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990년 9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당시 28세이던 백영심 간호사가 아프리카 케냐로 의료 선교를 떠나던 날이었다. 돌아올 날은 정해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공항 바닥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백 간호사는 2남 4녀 중 셋째 딸. 제주 조천읍 함덕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제주에서 마쳤다. 자식을 육지로 내놓는 일만 해도 조마조마했는데, 그 귀한 셋째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로 간다니···.

백 간호사를 아프리카로 파송했던 한국 교회조차도 그가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처음엔 정식 선교사 월급 대신, 교회 청년들이 모아준 300달러(약 36만원)와 병원 퇴직금을 가지고 떠났다. 하지만 백 간호사는 아프리카에서 30년을 ‘시스터 백’으로 살았다. 시스터 백은 현지 사람들이 그녀를 부르는 애칭. 그녀는 케냐에서 4년, 나머지 세월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최빈국이라는 말라위에서 보냈다.

자기 월급을 쪼개고 아껴 말라위에 유치원·초등학교·진료소를 지었고, 200병상 규모의 최신식 종합병원인 대양누가병원과 간호대학 설립도 주도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백 간호사는 2012년 이태석상, 2013년 나이팅게일 기장, 2015년 호암상, 지난 8월 성천상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굵직한 사회봉사·의료인상을 두루 받았지만, 언론 인터뷰는 손에 꼽을 정도.

기자가 성천상 수상을 위해 서울에 온 백 간호사를 만났을 때도, 첫 인사는 “저는 인터뷰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였다. 이태석상도 1회 때 수상을 권유받았지만, 사양해서 2회 때 받았다. “2회 때는 저희 간호대학이 막 문을 열었어요. 구급차도 필요하고 간호대학 버스도 필요한데, 가만 보니 상금이랑 필요한 금액이 맞아 떨어져서 받겠다고 했어요.”

백 간호사는 호암상 상금 3억 원을 현지에 도서관을 짓는 데 썼다. 성천상 상금 1억은 “현지 중·고등학교를 짓는 데 쓸 예정”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케냐인들의 건강을 위하여 봉사했고, 한국에서 받은 상은 간호대학과 현지 도서관 건립과 현지 중고등학교 건물 건립을 위해서 사용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전적으로 타인을 위해서 사는 모범적인 삶이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교수 사역을 하고 있나?” 자문해보니 부끄러움이 적지 않았다.

고전 10:31-33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유대인에게나 헬라인에게나 하나님의 교회에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고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

하나님의 영광과 타인들의 유익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고 말씀한다. 그동안 하나님의 영광과 타인들의 유익을 위해서보다는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더 많이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교수들과 설교자들이 지니고 있는 맹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강의를 듣거나 설교를 듣는 이들을 가르치고 권면하는 일은 잘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는 그 가르침을 잘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 3:1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줄 알고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 그렇다. 아는 것은 많은데 실천에 옮기지 않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선 안 된다. 아는 만큼 행해서 변화의 열매를 앞장서 보여주는 이가 리더로서의 자격이 있다.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역을 하고 있는지’ 그 목적과 사명을 되새기고 실천해나가는 참 리더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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