 잘해서 전교 1등을 하고, 대답을 잘해서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에 가고, 대답을 잘해서 대기업에 들어간 것이다. 혼잣말로 던졌던 “내 인생 어쩌다 이렇게 됐지?”가 아마 자신에게 진지하게 던진 최초의 질문이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유익한 질문을 던지는 인생이었다면 뒤늦게 그런 탄식 섞인 질문은 터져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라는 질문 말이다.

그의 친구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주입식의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서는 1등을 하려면 인생에 대해 질문할 여유가 없다. 주어진 교과목을 공부하기도 벅차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대기업 입사 공부도 그렇다.

좋은 대답을 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조차 부족하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왔다.

과거에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그가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거듭 말했는데, 질문하는 기자 한 명 없었다. 최근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프랭클린 그래함과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지만,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음을 보았다.

내 수업을 들은 한 제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문이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경 번역에 그렇게 오류가 많다면 어째서 제대로 된 번역 성경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요? 유명한 학자와 전공자들이 많고 좋은 책들도 많은데요…”

글로써는 설명할 수가 없어서 전화로 통화를 했다. ‘좋은 학교를 만나고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책들을 만나는 건 대단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나 책의 내용들을 무조건 신뢰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무엇이든 그 누구이든 한계와 무지와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볼 때, 배움에 있어서 주도권을 타인에게 주지 말고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고 그래서 제자에게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남에게 양도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자기는 그럴 만큼 전문가도 아니고 실력가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럴 줄 알았다. 나도 과거엔 한때 그리 생각했으니 말이다.

비결은 질문을 던지면 된다. 남들이 주는 질문에 답하다가 볼 일 다 보는 인생에서 ’스스로 질문하는 삶’으로 변화를 시도하면 가능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고, 그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질문하는 인생으로의 변화가 가능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어야 한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어떻게든 양서를 읽어야 한다. 그러면 질문하는 힘을 키워준다. 남이 질문하고 답해놓은 참고서만 달달 외워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취직하는 인생에는 행복과 발전과 의미가 없다.

독창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면서 답을 터득하는 삶으로의 변신을 시도해보라. 가능하면 하루라도 더 젊을 때 질문을 시도해보라. 어떤 전공이든 어떤 사안이든 자신이 던진 질문에서 찾은 답이라야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고 발전이 있다.

성경도 의문을 가지고 계속 질문을 제기하고 탐구해야 남들이 캐내지 못한 나만의 진귀한 보화들을 본문으로부터 캐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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